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IV



PEOPLE|커뮤니티, 가드닝, 다양성, 재생

프리랜스 에디터의 두 폭짜리 서가가 주는 위로

작가·프리랜스 에디터 클로이 애슈비

Text | Nari Park
Photos | Chloe Ashby

책 한 권에 내포된 위로와 조언이 더욱 절실한 코로나19 시대. 영국 유수의 매체에 서평을 싣고 아티스트의 이야기를 전하는 프리랜스 에디터 클로이 애슈비Chloe Ashby는 동시대의 다른 이들처럼 심한 감정의 변화와 마주한다. 그럴 때면 거실 벽난로 옆 두 폭짜리 책장에 빽빽이 꽂힌 작가들의 문장을 곱씹으며 불확실한 미래가 던지는 불안과 고독을 다독인다.



“책은 청년에게 음식이 되고 노인에게는 오락이 된다. 부자일 때는 지식이 되고, 고통스러울 때는 위안이 된다.”

– 키케로, 로마의 정치가·학자·작가 –







프리랜스 에디터로 <모노클>, <프리즈> 같은 잡지에 다양한 글을 기고하는데, 주로 어떤 분야의 기사 다루나요?

대부분 예술과 문화에 관한 것이에요. 프리랜서 특성상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는데, 특히 <가디언>, <프리즈>, <아폴로> 같은 매체에 뮤지엄과 갤러리 전시 리뷰를 고정적으로 기고해요. 책에 관한 리뷰는 <타임스>에서 발행하는 문학 부록판에 담고요. 아티스트 주디 시카고, 소설가 오테사 모시페그, 사진가 팀 워커와 패션 디자이너 크리스찬 루부탱 등 문화·예술계 인물을 인터뷰하기도 해요. 개인적으로는 소설을 집필하는데 올해 안에 출판사에 원고를 제출할 수 있길 바랍니다.



책을 읽고 전시를 감상하는 은 많은 이들의 취미이기도 한데, 그런 흥미로운 일이 직업이 된 것은 우연이었을까요?

관심사가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흘러간 것 같아요. 유년 시절을 영국 케임브리지셔에서 보낸 뒤 런던 코톨드 예술학교(The Courtauld Institute of Art)에 진학하면서 도시 생활을 시작하게 됐죠. 졸업 후 운 좋게 미국 출판 그룹 콩데나스트가 발행하는 인테리어 잡지 <더 월드 오브 인테리어스The World of Interiors>에서 1년 정도 일했고, 그 뒤로 <모노클>에 5년 정도 근무했어요. 한 도시를 문화, 예술, 정치 등 다각도에서 심도 있게 들여다보는 잡지 특성상 시카고부터 서울까지 다양한 도시를 다뤘죠. 지금은 프리랜스 에디터로서 자유롭게 다양한 글을 기고하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 가운데 글을 쓰는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해요.

어린 시절부터 책 읽고 글 쓰는 것을 좋아했어요. 미술사를 공부하면서 그런 활동을 삶의 전반으로 삼아야겠다고 결심했죠. 이미지를 문장으로 번역하는 것, 제가 동경하는 작가와 아티스트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 흥미로워요.









런던에서의 일과는 어떤가요? 누구나 하루 중 자신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 있기 마련인데 어떤 순간이 그가요?

익숙한 것에 따라 움직이는 ‘습관의 생물’이기 때문에 매우 다양한 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오전 시간은 제가 가장 창의적일 수 있는 시간이라 아침 8시부터 정오까지는 온전히 글을 쓰는 데 집중하죠. 그러고 나서 산책이나 달리기를 하러 밖으로 나가요. 이 순간이 제 일상에서 가장 의미 있는 순간이에요. 걷고 달리는 동안 내가 무엇을 해왔는지 생각해보고, 종종 그런 나 자신을 돌아보는 사색을 통해 현재의 고민에 대한 실마리를 찾곤 하니까요. 오후에는 기사 관련 편집 일을 하는데, 떠오르는 여러 아이디어에 대해 잡지·신문 에디터들과 소통하고 의견을 나눠요. 프리랜서이지만 매일 근무 중이라는 긴장감을 갖죠. 저녁 6시경에는 어떻게든 일을 끝내고 약혼자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해요. 그때부터는 뭔가 생산적인 일과를 접고 느슨해지려고 해요.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익숙했던 일상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세계 접어들었어요. 모두가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에 적응하고 있는데, 이 변화 속에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각자 어디서 누구와 함께 사는지에 따라 변화의 폭이 다를 거라고 생각해요. 저의 경우 집에서 예전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니 자연스레 삶의 속도가 느려지는 것을 느껴요. 다이어리에 앞날을 적어 미리 내다보는 것을 즐기는데, 지금은 그저 다시 무언가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시절을 기대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집을 구체적으로 세분화해 일과 여가, 휴식 등 다양한 영역을 소화하는 공간으로 진화할 거예요.

다양한 일과를 소화해야 하는 만큼 집은 근무 환경에 맞추고 일과 삶이 균형을 이루도록 디자인 되어야겠죠.”




사람들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예전에는 미처 관심을 두지 않던 책과 영화에 시간을 할애하며 안정감을 느끼죠. 삶이 아날로그적으로 변화한다는 에 동의하나요?

우리가 손으로 만들고 쓰는 것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는 의견에 동의해요. 이를테면 집에서 직접 빵을 만들거나 꽃꽂이를 하는 등 말이죠. 역동적인 사회활동이 제한된 지금, 우리의 일상을 새로운 것들로 채우는 연습의 시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직접 만들고 더 기본적인 것들에 시간을 쓰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의 삶이 디지털화되어간다는 것을 느껴요. 박물관과 갤러리가 온라인 뷰잉룸, 가상 전시 형태인 VR 전시를 준비하는 것이 그렇죠. 극장은 스트리밍 무대를 제작하고, 이제 언론사 기자들과의 회의는 화상 통화 애플리케이션 줌Zoom을 통해 진행해요. 아날로그와 디지털, 이 두 가지가 공존하며 지금 우리의 삶을 이끈다고 생각해요.



일련의 팬데믹 현상을 겪으며 집이란 공간 지금보다 훨씬 더 중요한 시대가 될 것 같아요. 당신에게 집은 어떤 의미인가요?

결국 집은 집이에요. 4개의 벽으로 둘러싸인 세상에서 가장 사적이고 편안한 공간이죠. 아마도 앞으로는 공간을 구체적으로 세분화해 일과 여가, 휴식 등 다양한 영역을 소화하는 곳으로 진화할 거예요. 하루의 다양한 일과를 소화해야 하는 만큼 집은 근무 환경에 맞추고 일과 삶이 균형을 이루도록 디자인돼야겠죠. 그러면서도 집은 반드시 아늑하고 편리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이에요.









런던에서 여러 차례 이사 다니며 다양한 집과 동네를 만났을 것 같아요. 집을 선택할 때 가장 고려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그런 가치관이 현재의 집에 어난 부분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몇 차례 집을 옮겨 다녔는데 첫 번째는 가족과 함께였고, 그 뒤로는 계속 저 혼자였어요. 집은 항상 제가 아끼는 물건과 함께하는 공간이었죠. 대부분이 책과 아트 작업물인데요, 집이 친숙한 물건으로 가득하다면 새로운 집으로 옮겨도 공간에 대한 느낌은 비슷할 거예요. 올해 8월 약혼자의 학업 때문에 파리에서 1년 정도 머물 예정인데, 거기서 사는 동안에도 반려물건이 저희가 사는 공간을 채우리라 확신해요. 집이라는 공간은 마치 텅 빈 도화지 같은데 거실을 제일 먼저 채우며 제 것을 만들죠. 나무로 된 바닥, 흰 벽을 좋아하지만 빛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집의 분위기를 이끄니까요. 또 적어도 방 하나에는 싱싱한 꽃을 꽂아두려 하고요. 책은 최고의 영감을 주는 매개체이고, 예술 작품은 그곳에 사는 이의 취향을 읽을 수 있는 가장 근사한 인테리어 요소라고 믿어요. 그것이 형태와 기능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삶의 아카이브라고 생각합니다.




“책은 최고의 영감을 주는 매개체이고,예술 작품은 그곳에 사는 이의 취향을 읽을 수 있는 가장 근사한 인테리어 요소라고 믿어요.

그것이 형태와 기능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삶의 아카이브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누구보다 가까이 다루고 다양한 문화·예술 텐츠를 만드는 이의 서가는 조금 특별할 것 같아요. 집 안의 서가, 책장 풍경은 어떤가요?

집이 작다 보니 많은 것을 채울 수는 없더라고요. 저는 모든 책의 열렬한 독자이자 예술 애호가이기 때문에 그냥 보고 즐기는 데 만족해요. 거실 벽난로 옆에 키가 큰 서가 2개가 있어요. 그곳이 저의 작은 도서관이죠. 제목에 따라 A부터 Z까지 책을 정렬했는데, 그중 제가 좋아하는 철자는 S예요. 알리 스미스Ali Smith, 제이디 스미스Zadie Smith,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Elizabeth Strout 같은 소설가들의 이름에 모두 S가 들어 있죠. 바닥에 책을 쌓아놓는 것도 좋아하는데, 이런 책은 대부분 대학에서 공부한 예술서예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고독이 일상화된 요즘, 독자의 삶에 위안과 독려가 될 만한 책을 추천해주세요.

독서는 최고의 위안이에요. 불확실한 시기에 읽는 책은 우리의 감정을 잠시 정박시키고 고요하게 만들죠. 무엇보다 오래전 각자 재밌게 읽은 책을 다시 꺼내 편안함을 느껴보길 권해요. 새로운 이야기에 몰입하고 느끼고 싶다면 제가 작년에 가장 좋아했던 타라 웨스트오버의 를 추천하겠어요. 버지니아 울프의 인용 글로 시작하는 이 책은 아름답고 통찰력 있는 회고록이에요.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수필집 작가 에밀리 파인의 도요. ‘나에게 쓰는 노트’라는 뜻의 이 책은 여성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에세이 모음집이에요. 한국 작가의 책도 소개할 수 있겠어요. 최근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Untold Night and Day)>의 배수아 작가를 인터뷰했죠.







일상에서 느끼는 본인만의 작은 행복은 무엇인가요?

제게는 운동이 그런 것 같아요. 걷거나 달리기, 자전거 타기 같은 것이죠. 밖에 있을 때는 시간을 내서 최대한 주변 환경을 흡수하려고 해요. 스치듯 흘러가는 새소리나 바람 소리까지 인지하려고 말이죠. 딱히 식물을 키우거나 꽃 이름을 외우며 자연을 예찬하는 편은 아니지만, 요즘 같아선 이 봄에 피어나는 모든 것에 감사해요.




RELATED POSTS

PREVIOUS

나와 오브제와의 관계, 그 친밀감이 편안한 곳
라이팅 디자이너 마이클 아나스타시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