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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홈데코, 가드닝

꽃이 있는 집

그래픽 디자이너 김신정

Text | Bora Kang
Photography | Siyoung Song

그래픽 디자이너 김신정은 퇴사 후 자신의 블로그에 '만 원으로 꽃다발 만들기 프로젝트'를 연재해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그녀는 오늘도 꽃병에 물을 채우고 꽃대를 손질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매일 아침, 소박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만끽하며.








“저에게 꽃은 치유의 도구였던 것 같아요. 매주 마음에 드는 꽃을 고르고 손질하며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하는 시간이 참 좋았어요.”



꽃집 위치를 알려주실 줄 알았는데 아파트 주소를 보내주셔서 놀랐어요. 스튜디오나 작업실이 따로 없나요?

네, 제가 추구하는 방향이 집에서 누구나 스스로 할 수 있는 작업을 공유하는 거라서요. 실은 책에 실린 사진도 모두 집에서 촬영한 거예요. 집에서도 자연광을 이용하면 꽤 근사한 사진이 나오더라고요. 물론 포토샵의 힘도 살짝 빌렸지만요. (웃음) (에디터 주: 김신정은 <플라워 컴 투 라이프>, <플라워 컴 홈>(이상 한스미디어)을 출간했다.)



본업이 그래픽 디자이너인데, 어떤 계기로 꽃에 빠지게 되었나요?

퇴사 후 친한 언니랑 패키지 디자인 회사를 차렸는데 생각만큼 잘 안 됐어요. 괜히 저 때문에 다니던 회사까지 그만둔 언니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죠. 그러던 어느 날 난생처음 꽃 시장이라는 데를 갔어요. 경제적으로 힘들 때라 만 원어치 정도만 샀는데도 그럭저럭 한 다발 분량이 나오더군요.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고작 한 끼 식삿값에 이렇게 행복해지다니, 이 기쁨을 다른 사람들과 꼭 나누고 싶다고요.



‘만 원으로 꽃다발 만들기’ 프로젝트의 시작이네요.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매주 제 글을 기다리는 분들이 생겨서 그때부터 열심히 했어요. 만 원으로 만드는 꽃다발을 주제로 잡고, 일주일에 한 번씩 1년 동안 블로그에 연재하는 걸 목표로 세웠죠. 당시 저에게 꽃은 치유의 도구였던 것 같아요. 매주 마음에 드는 꽃을 고르고 손질하며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하는 시간이 참 좋았어요. 사업 실패로 잃었던 열정도 되찾기 시작했고요.







첫 책을 출간하고 뉴욕으로 유학을 떠났어요. 독학으로 성공을 거뒀는데 뒤늦게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가 뭔가요?

인터넷에서 제 책에 대한 리뷰를 검색해봤는데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말이 눈에 띄더라고요. 책을 낸 후 저에게 심도 있는 질문을 하는 분도 생기고, 저 역시 꽃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아져서 이참에 제대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근 출간한 <플라워 컴 홈>은 홈 드레싱 플라워에 대해 다루고 있어요.

집안에 꽃이 있을 때 생기는 활력이 있어요. 환하게 피어있는 꽃을 보면 하루의 시작이 즐겁죠. 성격도 서서히 바뀌고요. 집에 놓은 꽃은 단 며칠을 함께 할 뿐이지만 그 시간 동안 식물이 주는 에너지는 참 대단한 것 같아요. 저도 힘들었던 시기에 꽃을 통해 자연스럽게 밝아진 것 같고요.



하지만 특별한 날도 아닌데 꽃을 사는 건 약간 사치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그럴 수 있어요. 꽃은 엄밀히 말하면 절화(折花)니까요. 곧 시들어버릴 꽃에 일주일에 만 원 이상 투자하긴 쉽지 않죠. 근데 신기한 게, 뉴욕은 우리보다 꽃값이 훨씬 비싼데도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꽃을 사요. 그건 아마 접근성 때문이 아닐까 해요. 집 앞 식료품점에서 싱싱한 꽃을 팔고 있으니까요. 우리나라도 꽃집이 아닌, 이를테면 이마트 같은 곳에서 생화를 팔면 어떨까 해요. 그럼 사람들이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꽃을 사지 않을까요.











<김신정이 제안하는 가성비 넘치는 홈 드레싱 플라워>

1. 톤 앤 매너를 미리 정할 것

꽃 시장에 가기 전에 자신이 원하는 톤 앤 매너를 명확히 머릿속에 그려두세요. 내키는 대로 이것저것 샀다가 서로 어울리지 않으면 난감하니까요. 원하는 꽃이 시장에 없을 수도 있으니, 꽃의 종류보다는 색감과 분위기 정도만 염두에 두고 가세요.

2. 공병을 활용할 것

생활에서 흔히 얻을 수 있는 투명한 음료수병을 꽃병으로 활용해보세요. 요즘 나오는 음료수병 중에는 예쁜 디자인이 많거든요.

3. 목 부분의 폭이 좁은 꽃병을 선택할 것

아래가 좁고 위로 갈수록 넓어지는 꽃병은 생각보다 많은 양의 꽃이 필요해요. 초보라면 목 부분의 폭이 좁은 꽃병을 선택하세요.

4. 관리를 소홀히 하지 말 것

꽃은 관리가 생명입니다. 매일 물을 갈아주고 줄기 끝을 다듬어주기만 해도 최소 일주일은 싱싱한 꽃을 볼 수 있어요. 참, 물을 갈아줄 때는 반드시 꽃병을 한 번 씻어주세요.

5. 제철 꽃을 눈여겨볼 것

요즘 같은 여름에는 해바라기가 엄청 저렴해요. 다섯 송이 한 단에 1~3천 원 정도라 조금만 사도 풍성하게 연출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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