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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경고택에서 재발견한 집의 의미

운경 선생 30주기 기념 ‘최정화: 당신은 나의 집’전

Text | Jisun Chae
Photos | 운경재단

사물을 통해 집의 공간적 의미와 역사를 들여다보는 전시 <최정화: 당신은 나의 집>이 열린다. 운경고택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운경 선생 30주기를 기념하며 재단법인 운경재단과 최정화 작가가 함께 개최했다. 각 공간의 쓰임새와 어우러지는 최정화 작가의 예술 작품을 통해 운경고택이 담고 있는 근대사와 역사가 만나는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사물을 통해 집의 공간적 의미와 역사를 들여다보는 전시 <최정화: 당신은 나의 집>이 열린다. 6 17일까지 서울 종로구 사직동 운경고택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운경 선생 30주기를 기념하며 재단법인 운경재단과 최정화 작가가 함께 개최했다. 각 공간의 쓰임새와 어우러지는 최정화 작가의 예술 작품을 통해 운경고택이 담고 있는 근대사와 역사가 만나는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재단법인 운경재단은 운경(雲耕) 이재형 선생의 유지를 잇기 위해 1993년 설립 비영리 공익 재단으로 운영해왔다. 전시 공간인 운경고택은 조선 14대 왕 선조의 후손이자 제12대 국회의장 운경 선생이 작고할 때까지 39년간 거주 이다. 조선 시대 선조의 아버지 덕흥대원군이 살도정궁 터로, 선조가 왕이 되자 이곳에 사당을 지어 제사를 지내기도 했다. 선조의 일곱째 아들인 인성군의 후손인 운경은 도정궁 터의 역사적 사실을 인지하고 조상의 체취가 배어 있는 이곳에 삶의 터전을 마련했다. 그만큼 운경고택은 400여 년의 시공을 넘어 조상의 품으로 돌아온 역사적 의미가 남다른 공간이다.








1990년대 이후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로 우뚝 선 최정화 작가는 일상의 다양한 물건을 집적하거나 재배치해 완성한 예술 작품을 선보여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운경고택의 독특한 공간을 배경으로 우리의 삶으로부터 방사된 ‘모든 것’을 예술 형태로 빚어낸 최정화 작가의 대표 작품과 영상 약 24점을 만나볼 수 있다.




개인이 역사가 되고 나의 공간이 우주가 되는 집의 확장적 개념을 경험해볼 수 있다.




최정화 작가의 작품을 모티브로 소설 <춘야>를 읽어보는 것도 전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이번 전시에 맞추어 출간 <춘야>는 최정화와 소설가 최영으로 구성된 ‘야메 프로젝트’ 팀이 메타픽션 형식으로 쓴 새로운 형식의 소설이다. 미술과 문학을 결합한 참신한 시도의 도록으로, 접한 관객은 전시된 작품을 소설 속 이야기 안에 배치하며 시공간을 넘나드는 즐거운 상상 속에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운경고택 대문을 열면 소설 <춘야>에서처럼 마주 보고 서 있는 교통경찰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마치 소설의 첫 장을 넘긴 것처럼 신비한 경험이 펼쳐진다. 전시 공간은 앞마당에서부터 사랑채, 뒷마당, 대청, 안채, 장독대에 이르기까지 6개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한국 정치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던 운경고택의 공간적 특수성을 배경으로 수많은 담론이 펼쳐지던 사랑채, 가족의 이야기가 담긴 안채 등 공간이 지닌 의미와 작품이 잘 어우러지도록 전시를 기획한 점이 돋보인다.








안채에 들어서면 Infinity, ‘엄마 밥’을 지나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인 ‘거대한 밥상, 꽃의 향연’을 마주하게 된다. 이 작품은 운경 선생 30주기를 맞아 운경재단과 지난 30년간 인연을 맺은 사람들기증 일상의 식기로 완성한 공공 예술 프로젝트이기에 더욱 특별하다. 재단의 공익 사업을 통해 운경 가족의 의미와 범위를 운경의 실제 가족에서 ‘우리’, ‘모두’에 이르기까지 확장하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 작품이다. ‘거대한 밥상, 꽃의 향연’은 운경고택의 역사, 최정화 작가의 예술관, 그리고 운경이라는 이름으로 맺어진 사람들이 향유했던 경험이 한데 어우러져 감동적인 텍스처를 직조한다. 식기에 얽힌 각자의 사연은 도록 텍스트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전시의 일부가 됐다.








이번 전시를 통해 집이라는 공간이 지닌 의미와 그 속에 담긴 역사를 들여다봄으로써 개인이 역사가 되고, 나의 공간이 우주가 되는 집의 확장적 개념을 경험해볼 수 있다. 시공을 넘나드는 오브제의 반복과 축적으로 직조된 작품은 역사를 오롯이 담고 있는 운경고택에서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고, 또 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공존하는 경험으로 이끈다. 우리의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바라보며 또 이를 통해 미래를 내다보는, 그래서 모두에게 새로운 봄이 찾아오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는 전시 <최정화: 당신은 나의 집>. 이 전시를 통해 각자의 집과 공간에 대해 새롭게 정의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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