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스타 강희재의 명랑한 ‘아트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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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스타 강희재의 명랑한 ‘아트 라이프’

업타운걸 대표 강희재

Text | Bora Kang
Photos | Siyoung Song

패션 쇼핑몰 1세대인 업타운걸 대표이자 16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리는 SNS 스타, 소문난 아트 컬렉터인 강희재의 한남동 빌라에는 집주인의 취향이 묻어나는 가구와 작품이 저마다 존재감을 뽐낸다. 거실에 놓인 바우하우스 체어 옆에는 스페인 작가 미겔 앙헬의 ‘El Parque’가 자리하고, 반려견 ‘줄자 시스터즈’가 반기는 현관 위쪽 벽에는 필리핀 여성 인권 운동가 키리 달레나의 네온사인 작품이 깜빡인다.







이 집에 산 지 얼마나 나요?

12년 됐어요. 그동안 대대적으로 인테리어를 두 번 바꿨어요. 혼자 사는 집이다 보니 많은 공간이 필요하지 않아서 원래 있던 방 하나를 없애고 커다란 스튜디오처럼 꾸몄고요.



16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리는 인플루언서이자 아트 컬렉터로도 잘 알려져 있어요. 그림은 언제부터 모으기 시작했나요?

이 집으로 이사 온 시기와 비슷해요. 전에 살던 전셋집은 벽에 못질을 할 수 없는 환경이라 미술품을 수집할 공간이 마땅치 않았거든요. 그러다 제 소유의 집이 생기면서 본격적으로 모으기 시작했어요.



작품을 고르는 특별한 기준이 있나요?

투자 가치를 따지기보다 그때그때 직관에 따르는 편이에요. 보는 순간 ‘내 거다’ 싶은 작품이 있어요. 저는 제가 좋아하는 건 첫눈에 바로 알아봐요. 옷도, 남자도요.(웃음)







가장 처음 산 작품은 무엇인가요?  가장 최근에 산 작품은요?

(분홍색 동물 그림이 인쇄된 작품 보증서를 보여주며) 이건 제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큰돈 주고 구입한 제임스 라슨 그림이고요, (만화풍의 그림이 그려진 설치 작품을 가리키며) 이건 최근에 산 미스터(Mr.)의 ‘Beef Udon’이라는 작품이에요. 전 컬렉터로서 경험이 쌓이면 미술에 대한 취향이 많이 달라질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보다시피 처음이나 지금이나 별로 변한 게 없어요. 여전히 귀여운 거 좋아하고, 진지한 거 싫어하고요. 이런 거 보면 사람은 참 안 변하는 것 같아요.



작품 수집이 인테리어에 영향을 미쳤나요?

그럼요! 처음부터 그림을 감상하기 좋은 공간을 만드는 게 목표였는걸요. 가구보다는 작품이 주인공인 집을 만들고 싶어서 가구는 블랙&화이트 아니면 나무 소재로 통일하고 천장도 갤러리처럼 높게 만들었어요. 조명도 그림이 돋보이도록 간접조명으로 설치하고요.




“작품은 제 자신을 위한 최고의 사치가 아닐까 해요. 저는 아름다운 걸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니까 거기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는 거죠. 어쩌면 작품을 사기 위해 돈을 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요.”




예술 작품을 곁에 두고 산다는 건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어릴 때는 겉으로 보이는 면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나이를 먹고 자존감이 높아지면서 집처럼 보이지 않는 부분에 더 투자하게 된 것 같아요. 스스로에게 좀 더 잘해주고 싶어졌다고 할까요? 침구도 고급 소재로 쓰고, 화장실 휴지도 좀 더 도톰한 걸로 바꾸고요. 그런 의미에서 작품은 제 자신을 위한 최고의 사치가 아닐까 해요. 저는 아름다운 걸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니까 거기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는 거죠. 어쩌면 작품을 사기 위해 돈을 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요. 아침에 일어나서 좋아하는 작품을 보면 하루가 행복하고 뭔가 치유받는 기분이 들어요.



다른 공간에 비해 침실이 굉장히 단출해요.

침실에서만큼은 온전한 휴식을 취하고 싶어서요. 장식은 최대한 줄이고, 그림도 시각적으로 편안한 작품을 걸어놨어요. 침대 옆에 둔 그림은 스타스키 브리네스라는 작가의 작품인데 자기 전에 오래 바라보는 그림 중 하나예요.



인스타그램을 보니 전문가에게 정리 컨설팅을 받았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엄청 만족했어요. 숙련된 직원 8명이 드레싱 룸을 한 번에 뒤집는데, 저 혼자 정리하는 거랑은 차원이 다르더라고요. 서랍 안까지 완벽하게 정리해주니까 이후에도 쉽게 어질러지지 않고요. 특히 옷 정리를 힘들어하는 분들에게 정말 강추예요.









 안에 근사한 가구가 많네요. 가구를 고르는 본인만의 기준이 있다면요?

누구나 알아보는 아이코닉한 모델보다는 시간이 지나도 멋스러운 디자인을 선호해요. 이를테면 바우하우스 시대 가구처럼요. 한동안 미드센트리 모던에 빠져 지냈는데 10년 가까이 북유럽 가구를 쓰다 보니 너무 지겹더라고요. 그래서 3년 전 인테리어 공사를 하면서 이탈리아 가구로 싹 바꿨어요. 나중에 취향이 변할 걸 고려해서 일부러 어른스러운 디자인으로 골랐는데 지금은 약간 후회해요. 나이를 먹어도 취향은 잘 안 변하더라고요.



지난해 이맘때 반려견 두 마리를 입양했어요.

이름이 ‘주-울Juul’이랑 ‘(흑)임자’인데 합쳐서 ‘줄자 시스터즈’라고 불러요. 둘 다 밀양보호소에서 구조한 아이들이고요. 예전에는 동물과 함께하는 삶을 이해하지 못했어요. TV에서 개가 침대 위에 앉아 있는 모습만 봐도 털 날릴 걱정부터 하는 사람이었죠. 그런데 지금은 얘들이랑 한 공간에 있는 게 너무 자연스러워요. 녀석들이 내가 아끼는 소파에 소변을 본 후로는 가구에 목숨 거는 일도 한 방에 포기했고요. 정말 행복한 지옥이 이런 건가 싶어요.



요즘은 반려견을 위한 카페나 호텔도 많아요. 최신 공간을 누구보다 빨리 접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트렌드를 체감하나요?

네. 최근에 레스케이프 호텔에 다녀왔는데 반려견을 배려한 서비스가 예전에 비해 많이 안정화됐다고 느꼈어요. 객실에 비치된 애견 전용 어메니티며 애견용품 하나하나가 개를 잘 아는 사람이 기획했다고 생각되게 하더라고요. 호텔 내 중식당 ‘팔레드신’도 반려견 동반이 가능해서 편하게 이용했고요.








2004년 온라인 쇼핑몰 업타운걸을 오픈한 후 지금까지 SNS 스타로 활약하고 있어요. 매 순간 일상을 보여주는 삶이 쉽지만은 않을 텐데요.

17년째 트루먼 쇼를 찍고 있죠. 저에게는 일상을 공유하는 일이 본능처럼 자연스러워요. 인생의 3분의 1 이상을 SNS와 함께 살았으니까요. 물론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일이 힘들기는 해요. 일과 생활이 구분되지 않다 보니 24시간 일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집에 혼자 있을 때는 주로 뭘 하며 시간을 보내나요? 집에서만 즐기는 길티 플레저가 있다면요?

밖에서 못 입는 유치한 티셔츠를 입고 화이트 와인을 마시면서 유치한 내용의 유튜브를 봐요. 넷플릭스도 보고, 책도 읽고, 가끔 청소도 하고요. 친구들을 초대해서 술 마시면서 수다 떠는 것도 좋아해요. 요리는 못하지만 안주 플레이팅만큼은 자신 있어요.(웃음)



이 집에 어울리는 음악을 한 곡 고른다면요?

서울차일드(SLCHLD)의 ‘She Likes Springs, I Prefer Winter’.



이사를 간다면 다음 집은 어떤 곳이었으면 좋겠나요?

앗, 이사하고 싶은 생각은 없고요, 앞집을 살 수 있다면 두 집을 이어서 공간을 넓게 트고 싶어요. 강아지들이 자유롭게 뛰어다닐 수 있게요.



당신이 생각하는 좋은 삶에 대해 말해주세요.

자기 전에 ‘오늘 나는 행복해지기 위해 뭘 했나’ 적어보는데요, 어떤 날은 적을 게 하나도 없어요. 근데 그런 날이 의외로 많더라고요. 그래서 요즘 제 화두는 ‘행복 추구’예요. ‘밸런스가 잘 맞는 삶, 주객이 전도되지 않는 삶’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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