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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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입주자용 선물 키트

Text | Eunah Kim
Photography | Studio Faye Toogood







‘집을 산다’는 것은 인생의 새로운 챕터를 시작하는 중요한 사건이라 할 만하다. 그 어떤 구매보다 신중하게 고민했을 고객의 결정을 축하하는 어느 부동산 회사는 사려 깊은 입주 기념 선물을 준비했다. 이름하여 ‘아웃사이드 더 박스 Outside the Box’. 영국의 남다른 부동산 중개사 모던 하우스가 디자인 스튜디오 파예 투굿 Faye Togood과 협업해 고안하고 제작해낸6개의 물건이 담겼다. 200개 한정으로 선보인 이 박스는 샴페인 한 병이나 꽃바구니 등 입주를 환영하는 보통의 선물 대신 앞치마, 머그, 공기, 열쇠고리, 카드, 캔들이 들어 있다. 이 여섯 개 오브제는 스튜디오 파예 투굿의 큐레이션 아래 그간 모던 하우스와 인연을 맺어온 로컬 디자이너들과 협업해 하나씩 완성한 것이다.



“보통 집을 사면 무난한 샴페인 한 병이나 특징 없는 향초를 주곤 하는데 사실 당신이 마음을 다해 좋아하는 제품들은 아니죠.
조금 더 의미 있고 오래가는 선물이었으면 했어요.”



“보통 집을 사면 무난한 샴페인 한 병이나 특징 없는 향초를 주곤 하는데 사실 당신이 마음을 다해 좋아하는 제품들은 아니죠. 조금 더 의미 있고 오래가는 선물이었으면 했어요. 아름다운 머그 하나에서 시작했다가 선물 상자로 콘셉트를 키웠어요. 이사하는 날은 곧 기능적이면서도 세심하게 디자인된 새로운 박스 하나를 여는 셈이 된 거죠”라고 파예 투굿은 말한다.









‘새로운 집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하는 질문에 그와 디자이너들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았지만 이내 진흙, 가죽, 우드, 종이, 면 등 본질적이고 클래식한 재료에 집중하며 리스트를 줄여나갔다. 모던하우스 특유의 커뮤니티로 묶일 정도로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고객을 고려해 강렬한 색상 대신 뉴트럴하고 모던한 톤과 범용성을 염두에 뒀다. 도자공예가 올리비아 피드는 갈색 점토로 빚어 안쪽에는 붉은 유약을 바른 머그를 만들었고 레진을 베이스로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작가 말고자타 바니는 크림색의 석고 플라스터 보울을 제작했다. 비스포크 슈메이커 세바스티앙 타렛은 풋웨어 대신 가죽과 구리를 조합한 열쇠고리를, 런던 허니 컴퍼니의 스티브 벤바우는 검은색 미르온 글래스 Miron glass에 담은 내추얼 비즈왁스 캔들을 제공했고,이탈리아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 발레리아 아르메니와 필드 프로젝트의 디자이너 톰 와트는 리소 프린트한 아트워크가 돋보이는 카드 세트를 선보였다. 파예 투굿은 패션 디자이너이자 자매인 에리카 투굿과 함께 하얀 면으로 만든 앞치마를 제작했다.



부동산 에이전시가 집을 파는 것 말고도 문화적인 임팩트로 사람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을 수 있음을 강조한다.



2005년 설립한 모던 하우스는 부동산을 사고파는 일을 하지만, 디자인을 전면에 내세우며 디자인 커뮤니티에 깊숙이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독특한 집단이다. 두 명의 공동 창업자 맷 기버드 Matt Gibberd와 알버트 힐 Albert Hill 모두 건축과 디자인에 조예가 깊은 에디터 출신으로 이들은 부동산 에이전시가 집을 파는 것 말고도 문화적인 임팩트로 사람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을 수 있음을 강조한다. 그들의 첫 제품 디자인 프로젝트였던 이번 입주 선물 상자도 이런 방향성 속에서 탄생할 수 있었다. “당신을 둘러싼 집 안의 오브제가 집 안의 고유 분위기를 형성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 오브제들은 모두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물품들은 아닙니다. 그저 각자에게 알맞은 의미가 있고 다양한 인테리어 환경에서 자기 자리를 찾아가기를 바랄 뿐이죠. 잘 디자인된 집이 당신의 하루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이는‘좋은 디자인’에 대한 우리의 약속이기도 합니다.” 맷 기버드는 말한다.

집 안을 둘러보자. 지금 나의 공간을 차지하며 내 하루를 이끌어 가는 오브제들은 어떤 것들인가. 어떤 의미를 담아 그것을 선택했고 그 자리에 두었나. 모던하우스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특별한 오브제의 아름다운 조형성이 아니다. 신중한 의미를 담아 제작한 특별한 무엇인가를 집 안에 들이는 일, 내 집을 가장 나답게 해줄 작지만 강렬한 에너지를 일상에 심어두는 일의 중요함을 축복하고자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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