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지 <포브스>의 최근 기사는 제품을 알리고 이미지를 구축하는 브랜딩에서 콘텐츠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당연하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이 명제를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광고 캠페인과 달리 콘텐츠는 영원하다. 한번 생성된 콘텐츠는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존재한다. 높은 수준의 통찰력 있는 이야기는 오랫동안 브랜드의 가치를 기억하도록 만드는 잠재력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양질의 콘텐츠가 기업의 규칙이 된 시대를 살고 있다.”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 ‘마이 비즈 니치My Biz Niche’ 창립자 숀 번Shawn Byrne의 명제는 브랜드를 관통하는 콘텐츠가 트렌드를 리드하는 현실을 이야기한다. 상품을 잘 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콘텐츠가 중요한 시대다. 자사 홈페이지 한편에 제품 관련 기사를 제공하던 웹진이나 카탈로그 형태의 룩북 대신 디지털 시대의 콘텐츠는 그 자체로 하나의 완결성을 지닌다. 과거 노골적으로 제품을 홍보했던 백화점 카탈로그식 구성과 달리, 트렌드를 이끌고 선도하는 포괄적 인사이트를 제시할 때 기존 고객의 브랜드 충성도가 응집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브랜드의 본질과 철학을 설파하는 양질의 콘텐츠는 브랜드의 성패를 가늠하는 필수 조건이 된 지 오래다. 세계적 경제지 <포브스Forbes>의 최근 기사는 제품을 알리고 이미지를 구축하는 브랜딩에서 콘텐츠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당연하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이 명제를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광고 캠페인과 달리 콘텐츠는 영원하다. 한번 생성된 콘텐츠는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존재한다. 높은 수준의 통찰력 있는 이야기는 오랫동안 브랜드의 가치를 기억하도록 만드는 잠재력이 있기 때문이다.”
“높은 수준의 통찰력 있는 이야기는 오랫동안 브랜드의 가치를 기억하도록 만드는 잠재력이 있다.”
본격적으로 디지털 시대가 열린 2000년부터 지금까지 승승장구해온 브랜드에는 늘 좋은 콘텐츠가 든든하게 뒷받침해주었다. 몇 수 앞을 내다보는 영민한 브랜드들은 론칭과 동시에 자체 미디어를 출간해 브랜드 자체가 ‘최대한 드러내지 않는 방식’으로 브랜딩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을 대표하는 기능성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Patagonia는 이 분야에서 신화 같은 존재로 여겨진다.
환경보호를 주창하는 이벤트와 온라인 콘텐츠 및 다큐멘터리에 막대한 투자를 해온 파타고니아는 역설적이게도 소비주의의 부정적 측면을 부각하는 콘텐츠로 소비자들에게 브랜드의 정체성을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뉴욕 광고계를 대변하는 필름메이커 제프 로젠블럼Jeff Rosenblum은 말한다. “파타고니아는 늘 세상을 구할 것 같은 신뢰를 주는 ‘약속의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파타고니아는 대단히 적극적으로 나무를 껴안으며 환경보호를 외치는 인물,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을 소개하는 콘텐츠 대신 거센 대자연을 즐기는 인물들의 단편을 통해 조금씩이나마 대중의 삶이 개선되기를 바라는 브랜드의 철학을 담는 데 집중해왔다.”
온라인 매거진 <포천제트FortuneZ> 대표인 마리아 크람트소바Maria Khramtsova는 콘텐츠 생산 시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를 꼽는다. 키워드도 중요하지만 타깃 고객에게 진정한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영국의 부동산 중개업체 ‘더 모던 하우스The Modern House’의 콘텐츠 기획은 종종 모범 답안처럼 거론된다. 리모델링을 거쳐 감각적이고 세련된 모습으로 거듭난 ‘디자인 하우스’를 판매하는 이 부동산 중업체는 ‘근사한 집 내외부를 담은 사진’으로 카탈로그를 제작하는 등 동일 이름의 매거진 <더 모던 하우스>를 창간했다.
2005년 <월페이퍼Wallpaper> 출신의 디자인 저널리스트 맷 기버드Matt Gibberd와 알버 힐Alber Hill이 설립한 이 에이전트는 강력한 에디토리얼 콘텐츠, 특히 매거진 수준의 사진 촬영과 트렌드를 선도하는 영민한 기사로 2022년 350채의 부동산 거래를 이루며 B 코퍼레이션Corporation 멤버로 등극했다.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을 하는 기업에 부여하는 B 코퍼레이션 인증마크를 획득하는 것은 상당히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교통, 위치, 학군을 앞세워 “그러니까 이 집을 구매하세요”라는 직설적인 판촉 기사 대신 ‘무릇 집이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담는 의미 있는 공간’이라는 데 초점을 맞춰 부동산의 새로운 가치를 드러내는 데 집중했다.
‘사람들이 보다 사려 깊고 아름다운 방식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부동산 중개업체’라는 슬로건을 만든 이 업체의 매거진 <더 모던 하우스>은 언제 봐도 파격적이다. “부동산 중개업에 관한 메뉴얼을 새롭게 다진 콘텐츠”(<에스콰이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시도 가운데 하나”([GQ]
영국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토스트Toast’ 또한 콘텐츠가 브랜드 전반을 리드하고 판매 제품까지 아우르는 독자적 브랜딩 방식으로 유명하다. 1997년 웨스트웨일스에서 잠옷을 판매하는 소규모 소매업체로 시작한 이 브랜드는 슬로 패션과 오래도록 착용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홈 데코 품목을 소개해왔다. 브랜드의 정체성은 품질 좋은 소재와 자체 생산하는 유니크한 패턴에서 찾을 수 있다. 20대 후반에서 90대 사이 모든 연령대, 창의적이며 예술에 관심이 많은 이들을 타깃으로 한 토스트 또한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자사 홈페이지 내 매거진을 운영하는 전략을 취했다.
잡지, 팟캐스트, 다양한 부대 이벤트를 위한 콘텐츠가 브랜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토스트 설립자 수지 드 로한 윌너Suzie de Rohan Willner는 말한다. “우리 브랜드와 고객들이 어떠한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는지 사색적이고 사려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팬데믹 기간에 이 같은 콘텐츠는 더 많은 독자들에게 소구되었고, 토스트 제품에 관한 소비와 의류를 입는 행위에 대한 고민을 촉진했다.” 그간 영국 전역의 공예가, 문인, 그리고 토스트와 유사한 슬로 라이프를 지향하는 카페와 레스토랑까지 다뤄온 토스트 브랜드의 자체 매거진 <토스트Toast>는 최근 팟캐스트로 콘텐츠를 확장해 애플 팟캐스트 차트 상위 100위권에 진입하는 등 브랜드를 리드하고 있다.
브랜드의 콘텐츠가 글과 사진, 방송 형태를 취하는 ‘유형’의 결과물일 필요는 없다. 에이스 호텔Ace Hotel과 에어비앤비AirBnB의 사례는 ‘좋은 콘텐츠란 브랜드의 철학이 얼마나 창의적이고 확고한지에 따른’ 스토리텔링 방식의 결과임을 증명한다. 1999년 시애틀에 처음 문을 연 에이스 호텔은 창립자들의 독특한 목표를 공간 전체에 담아 그 자체로 콘텐츠가 된 사례다. 일반적으로 신흥 지역에 자리한 100년 넘은 유서 깊은 건물을 보수하고, 지역 기반 브랜드와 건축자재, 예술가의 작품 등으로 건물을 완성해 로컬리티를 강조하는 전략을 세웠다. 현지인의 집을 빌려 여행자가 아닌 그곳에 사는 로컬처럼 여행을 즐긴다는 에어비앤비의 스토리텔링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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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nsegae Loves the 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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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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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넷 S5000, 더포름 포드 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