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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라이프스타일, 리테일, 프리미엄

브랜드가 일탈하는 이유

패션 브랜드 마케팅




자라가 서울에 문을 연 자카페내부



최근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카페를 매장에서 함께 운영하는 패션 브랜드가 늘고 있다. 일찍이 카페를 통해 브랜드 정신을 전달했던 메종키츠네를 시작으로 디올, 랄프로렌, 티파니앤코, A.P.C., 유니클로 등 많은 브랜드가 기존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고 새로운 고객 유입을 이끌기 위해 이러한 리테일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심지어 이들 카페는 도시의 명소가 되어 관광객이나 옷이 아닌 커피를 즐기려는 일반 고객의 발길을 이끌기도 한다. 패션 브랜드가 매장에 F&B 공간을 마련해 브랜드 정신을 전달하려는 사례는 이전부터 있었지만, 팬데믹 이후 럭셔리 브랜드부터 스파 브랜드까지 대부분의 브랜드가 본격적으로 F&B에 도전하는 모습이다. 옷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문화를 형성하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걸 넘어 먹고 마시는 문화에까지 영역을 확장한다는 것은 곧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자리 잡고자 하는 패션 브랜드의 욕망을 드러낸다. 패션 미디어 패스트 컴퍼니Fast Company”는 패션 브랜드의 카페 마케팅을 다루는 기사에서패션 브랜드의 카페는 패션을 넘어 삶 전체를 관통하는 분위기와 미학까지 아우르는 브랜드로 알려지고 싶은 열망을 보여주는 또 다른 방법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패션 브랜드가 현대인에게 휴식처 같은 장소인 카페를 선택한 이유는 명확하다. 적게는 몇십만 원, 많게는 몇백만 원을 호가하는 옷과 액세서리보다 아무리 비싸도 몇만 원 이내인 커피와 디저트가 상대적으로 구매하기 쉽기 때문이다. 와인과 음식을 다루는 미국 매거진 푸드 & 와인핸드백에 수백만 원을 소비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이지만, 로고가 그려진 초콜릿 케이크 한 조각은 누구나 사 먹을 수 있다라고 했다. 게다가 카페는 가구부터 테이블웨어까지 일상의 물건을 마주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패션 브랜드의 카페는 인테리어와 기물에 신경을 쓴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잘 해석한 인테리어는 브랜드가 말하고자 하는 삶의 아름다움을 전달해주는 동시에 고객이 그것을 따라 하고 싶도록 심리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위 사진) 르 카페 루이비통 NYC





(위 사진) 불가리 호텔 로마





(위 사진) 생 로랑 바빌론



패션 브랜드가 카페 마케팅에 적극적인 이유로 팬데믹 이후 변화한 소비 트렌드를 꼽는 사람도 있다. MZ세대는 전 세계적으로 소비의 주체가 되었다. 이제 더 이상 오프라인 매장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MZ세대 소비자에게 중요한 건 소유보다 실천과 경험이다. 리테일 컨설팅 회사 피치Fitch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래스데어 레녹스는 한 인터뷰에서밀레니얼 세대의 45%는 물건 구매보다 매장에서의 경험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제 브랜드들은 소비자에게 매장을 방문할 이유를 제공해야 한다라고 현재의 리테일 트렌드에 관해 설명했다. 패션 브랜드 카페는 이러한 변화에 적합한 마케팅 수단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패션 브랜드 카페를 경험하려고 매장을 방문하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으며, 이들이 와서 찍은 사진을 소셜 미디어에 올림으로써 브랜드는 큰 광고 효과를 얻는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확장하려는 패션 브랜드의 움직임은 다른 분야로까지 이어진다. 구찌, 루이 비통, 아르마니 같은 럭셔리 브랜드는 레스토랑을 열어 고급스러운 미식 문화를 전한다. 유명 디자이너, 아티스트와 인테리어를 협업하고 자사에서 출시한 가구와 조명, 테이블웨어를 사용해 고객이 레스토랑에 들어선 순간부터 나갈 때까지 브랜드가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직접 경험하도록 한다. 또한 미슐랭 출신 셰프를 영입해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미각으로 구현함으로써 고객에게 더 큰 즐거움을 전달한다.


때로는 서점, 갤러리 같은 문화·예술 공간을 운영하는 패션 브랜드도 있다. 생로랑은 프랑스 파리에생로랑 바빌론이라는 서점을 열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취향을 바탕으로 선별한 잡지, 레코드, 예술 작품 등을 판매한다. 또한 빈티지 가구와 구하기 어려운 희귀 서적을 전시해 생로랑이 추구하는 취향과 문화를 천천히 둘러보도록 했다. 이 외에 휴식과 일상을 아우르는 호텔 분야에 진출한 브랜드도 있다. 펜디, 프라다는 각각 런던과 베네치아에 위치한 호텔과 협업해 브랜드의 제품을 경험할 수 있는 특별 객실을 마련하거나 리조트 컬렉션을 선보였다. 하이 주얼리 브랜드 불가리는 런던, 두바이, 상하이, 로마 등 유명 관광도시에서 직접 호텔을 운영해 브랜드의 철학을 시간과 경험으로써 전달한다.



밀레니얼 세대의 45%는 물건 구매보다 매장에서의 경험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패션 브랜드가 F&B, 문화·예술, 일상과 여행 등 우리 삶을 이루는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는 데에는 결국 소비자의 삶에 더 적극적으로 영향을 미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사실 패션은 단순한 의미의 옷을 넘어 그 옷을 입을 때의 태도, 살아가는 방식을 말하는 수단이다. 그렇기에 패션 브랜드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자리 잡고자 하는 노력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인지도 모른다.



Text | Young-eun Heo

Photos | ZARA, Ralph Lauren, Louis Vuitton, Bulgari, Saint Laur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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