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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도시, 로컬, 재생

지금, 서울에 살고 계시나요?

전시 <서울살이와 집>

Text | Eunah Kim
Photos | 서울생활사박물관

전시 <서울살이와 집>은 오늘날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메트로폴리탄으로 발돋움한 서울이 막 형성되기 시작했을 즈음의 민낯과 그 얼굴의 주인들의 삶을 망라한다. ‘서울 토박이’는 누구인지, 그들이 살았던 집과 살고 싶은 집은 어디인지, 그들의 삶을 이룬 소비, 구직, 교육, 결혼, 출산과 육아 등은 어떻게 변해오고 있는지를 그린다. 삶과 소비 양식의 변화에 따라 집의 구조는 물론 집의 중앙을 채우는 가전과 가구가 점차 달라지는 모습을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잠실시영아파트 준공식(1975)




최근 몇 년 동안 ‘서울’이 인기였다. ‘메이드 인 서울’, ‘메이드 바이 서울’,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들’ 등 서울을 내세운 콘텐츠가 큐레이션 주제로 각광받았고, 해외 럭셔리 브랜드와 디자이너들도 서울 뿜어내는 영감에 주목하는 흐름이 이어졌다. 이는 국내발 도시 브랜딩을 넘어 뉴욕, 런던, 베를린 등 주요 메트로폴리탄에 견주어도 지지 않는 다양하고 독창적인 문화적 위상을 보여준 신호탄으로 비지기도 했다.



이렇듯 오늘날 우리가 서울이라는 도시를 대하는 감각은 물리적, 역사적 의미 그 이상이다. 그런데 모든 노스탤지어와 상상력의 토대가 된 서울의 실재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변화하는 삶의 양식을 따라 서울의 과거와 현주소를 그린 전시가 있다. 서울생활사박물관의 <서울살이와 집>이다.





도시형 한옥, 연립주택, 아파트 그 너머의 판잣집까지 서울의 다양한 집이 한눈에 보이는 풍경






전시는 전쟁 직후 폐허에서 오늘날 최첨단 도시가 된 서울의 풍경을 시작으로, 지난 70 년 동안 서울에서 살아온 이들이 일하고 가정을 꾸려온 이야기를 풀어낸다. 주택 마련, 자녀 교육, 직업 선택 등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삶의 면면을 아우른다.



서울의 면적과 인구 어떻게 자꾸 증가했으며, 누가 살아왔으며, 이들은 어떤 주거적 변천사를 겪었는지부터, 고밀집 주거 환경인 아파트의 시대별 내부 구조를 실제 크기로 보여주는 쇼룸까지 긴 세월을 압축적으로, 그러나 꼼꼼히 설명한다. 1960년대 도시형 한옥, 재건 주택, 2층 슬라브 양옥, 아파트가 한 뷰파인더에 잡힌 한 컷의 이미지가 특히 인상적이다.








전시 말미에 보여주는, 현재 서울 사람들의 ‘내 집 마련’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미니 다큐 <내 집 마련의 길>도 여운을 남긴다. 누군가에게 집은 젊은 시절을 맞바꾸면서까지 이를 악물고 사수해야 했던 생존의 보루였기에 이를 생각하면 아픈 대상이다. 그런가 하면 어떤 이에게는 해내야 했던 숙제 같은 것, 혹은 집을 사기 위해 진 빚마저도 내일을 살게 하는 동력이 될 정도로 만족스러운 보금자리다. 물론 집을 살 엄두조차 지 못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답변도 있다.



“훨씬 더 훌륭한 30대를 보낼 수 있었을 텐데 집 때문에 그게 안 됐고요. 이 집이 정말 내 집이다 하고 들어갔을 때 기쁘기보단 좀 서럽더라고요.- <내 집 마련의 길> 나이 지긋한 어르신 -



( 집 마련 성공 후) 빈집을 느끼고 싶어서, 내 집이라는 걸 온전히 느끼고 싶어서 아무것도 없이 텅텅 빈 집에 집사람이랑 둘이 하룻밤을 보낸 적이 있거든요. 그때 둘이 약속이랑 다짐도 많이 했죠. 갚아야 할 빚이기도 하지만 거기서 가족과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는 거잖아요.- <내 집 마련의 길> 40대 초반 남성 -



전시는 서울의 역사를 읊는다거나 서울의 브랜딩 변천사를 정리하지 않는다. 대신 서울에 살았던 사람들, 현재 살고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들로 하여금 집이란 무엇이고, 어떤 꿈을 꾸는지 이야기한다. 서울과 나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뒤돌아볼 여지를 준다.


전시에서 발견한 서울에 관한 재밌는 사실 가지




1. 천만 도시의 시작

‘천만 도시’라고 불리는 서울. 해방 이후 전쟁으로 폐허가 되었던 것을 감안하면 사실 빠르게 도달하기 쉬운 수치가 아니다. 1945 8 15일 해방 당시만 해도 서울 인구가 현재의 10분의 1도 채 안 되는 90 명이던 걸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한국전쟁을 치르고 1960년대 중반 들어 여의도, 강남, 잠실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도시 개발 붐으로 공사가 끊이지 않으면서 인구가 기 시작했다. 서울 인구는 1970년에 500 을 돌파했고 1978년에 800 을 찍었으며 드디어 1988, 서울올림픽이 열린 처음으로 1,000만 명을 넘어섰다. 40 년 만에 10배 이상 늘어난 세계적으로도 전례 없는 폭발적 증가세다. 한국 전체 인구의 4분의 1 이상이 서울에 사는 기이한 인구 분포 또한 1990년대부터 본격화됐다.



2. 서울시가 인정한 진짜 서울 사람

흔히 서울 사람이라고 하면 서울깍쟁이를 떠올리고, 대략 부모님 세대부터 서울에서 나고 자란 사람로 통용된다. 하지만 나라에서 인정한 서울 사람 기준이란 게 따로 있었다. 1994년 서울시는 조선왕조가 한양을 도읍으로 정하고 600주년을 맞아 진정한 ‘서울 사람’을 찾아 선정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른바 ‘서울 토박이’ 발굴 사업. 1980년대 고도성장기에 서울 유입 인구가 크게 늘면서 서울의 뿌리의 중요성이 부각되 상황이었다. 서울시의 토박이 선정 기준에 따르면 1910년 이전부터 한성부에서 살던 사람, 즉 ‘서울’이 ‘한양’이던 시절부터 살 이들의 후손만을 서울 토박이로 인정했다. 그 결과 전체 서울 시민의 0.12%만이 서울 토박이 인증을 받았다고.



3. 어디까지가 ‘인서울’이었냐면

해방 전만 해도 서울은 사대문 안을 포함해 북으로는 북한산, 남으로는 용산, 동으로는 전농동, 서로는 신촌까지, 즉 도성 바깥 10리까지를 일컬었다. 여기에 한강 남쪽의 영등포 지역이 1936새롭게 서울로 포함된 정도였다. 그리고 해방 이후 1949년이 되어서 서울 면적이 배로 늘면서 현재의 강북구 전체와 은평구, 서대문구, 마포구, 종로구, 성북구 일부 지역까지 관할구역 확장. 오늘날 서울의 기본 형태를 갖춘 것은 1963. 서울의 행정구역 다시 배 확대고 이때 영등포 동쪽이 서울시로 편입되면서 ‘영동지구’라고 불리던 곳이 오늘의 강남이 . 전시는 2023 4 2일까지 서울생활사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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