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IV



FEATURE|다양성, 큐레이션, 힙스터

대중 심리 담긴 캐릭터 인형 열풍

캐릭터 인형 ‘라부부’

2025년 상반기 대표 아이템으로 하나를 꼽자면 당연히 라부부다. 토끼 같은 귀, 살짝 찡그린 눈썹과 주근깨, 웃는 입술 사이로 보이는 삐죽거리는 이빨, 부드러운 털로 감싸인 두루뭉술한 몸매. 못생김과 귀여움 사이에서 줄다리기하는 외모를 가진 라부부는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라부부는 홍콩 아티스트 카싱룽Kasing Lung이 지은 동화에 등장하는 요괴로 북유럽 신화에서 영향을 받아 탄생했다. 동화 속 등장인물인 라부부를 피겨와 키링으로 제작한 건 중국 아트 토이 기업 팝마트Popmart와의 계약을 통해서다. 이후 블랙핑크 리사와 로제, 리한나, 두아 리파 등 셀러브리티와 유명 인플루언서들의 가방에 키링으로 등장하면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게 되었다. 라부부의 매력을 먼저 알아본 패션계는 빠르게 움직였다. 브랜드 컬래버레이션은 당연하고 2024년에는 패션쇼에 출연하기도 했다. 그리고 2025년 현재, 라부부를 사기 위해 많은 사람이 팝마트 매장 앞에서 줄을 서고, 리셀 마켓에서는 최대 10배가 넘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이제 라부부는 콘텐츠 소재와 개성 표현의 수단으로도 여겨지고 있다. 틱톡과 인스타그램에는 라부부 언박싱이 인기 동영상으로 뜨고, 몇몇 사람들은 라부부에 옷과 액세서리를 더해 자신만의 라부부로 재탄생시킨다.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인형 꾸미기취미가 라부부에게도 적용되고 있다. 라부부 열풍을 분석한 전문가들은못생긴 귀여움을 추구하는 MZ세대의 미감을 라부부의 인기 요인으로 꼽는다. 자유롭고 개성 강한 상상 속 요괴인 라부부는 뾰족한 이빨을 드러내며 활짝 웃는데, 섬뜩하기보단 익살스럽고 밉지 않은 장난꾸러기처럼 보인다.














현재 MZ세대는귀엽다는 단어를 이전과 다르게 정의한다. 과거의 귀여움은 동그란 외형에 촉감이 부드러운 무언가였다면, 지금은 정돈되지 않은 형태와 통통 튀는 색감이라도 엉뚱한 매력이 있는 것을 의미한다. 라부부가 등장하기 전 MZ세대가 열광했던 캐릭터를 보면 그들의 귀여움의 기준을 알 수 있다. 요괴의 모습에 사람 이빨을 가진퍼글러Fuggler’, 자유롭게 그린 고양이처럼 보이는모남희’, 삐뚤삐뚤한 선이 매력적인망그러진 곰등은 이전 세대의 눈으로 봤을 땐 못생겼지만 현재 젊은 세대에게는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이처럼 MZ세대를 중심으로 귀여움의 정의가 달라지는 현상에 대해 타임스>다름을 수용하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자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인기 요인으로, 불안한 세상에서 작고 확실한 안식을 얻으려는 MZ세대의 심리를 꼽기도 한다. 팬데믹과 경기 침체, 기후 문제에 직면한 지금의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와 비교했을 때 경제적 안정을 이루는 시기가 늦어지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 이는 곧 삶에 대한 통제력이 약하다고 느끼게 만들어 미래에 대한 투자보다는 적은 비용으로 지금 당장 얻을 수 있는 심리적 안정과 보상을 추구하게 된다.


심리학자 대니얼 글레이저Daniel Glazer “MZ세대는 경기 침체, 팬데믹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해 인생의 목표를 달성하는 시기가 늦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장난감, 키링과 같이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작은 아이템을 통해 통제력과 즉각적인 만족감을 느낍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라부부의 판매 방식은 MZ세대의 이런 심리를 더 자극한다. 라부부는 뜯기 전까지 어떤 제품이 나올지 모르는 랜덤박스 방식으로 판매하는데, 이는 내가 원하는 제품이 나왔을 때 더 높은 만족감과 심리적 보상을 제공해 라부부를 또 사고 싶게 만든다. 임상심리학자 트레이시 킹Tracy King은 장난감 수집은 예측하기 어려운 세상에서 작지만 얻기 쉬운 감정을 느낄 수 있어 정서적 회복에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라부부는 소비라는 행위 뒤에 숨겨진 대중의 심리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라부부 열풍을 조심해야 한다는 경고 메시지도 서서히 주목받고 있다. 랜덤박스를 뜯었을 때의 짜릿함에 너무 몰입하면 불필요한 과소비를 불러올 수 있기에 합리적 소비가 되도록 유의해야 한다. 리셀 가격의 지나친 상승도 투기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지난 6월 중국의 한 옥션에서 라부부의 초기 조각상이 2억 원 넘는 가격에 낙찰되면서 라부부를 투자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아졌다. 이에 따라 한정판의 리셀 가격은 10배가 넘게 뛰어오르는 중이다. BBC는 투자 목적으로 라부부를 구매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경고했다. 라부부의 영향력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 여파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경험에 미뤄보면 IP 캐릭터 붐은 길어야 2년이었고, 희소성이 크지 않아 투자 가치가 낮았다.


이 손바닥만 한 캐릭터 인형은 세계를 뒤흔들 뿐만 아니라, 현재 소비 트렌드를 집약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유명인을 따라 물건을 사는 디토ditto 소비, 작은 사치로 심리적 만족감을 얻는 스몰 럭셔리, 유행에 뒤처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FOMO(Fear of Missing Out) 현상, 구하기 힘든 한정판을 원가보다 비싸게 판매하는 리셀 등. 이처럼 라부부는 소비라는 행위 뒤에 숨겨진 대중의 심리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다양한 전문가들이 라부부 열풍을 단순히 유행으로 치부하지 않는 이유다.



Text | Young-eun Heo

Photos | POPMART 



RELATED POSTS

PREVIOUS

새로운 내 집을 향한 첫걸음
하우스 리터러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