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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다양성, 라이프스타일

나다움을 도와주는 열두 채의 집

책 <네가 좋은 집에 살면 좋겠어>

Text | Kakyung Baek
Photos | 일다

걸출한 디자이너의 가구, 탁 트인 전망, 미니멀하고 세련된 분위기 등 좋은 집의 조건은 이게 다가 아니다. 자신의 삶의 궤적을 따라 때로는 전환점이 되어주고 때로는 지향점이 되어주는, '나다움'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인지도 중요하다. 새해 새 마음으로 좋은 집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면, 12명의 이야기가 담긴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새해가 밝았다. 새로운 마음으로 이사를 계획하거나 인테리어를 꿈꾸는 사람이 많다. 우리는 언제나 좋은 집을 꿈꾼다. 하지만 좋은 집이란 뭘까? 어떤 기준으로 좋은 집을 가려낼 수 있을까? SNS 피드, 인테리어 관련 커뮤니티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볼 수 있는 좋은 집이란 유명한 디자이너의 가구, 탁 트인 전망, 미니멀하고 세련된 공간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좋은 집은 이것만으로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 어떤 이유로 그런 집을 꿈꿨는지, 어떤 삶으로 나아가고 싶은지 등 '나다움'을 지키면서 살아갈 수 있는 공간, 그리고 동네에 대한 청사진도 필요하다.




결국 좋은 집이란 '나다움'

잃지 않는 곳이라는 생각에 닿는다.




새해 새 마음으로 좋은 집에 대한 자신만의 기준을 세울 예정인 사람들에게 미디어 일다에서 펴낸 <네가 좋은 집에 살면 좋겠어> 를 소개하는 이유다. 이 책은 부동산 투자로 큰 성공을 이룬 이야기도 아니고 집 수리와 인테리어 기술에 능한 이들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책도 아니다. 이 책에는 집을 삶의 전환점으로 삼은 12명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12명의 주인공들은 집을 단순한 자산이 아닌 삶과 관계 맺으면서 서서히 꾸려나가는 터전으로 본다. 그들이 집을 구하고 자신만의 공간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면서 '내 집은 어떠한지, 내 삶은 어떠한지' 돌아보고 계획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그중 만화가이자 어린이책 디자이너인 구정인은 서울을 벗어나 제주에서 살게 된 삶의 전환점에 대해 말한다. 그는 남편, 아이와 함께 제주에서 한 달 살기를 하던 중 서울 집의 전세 계약을 연장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리고 남편과 함께 제주에 있을 때 이런 연락을 받다니, 제주도로 이사하라는 계시인가!”라는 농담을 주고받다가 정말로 제주행을 결정했다. 구정인의 가족은 서울에서도 운 좋게 마음에 드는 집에서 오랫동안 터를 잡고 살았으나 아이가 태어나면서 집 고르는 기준이 달라졌다. 동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맛집과 카페가 아닌 안전한 놀이터와 산책로가 된 것이다. 그렇게 넓은 마당이 있는 제주 집으로 이사한 후 집세를 더 많이 내기는 하지만 겨울에 한라산에서 썰매를 타고 봄가을에 오름을 오르내리며 여름에는 매일 바다 수영을 할 수 있는 지금의 생활은 값으로 매길 수 없을 정도다. 서울에 집을 구하고 대출금을 갚느라 삶을 저당 잡혔다면 절대 누릴 수 없는 것들이다. 구정인은 자신의 선택이 지금의 삶의 궤적을 만들었고 앞으로도 자신의 인생을 만들어갈 것을 확신한다.








영상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시시선은 동네 이야기로 집의 서사를 말한다. 가정폭력 가해자인 아버지와 저장 강박증이 있는 어머니와 함께 살던 집에서 도망치듯 나와 그의 독립 생활이 시작됐다. 당시 그가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망원동이라는 동네였다. 망원동에는 시시선처럼 퀴어인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여 살아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망원동에 있는 작은 레스토랑에 가면 동성 애인과 스킨십을 해도 이상한 눈으로 보기보다 무심히 대해 편안한 분위기다. 정상성의 범주에서 벗어난다는 이유만으로 매사 피곤한 일이 생기는 여느 동네와 달리 망원동은 비교적 다양성을 존중하는 동네다. 시시선과 그의 애인에게 집은 집 자체보다 집이 위치한 동네가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반 식당에 들어가더라도 소수자 인권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고 무지개 배지를 가방에 단 사람이 바로 앞에서 걸어가는, 그런 곳이 망원동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이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결국 좋은 집이란 '나다움'을 잃지 않는 곳이라는 생각에 닿는다. 남의 시선이나 기준에 부합하려고 애쓰지 않고 스스로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살 수 있는 곳, 나다운 삶을 계획할 수 있는 곳. 당신은 지금 그런 곳에 살고 있는지 묻고 싶다. 여러 미디어에서 소비되는 그야말로 환상적인 집의 모습을 보며 마지막에는 씁쓸한 감정만 남았다면, 좋은 집에 대한 자신만의 기준을 다시 세워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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