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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네트워킹, 로컬, 프리미엄

하룻밤 쉬어 가는 ‘쉼표’로서의 레스토랑

인버 레스토랑 & 룸

Text | Hey. P
Photos | Inver

‘먹고 머물며 연결될 것(Eat, stay, connect)’. 유수 매체들이 매년 스코틀랜드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선정하는 ‘인버’는 이 세 단어로 설명되는 신비로운 장소다. 현대적 노르딕 퀴진을 주창한 코펜하겐의 전설적 레스토랑 노마Noma 출신 셰프 팜 브런튼과 애니메이터였던 남편 롭 라티머가 공동 운영하는 레스토랑 겸 숙박 시설이다. 정찬을 즐기고 하룻밤 머물며 로컬 커뮤니티와 유대감을 쌓는 특별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레스토랑에서 두어 시간 근사한 정찬을 즐기고 그냥 돌아서기는 아쉬움이 클 때가 있다. 엄선한 제철 재료로 마련한 정갈한 런치와 디너 코스 외에 스타 셰프가 준비한 아침 메뉴는 어떤 맛일까? 이 같은 궁금증에 닿을 때면 꿈꾸던 레스토랑에서 하룻밤 묵으며 ‘삼시세끼’ 충분히 음미하고 싶어진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레스토랑 ‘인버Inver는 이를 가장 이상적인 모습으로 현실화된 공간으로 꼽힌다. ‘강 하구’라는 뜻의 이름에 걸맞게 인버는 바닷바람에 갈대가 흩날리는 스코틀랜드 서쪽 로크 파인Loch Fyne 해안에 자리한다. 부부이자 레스토랑을 이끄는 공동 대표 팜 브런튼Pam Brunton과 롭 라티머Rob Latimer는 런던에서 처음 만나 덴마크와 스웨덴 등지에서 생활하다가 고향 스코틀랜드로 돌아왔다. 자연과 환경을 존중하고 지역에서 더불어 사는 라이프스타일인 ‘로컬리’에 매료된 이들은 2015년 스코틀랜드 서해안에 제철 식자재를 중심으로 한 레스토랑을 오픈하기에 이른다.












“단순히 근사한 음식을 제공하는 맛집이 아니라, 주민들이 따뜻한 동네 햇살 아래 수확한 채소를 레스토랑 뒷문으로 분주히 나르는 공간, 지역 주민들과 연결되어 있는 식당을 운영하고 싶었어요.” 부부의 바람처럼 인버는 태생부터 철저하게 로컬과 상생하는 구조 안에서 성장했다. 레스토랑 운영에 남다른 철학을 고수해온 것도 그 때문이다. 지역 장인의 힘을 빌려 모든 인테리어를 설계한 것이 대표적이다. 인버는 지인들이 제작한 수제 그릇, 직물로 채워졌다. 브런튼의 아버지는 오래된 15세기 보트 하우스 일부를 개조해 농장 일꾼들의 간이 숙소로 사용하는 보티시스Bothies를 만들고, 라티머의 여동생 내외는 양치기 오두막을 설계했다. ‘공간을 통해 가족, 친구 또는 지역사회와 연결되고자 하는’ 바람을 담았다.










남다른 운영 철학에 힘입어 인버는 2022 <레스토랑 매거진> 선정 ‘베스트 레스토랑’, 내셔널 레스토랑 어워즈 주관 ‘영국 100 베스트 레스토랑’ 23위에 오르는 등 영국을 대표하는 레스토랑으로 자리매김했다. 인근 해안에서 어획한 제철 해산물, 불과 3km 떨어진 농장에서 수확한 식자재로 매 시즌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며 다섯 가지 테스팅 코스로 운영하는 저녁 메뉴 또한 인기다. 체육 교사 부부가 다이빙을 통해 채취한 가리비와 게, 레스토랑에서 불과 3km 떨어진 농장에서 재배한 채소. 이 소규모의 물물교환 시스템은 일과 삶 사이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며 인버를 지역사회에 정착시킨 동력이다.




지역 주민들과 연결되어 있는 식당을 운영하고 싶었어요.




지역과 강한 연결 고리를 형성하며 자리해온 인버는 최근 목재로 제작한 캐빈 형태의 독채 세 곳을 운영하며 스코틀랜드의 대자연과 완벽한 일치를 이루는 휴식 공간으로 기능한다. '한 끼 식사를 위해 방문하는 곳이 아니라, 하룻밤 쉬어 가는 목적지로서의 레스토랑'이라는 바람을 고스란히 담았다. 투숙객에게 맞춘 별도의 식단은 마치 유명 셰프의 별채에 묵은 듯 아늑하고 특별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페스카타리안, 비건 버전으로도 메뉴를 주문할 수 있는 데다 글루틴과 유제품을 배제한 식단도 가능하다. 이른 아침 라탄 바구니에 담겨 캐빈까지 배달되는 신선한 오렌지 주스, 핸드 드립 커피, 수제 잼과 빵으로 구성된 브렉퍼스트는 감동이라 할 만하다.








얄궂게 세찬 바람이 불어닥치는 연초가 되면 레스토랑과 숙박 시설은 잠시 문을 닫는다. 이 기간 동안 인버는 공간을 손보거나 지역 주민과 소통하며 새로운 시즌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한때 300여 명의 주민이 군락을 이루며 살던 호숫가는 긴 침묵의 시간을 보낸 끝에 인버를 통해 새로운 교역소로 탈바꿈하고 있다. 결국 한 공간이 긴 시간 자생할 수 있도록 견고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지역과 단단한 연결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셈이다. 영국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토스트>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브런튼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나 자신을 이 호숫가의 역사 중 하나로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는 아름다운 자연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훌륭한 요리사들에게 인버라는 공간을 통해 기회를 주고 싶다. 사람들에게 즐겁고 보람 있는 직업장이자 지역사회의 일원 같은 곳이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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