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인 아티스트가 답한 집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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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인 아티스트가 답한 집의 본질

쿠퍼 휴잇 전시 “메이킹 홈”

집은 단순한 거주 공간을 넘어 개인의 삶과 가치,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중요한 장소로 기능한다. 미국 뉴욕의 쿠퍼 휴잇 스미스소니언 디자인 뮤지엄에서는 이를 심도 깊게 다룬 “메이킹 홈”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는 집의 물리적, 정서적 요소를 탐구하는 동시에 집이 사람들의 경험, 행동, 커뮤니티에 미치는 영향을 다양한 시각에서 조명한다. 25명의 아티스트가 선보이는 다양한 설치 작품이 미학적 설득력을 더한다.




“The House That Freedoms Built” by La Vaughn Belle / Photos: Ann Sunwoo ©Smithsonian Institution



새롭게 시작하고자 하는 기저 심리 때문인지 모르겠다. 새해가 되니 한 번쯤 지금 사는 공간, 집을 새삼 돌아보게 되는 것 말이다. 새로운 한 해를 맞는 나의 공간은 어떤 모습일까. 삶의 중심인 집을 다각도로 들여다보며 토지, 문화 등에 얽힌 구체적 질문을 제시하는 자리가 있다. 미국 뉴욕의 쿠퍼 휴잇 스미스소니언 디자인 뮤지엄에서 집을 주제로 한 전시가 한창이다. 올해 8 10일까지 열리는 "메이킹 홈-스미스소니언 디자인 트리엔날레"은 집의 물리적, 정서적 요소를 형성하는 데에서 디자인의 역할, 나아가 사회적 관계를 탐구하는 자리다.


집 만들기라는 뜻의 전시명에서 언뜻 건축양식이나 인테리어 트렌드를 담은 듯하지만, 집을 중심으로 파생되는 단어, 시대별로 주목할 만한 인테리어 양식부터 제도적 실험, 피난민과 유전자 복제 같은 다각도의 사회적 문제까지 아우른다. 사실 맨해튼 5번가와 91번가의 교차점에 자리한 쿠퍼 휴잇 스미스소니언 디자인 뮤지엄은 그 자체로 하나의 역사적인 건물 양식이다. 미국 철강 산업의 거물 앤드루 카네기의 저택이었던 곳으로 전시장 자체가 이미 누군가의 집으로 기능했던 역사를 품고 있다. 입구에 설치한 미국 아티스트 라 본 벨의 작품 자유가 지은 집(The House That Freedoms Built)이라는 이번 전시의 본질적 메시지를 전한다.




“Game Room” by Liam Lee and Tommy Mishima / Photos: Ann Sunwoo ©Smithsonian Institution



“Welcome to Territory” by Lenape Center with Joe Baker / Photos: Ann Sunwoo ©Smithsonian Institution



“So That You All Won’t Forget: Speculations on a Black Home in Rural Virginia” by Curry J. Hackett / Photos: Elliot Goldstein ©Smithsonian Institution



“Is a Biobank a Home?” by Heather Dewey-Hagborg / Photos: Ann Sunwoo ©Smithsonian Institution



“We:sic ’em ki” by Terrol Dew Johnson and ArandaLasch / Photo: Elliot Goldstein ©Smithsonian Institution



크게 세 가지 테마로 구성한 전시는 층별로 집에 관한 다양한 관점을 다룬다. ‘고잉 홈존에서는 사람들이 주거 공간에 의해 어떻게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내외 공간을 가로지르는 다양한 주거 요소에 대한 작가의 새로운 해석을 선보이는데, 이를 통해 사람들의 경험, 행동, 가치에 미치는 영향까지 아우른다. 공간에 대한 사고의 전환을 유도하는 아이디어도 흥미롭다. 리암 리와 토미 미시마게임 룸이 대표적이다. TV와 소파를 구비한 전형적인 게임 룸이 아닌, 게임 과정에서의 몰입과 집중, 폭발하는 감정을 도식화해 화려한 색상의 의자와 테이블에 담았다.


2층에서는집 찾기(Seeking Home)’를 주제로 집에 대한 기존 정의에 도전하는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문화유산, 난민들의 피난처 등 작가마다 집에 관한 다양한 정의를 내린다. 특히 자국의을 확장하기 위해 타인의을 침범했던 지배의 역사를 미학적으로 풀어낸 안목이 돋보인다. 조 베이커웰컴 투 테리터리는 전시실 천장에 사냥에 쓰는 독수리 깃털로 제작한 망토를 매 단 작품으로, 영토를 지배하고자 전쟁을 일으킨 권력자들을 표현했다. 커리 해켓은 버지니아 흑인 사회 부락을 전시실로 옮겨왔는가 하면, 헤더 듀이-해그보그는 유전자 발굴 연구를 수행하는 실험실바이오뱅크를 설치해이것이 과연 집인가(Is a Biobank a Home?)”라는 심오한 질문을 던진다.



집의 본질은 집의 내부를 넘어 외부, 위치와 환경, 커뮤니티를 아우른다. 그것이 우리의 기억, 행동, 가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최근 미래의 집에 대한 현실적 대안을 제시하는 전시가 높은 공감을 얻고 있다. 3층의빌딩 홈존은 단독주택 건설 모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커뮤니티 공간, 협동 생활, 토지 관리, 탈식민지 관행 및 역사 보존을 수용하기 위해 주택을 확장하고 재정의한다. 우리 시대 최고의 이슈로 떠오른 난민, 그들의 보금자리를 어떤 식으로 제공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한 디자인 그룹 디자이닝 저스티스 + 디자이닝 스페이스이동식 피난처(Mobile Refuge Rooms)’가 대표적이다. 마치 이케아 전시장 일부를 옮겨온 듯한, 원목으로 마감한 침실 공간은 침대, 책상, 선반, 옷장 등을 유닛 형태로 제작해 기능을 강조했다. 25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한 이번 전시는 집에 관한 작가들의 코멘터리, 사진과 에세이, 담화를 더해 2월경 출판물로도 제작 예정이다. 출판물의 디자인은 매거진 <시리얼cerealmag> 발행인 서니 박이 담당한다.


전시의 일관된 담론은 단 하나, 집에 관한 이야기다. 가족, 지역사회, 장소를 연상시키는 동시에 문화 및 역사와의 관계를 나타내는 선택된 물건과 감각적 경험으로 독특하게 구성된다. 집이라는 공간의 본질은 내부를 넘어 외부, 위치와 환경, 커뮤니티를 아우른다. 그것이야 말로 우리의 기억, 행동,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일 것이기 때문이다.



Text | Nari Park

Photos | Cooper Hewi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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