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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큐레이션, 힙스터

NFT 가구, 공간, 건축의 쓸모

NFT 신드롬

수많은 기업이 NFT를 발행한다는 뉴스가 이어진다. 호기심에 NFT 거래소 슈퍼레어, 오픈시, 라리블 등 대형 플랫폼에 들어가보면 드는 생각, ‘이 이미지가 이렇게나 비싸다고?’. 하지만 그런 의문은 이제 그만 접고 받아들일 때다. 포켓몬 스티커를 모으겠다고 동네 편의점을 돌고, 내 아이돌의 한정판 포토카드를 구하겠다고 수십 장의 앨범을 사는 마음과 같다.








지난해 초 미국 디지털아트 작가 비플의 ‘날마다: 5000(Everydays: The First 5000 Days)’이 크리스티 경매에서 한화로 785 원에 판매된 이후 패션,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 브랜드가 NFT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소식이 매일 쏟아. 이렇게 NFT라는 단어의 사용량은 1년 사이 10,000%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영국 콜린스 사전은 2021년 올해의 단어로 NFT를 선정했다. NFT란 이제 대부분이 알 듯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콘텐츠에 고유한 인식 값을 부여하고 소유권을 기록하는 디지털 증명서다. 미국의 미디어 아티스트 케빈 매코이가 2014년 처음으로 NFT 작품 퀀텀을 만들었다.








기업 소식에 ‘NFT라는 말이 붙으면 일단 기삿거리가 됐고 연일 쏟아지는 NFT 관련 뉴스에는 수천만 원에서 수백억 에 이르는 높은 금액이 꼭 함께 언급됐다. 이는 사람들에게 놀랍고 흥미진진하거나 의문스럽고 지긋지긋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트위터 창립자 잭 도시의 첫 번째 트윗은 32 ,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은 2 5,000 원에, 월드 와이드 (WWW)을 창시한 팀 버너스 리의 월드 와이드 웹 최초 설계도는 60 원에 판매됐다. 간송미술관은 <훈민정음해례본> NFT로 제작, 개당 1 원에 발행해 지금까지 80 개가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BTS 멤버들의 포토카드 역시 NFT로 발행 예정이다. 2020년대 새로운 사회의 토대가 되었던 기술의 상징적인 기록부터, 대중문화로 소비되는 영역들의 결정적 순간까지 NFT라는 새롭고 놀라운 가치를 부여받게 된 신드롬이 지난 동안 줄줄이 이어졌다.








한편 현실의 상징과 메타버스를 연결하는 움직임 말고 가상공간만을 위한 NFT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실제로는 입을 수 없는 옷, 착용할 수 없는 , 디딜 수 없는 땅, 거주할 수 없는 집, 사용할 수 없는 가구가 현실과는 다른 모습과 용도로 만들어지고 거래되는 것이다. 즉 메타버스에 진정으로 몰입하는 이들을 위한 영역이다. 메타버스에서는 존재할 이유가 없음에도 지속적으로 시도되는 모습은 불가해하지만 살펴보면 흥미롭다.




건축가들에게 메타버스란 각자의 실험 정신을 반영한 새로운 개념의 건축물을 선보이기에 적절한 장.




가상 토지 부동산 플랫폼 어스2 Eart2에는 실제 지구를 1:1로 복제한 모습으로 100㎡의 땅을 타일 단위로 사고 팔 수 있으며 슈퍼월드에서는 AR을 기반으로 디지털 작품을 업로드할 수 있다. 메타버스가 현실을 압도할 것을 믿는 이들에게 이러한 플랫폼의 가상 토지는 새로운 개척지와 다름없다. 한편 지난해 토론토 출신 아티스트 크리스타 킴이 최초로 판매한 디지털 하우스 ‘마스 하우스Mars House’는 보면 건축가들에게 메타버스란 현실안전 규정이나 건설 현장 없이 각자의 실험 정신을 반영한 새로운 개념을 건축물을 선보이기에 적절한 장. 사용자를 대신할 캐릭터가 해당 장소를 돌아다니는 스페이Spatial 같은 AR/VR을 적용한 원격 협업 플랫폼에는 가상공간 구현이 필요한 만큼 NFT 건축가들의 역할 대두된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 커크 핀켈Kirk Finkel은 도시 환경 건축학자이자 파라메트릭 알고리즘을 이용해 메타버스 건축을 탐구하는 아티스트다. ‘뮤지엄 오브 크립토 아트’의 레지던트 건축가로도 활동하는 그는 건축의 조형미를 극대화한 3D 오브제를 만. NFT 건축은 마치 물리 세계에서는 실현하기 어려운 조형으로 전개된다. 사실상 디자이너와 건축가 최종의 결과물을 위해 수많은 과정과 시안을 만들어낸다. 그 틈에서 발생하는 시도와 실수는 분명 아이디어의 실마리가 되는 귀중한 자료다. 커크 핀켈의 NFT 건축은 이를 조합한 결과물이다.



아르헨티나 아티스트 안드레 레이싱헤르Andrés Reisinger 10개의 NFT 가구를 발행해 경매에 내놓았다. 그가 디자인한 소파 ‘호텐시아Hortensia’는 실제로 앉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형태와 질감, 소재 독특. 꽃으로 만든 거대한 조각 같으면서도 기대고 싶은 가구 형태를 띠고 있어 심미적이면서도 안정감 있는 조형미가 느껴진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것이 실제로 존재하는 가구이건 디지털 이미지이건 상관없다는 기분이 든다. 생각해보면 우리의 경험 대부분 모니터 안에서 이뤄지는 시대를 살고 있지 않은가.



디지털 파일을 소유한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그 어떤 영향력이나 효용 가치가 희미해 이기도 한. 그러나 우리는 인상적이라고 느끼는 장면을 발견하면 본능적으로 휴대폰을 들어 사진을 찍고, 영감을 주는 이미지를 저장하고, 재미있다고 여기는 밈을 다운로드 공유한다. 이렇게 저마다 이미지를 큐레이팅하는 습성을 지니게 된 현재, 누군가는 이렇게 모은 이미지 컬렉션에 자부심을 담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연결해 생각해보면 NFT 수집이라는 움직임은 필연 모른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이유는 상징이라는 가치, 몰입의 차원이라는 보이지 않는 욕망과 인식을 공유하는 저마다의 견고한 문화가 기저에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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