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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노마드, 프리미엄

사진가가 포착한 가장 사적인 공간

프랑수아 알라르 사진전: 비지트 프리베

Text | Young-eun Heo
Photos | Piknic

한 시대의 문화를 이끌고 영감을 주는 위대한 인물의 집 혹은 작업실에 방문한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상상만 해도 가슴 두근거리는 이 경험을 사진가 프랑수아 알라르는 평생 해왔다. 그리고 자신만의 시선으로 공간과 그곳에 놓인 사물을 재해석함으로써 공간의 주인이었던 인물의 역사와 내면을 전달한다.








서울 회현동에 위치한 피크닉에서 열리는 <프랑수아 알라르 사진전: 비지트 프리베>의 서문은 누군가의 사적인 공간에 방문한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를 예찬하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처음 읽었을 때는 살짝 과장처럼 느껴졌지만 이를 내 삶에 대입해보니 사실임을 깨달았다. 집이든 작업실이든 나의 사적인 공간에 타인을 초대한다는 건 그만큼 허물없이 내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준다는 의미일 테니까.




“누군가의 사적인 공간을 방문하는 것은 우리가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은밀한 특권이자 호사 중 하나다.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나도 그런데 한 시대의 문화와 취향을 이끄는 예술가나 작가, 컬렉터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심지어 그들의 공간은 모두가 궁금해하는 마법의 궁전과도 같지 않은가. 그래서 어쩌면 영향력이 큰 인물일수록 자신의 사적 공간을 공개하기를 꺼리는 것일 테다.



그런데 사진가 프랑수아 알라르는 이들의 마음의 빗장을 열고 그 비밀의 공간으로 들어간다. 한 개인의 역사는 물론 욕망과 상처까지 담긴 공간을 관찰하고 프레임에 담는다. 프랑수아 알라르는 이러한 특별한 경험을 평생 누려왔으며 지금도 여전히 누리고 있다. 그가 지금까지 방문해서 기록한 공간의 주인은 폴 세잔, 데이비드 호크니, 루이스 부르주아, 코코 샤넬, 이브 생로랑, 릭 오웬스 등 시대를 이끌고 동시대인들에게 영향을 미친 예술가와 디자이너, 건축가, 컬렉터 등이다. 여기에 과거 르네상스 시대의 건축가도 포함된다. 그래서 프랑수아 알라르의 사진은 시대를 넘나들고 건축, 문학, 디자인, 미술, 패션과 같은 문화를 관통한다.








일찍이 사진가로 자신의 길을 정한 프랑수아 알라르는 19세라는 어린 나이에 <콘데 나스트> 편집국장 알렉산더 리버만에게 스카우트되었다. 이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유명 잡지 화보와 표지, 광고 사진을 촬영했다. 빠르고 정신없는 촬영 일에 지쳐갈 때쯤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작업에 더 집중하기로 마음먹는데, 그것이 바로 누군가의 공간을 촬영하는 일이었다.



패션과 광고 사진가가 갑자기 공간 사진가로 변신한 데에 의아함이 생기겠지만, 프랑수아 알라르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으면 자연스러운 결과임을 알 수 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이자 잡지 에디터였던 부모님은 집을 아름답고 화려하게 꾸몄고, 몸이 약했던 프랑수아 알라르는 집을 탐구하고 그것을 기록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이 어린 시절의 추억이 고스란히 무의식에 남아 그를 한 개인의 사적 공간을 촬영하는 사진가가 되도록 이끌었다. 여기에 어렸을 때부터 쌓아온 예술에 대한 사랑, 이를 통해 키워진 취향과 감성이 더해져 다른 공간 사진과는 다른 프랑수아 알라르만의 공간 사진이 탄생했다.








프랑수아 알라르의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의 사진에는 다른 공간 사진에서는 볼 수 없는 한 끗, 즉 그만의 감성이 담겨 있다고 말한다. 공간을 사실적으로, 또는 더 좋게 보이도록 촬영하는 것보다 그만의 해석이 엿보인다는 뜻이다. 실제로 프랑수아 알라르는 공간을 눈에 보이는 대로만 촬영하지 않는다. 오래도록 공간을 관찰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그는 공간을 넘어 그곳의 주인이었던 인물의 역사와 감성을 포착하고 전달한다. 작가는 이러한 작업 과정을 “유령을 찍는 것과 같다”고 표현한다.



그래서 인물 없이 공간만 덩그러니 찍힌 사진에서도 사람의 존재가 느껴진다. 이미 세상을 떠나 없는 폴 세잔의 스튜디오에서도, 사울 레이터의 텅 빈 작업실에서도 관객은 미미하게 인물의 존재를 느끼고 그가 어떤 사람인지 상상하게 된다. 때로는 공간을 채운 사물이 인물을 대변하는 경우도 있다. 전 세계에서 가져온 신기하고 화려한 수집품으로 가득 찬 이브 생로랑의 거실, 대형 조각품과 같은 가구들이 놓인 릭 오웬스의 집이 그런 경우다.



<프랑수아 알라르 사진전: 비지트 프리베>는 프랑수아 알라르가 전 세계를 돌며 촬영한 사진 200여 점을 선보인다. 그리고 관람객의 감상과 이해를 돕기 위해 사진 속 공간이 누구의 공간인지, 어떠한 의미를 지녔는지, 프랑수아 알라르가 무엇에 초점을 맞췄는지 등을 캡션으로 자세히 소개한다. 덕분에 전시 포스터와 전시장 외관을 장식한 ‘라 쿠폴라La cupola’가 버려진 폐허가 아니라, 영화 감독과 배우의 이별 스토리가 담긴 쓸쓸한 장소임을 알 수 있었다.










전시는 1층부터 4층까지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 세심한 동선을 따라 천천히 둘러보고 나면 유명 인사들의 사적인 공간을 간접 경험했다는 즐거움과 프랑수아 알라르의 작품 세계와 높은 예술적 취향이 기억 속에 남는다. 프랑수아 알라르는 작가로서 제일 중요한 점으로 ‘공간을 자기 눈으로 재해석하고, 그를 통해 발견한 것을 타인에게 전달하는 일’을 꼽았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전시를 다 감상하고 나면 프랑수아 알라르가 쓴 한 편의 이야기를 듣고 온 기분이 든다.



‘사적인 방문', ‘은밀한 방문'이라는 뜻의 전시 제목처럼 사진가의 눈으로 개인의 은밀한 부분을 들여다보는 특별하고도 신기한 경험을 한 관람객은 누군가의 사적인 공간을 방문한다는 건 그 사람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과 마찬가지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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