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이 주는 즐거움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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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이 주는 즐거움을 찾아서

앙봉꼴렉터 대표 강신향, 강현교

Text | Bora Kang
Photography | Siyoung Song

앙봉꼴렉터Un Bon Collector는 강신향, 강현교 두 자매의 확고한 취향과 안목이 반영된 셀렉트 숍이다. 서촌의 호젓한 골목 안 건물 3층에 간판도 없이 자리한 이 작은 가게는 ‘좋은 수집가’라는 뜻의 이름처럼 소규모 브랜드와 예술가들의 작업을 까다롭게 선별해 소개한다.




(왼쪽부터) 앙봉꼴렉터 대표 강신향, 강현교 자매




두 분 모두 프랑스에서 공부하셨다고요.

(강신향) 대학에서 순수 미술을 전공하고 파리로 유학을 갔어요. 원래는 전업 작가가 꿈이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걸 깨닫고 그와는 좀 다른 형태의 소통을 생각하게 됐죠. 혼자서는 도저히 못할 것 같아 동생을 꼬드겨서 같이 하자고 했고요.

(강현교) 저는 시각 디자인을 전공하고 파리에서 시각 디자인과 아트 디렉션을 공부했어요. 언니는 주로 가게를 운영하고 저는 아이디어를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일을 맡고 있죠.



프랑스를 택한 이유가 있나요?

(강신향) 이왕 해외로 나갈 거면 유럽 문화를 느끼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저보다 먼저 유학 가 있는 친구들의 영향도 있었고요.

(강현교) 미국에 잠시 산 적이 있는데, 유럽 작가들은 그들과는 확실히 스타일이 다른 것 같아요. 특히 비주얼 작업에서요. 유행에 민감하면서도 자신만의 소신을 잃지 않는다고 할까요? 프랑스로 간 건 그런 의미에서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저도, 언니도요.



앞서 말씀하신 ‘좀 다른 형태의 소통’이 어떤 것인지 궁금해요. 그것이 지금 앙봉꼴렉터의 지향점이기도 할 테고요.

(강신향) 맞아요. 어쩌다 보니 상점에 가까운 공간이 되었지만, 저희는 이곳이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곳을 넘어 서로 교류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저희가 지지하는 브랜드와 작가들의 작업을 통해 저희의 취향을 손님들과 공유하는 거죠. 사진가, 건축가, 요리사 등 주변의 창작자들을 초대해 워크숍이나 작은 전시를 열기도 하고요.









피으fille라는 자체 브랜드도 있어요. 앙봉꼴렉터와는 별개의 프로젝트인가요?

(강신향) 처음 가게를 열었을 때 생각보다 판매가 좋지 않았어요. 지금은 대표 상품이 된 ‘콜드피크닉’ 러그도 처음에는 반응이 아주 냉랭했죠. 고민 끝에 에코백, 휴대폰 케이스 등 대중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굿즈를 직접 만들어 선보였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았어요. 덕분에 저희가 많이 알려지기도 했고요. 다만 앙봉꼴렉터의 이미지가 너무 휴대폰 케이스로 굳어진 면이 있어서 지금은 어떻게 하면 두 브랜드를 잘 분리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에요.



앞으로 얼마나 오래 이 가게를 운영할 거라 예상하나요?

(강신향) 평생요.(웃음)

(강현교) 저도요. 꼭 지금 같은 형태는 아니더라도 지금과 같은 일을 오래 하지 않을까 싶어요.



평생이라니, 제가 최근 들은 말 중 가장 반가운 말이네요. 앙봉꼴렉터처럼 정체성이 확실한 가게라면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강현교) 감사합니다. 저희 취향이 약간 마이너적이어서 그럴 수도 있어요. 다른 편집숍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제품은 일단 피하기도 하고요.

(강신향) 저희는 ‘이게 과연 많이 팔릴까?’ 고민하기보다는 저희가 봤을 때 마음에 드는 물건을 그냥 들여오는 편이에요. 처음부터 저희의 취향을 공유하는 게 목표였으니까요.




“저희는 물건이 주는 즐거움이 굉장히 크다고 생각해요. 그건 정말 삶의 큰 부분이거든요. 누구에게는 저희 제품이 굉장히 쓸모없는 물건처럼 보일 수 있어요. 하지만 그게 있는 삶과 없는 삶은 완전히 다르다고 봐요.”




리빙 라이프스타일 셀렉트 숍’을 표방하는 만큼 집 안에 좋은 물건을 두는 기쁨에 대해서도 물어보고 싶어요.

(강신향) 저희는 물건이 주는 즐거움이 굉장히 크다고 생각해요. 그건 정말 삶의 큰 부분이거든요. 누구에게는 저희 제품이 굉장히 쓸모없는 물건처럼 보일 수 있어요. 하지만 그게 있는 삶과 없는 삶은 완전히 다르다고 봐요.

(강현교) 그래서 가게 시작할 때 저희끼리 장난처럼 하던 말이 있어요. 최대한 아름답고 쓸모없는 것을 수집하자고요. 그런 쓸모없는 것들이 모여 하나의 취향을 이루는 거니까요.



앙봉꼴렉터의 수집품 중 가장 아름답고 쓸모없는 물건을 꼽는다면요?

(강신향) 덴마크 브랜드 아르호이Arhøj의 세라믹 오브제들요. 단순한 장식용 오브제인데 정말 아무 데도 쓸모가 없어요. 그저 바라보면서 즐거워하는 용도 말고는요.

(강현교) 저희 성격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물건이죠.(웃음)








올해 초 수성동 계곡 앞에서 통의동으로 가게를 이전했어요. 계속 서촌을 고집하고 있는데 이 동네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나요?

(강현교) 서촌의 가장 큰 매력은 경복궁이 아닐까 해요. 담벼락을 따라 작은 가게들이 쭉 늘어선 모습은 언제 봐도 아름답죠. 산책하다 보면 날마다 계절의 변화가 느껴져서 좋아요.

(강신향) 맞아요. 바로 옆이 광화문인데도 도심에 있다는 게 잘 실감 나지 않아요. 동네에 큰 변화가 없다는 것도 마음에 들고요. 이 거리에 있는 다른 가게들처럼 저희도 오래 살아남았으면 좋겠어요.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니 아이를 데려온 엄마, 외국인 관광객 등 의외의 손님이 많더라고요. 최근에 온 손님 중 기억에 남는 분이 있나요?

(강신향) 40대로 보이는 여자분이었는데, 저희가 수입하는 캐나다 브랜드 귀걸이를 한참을 고민하다 사 가셨어요. 딸이 아직 고등학생인데 성인이 되면 선물하고 싶다면서요. 전 그게 참 멋있더라고요. 엄마가 자식에게 줄 선물을 미리 준비한다는 게요.




“실제로 사람이 생활하는 공간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미니멀하게 정돈된 집보다는 주인의 취향이 담긴 잡동사니로 뒤덮인 집이 더 멋스러운 것 같아요.”




자매가 함께 산다고요. 집도 가게처럼 잘 정돈되어 있나요?

(강현교) 셀렉트 숍을 운영하면서 좋은 점 중 하나는 저희가 고른 제품을 가장 먼저 사용해볼 수 있다는 거예요. 물론 이렇게 정돈되어 있지는 않지만요. 같은 제품이라도 집에서는 좀 더 풀어져 있는 느낌이에요. 저희가 공간을 구성할 때 가장 중시하는 부분이 편안함과 따뜻함이거든요. 실제로 사람이 생활하는 공간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미니멀하게 정돈된 집보다는 주인의 취향이 담긴 잡동사니로 뒤덮인 집이 더 멋스러운 것 같아요.



영감을 주는 다른 가게나 브랜드가 있다면요?

(강현교) 포케토Poketo요. LA 기반의 라이프스타일 셀렉트 숍인데 한 번 방문한 후로 꾸준히 지켜보고 있어요. 저희처럼 가게를 운영하면서 워크숍도 진행하고, 책도 내고 강연도 하면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는 곳이에요. 그래서 항상 ‘열려 있다’는 느낌을 주죠. 스타일은 저희와 많이 다르지만 늘 신선한 자극을 받는 가게예요.

(강신향) 학창 시절부터 mmmg를 많이 좋아했어요. 올해로 창립 20주년이라는데 정말 오랫동안 사랑받는 브랜드인 것 같아요. 디자인 외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는 것도 저희가 지향하는 방향과 비슷하고요. 20년 전 제품을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고, 오래전에 나온 제품을 지속적으로 리뉴얼하는 것도 인상적이에요. 앙봉꼴렉터도 그런 브랜드가 됐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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