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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투라 프로젝트’ 운영자, 작가 신지혜

Text | Kakyung Baek
Photos | Siyoung Song

신지혜는 요가를 배우고 나눈다.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것에서 나아가 요가 경전에 쓰인 지침을 삶 속에서 하나씩 실천한다. 그가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는 ‘나투라 프로젝트’에서 사람들과 만나 야외 요가를 하고, 산을 오르내리며 쓰레기를 줍거나 천연 재료로 아로마 오일을 만드는 수업을 진행한다. 신지혜의 ‘무해한’ 라이프스타일을 들여다보았다.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요가 강사이자 책 <무해한 하루를 시작하는 너에게>를 쓴 신지혜라고 합니다. 웰니스 프로그램인 나투라 프로젝트의 기획자이기도 하고요.

 

나투라 프로젝트는 어떤 활동인가요?

제가 2018년부터 운영하는 프로그램이에요. 처음에는 야외에서 요가를 하는 것으로 시작했는데 플리마켓, 채식 관련 문화 등 제가 관심 있는 것을 중심으로 활동을 확장시키고 있어요. 주요 프로그램은 요가 수련이고 여기서 확장된 클린 산행, 플로킹(러닝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어요.

 

책 <무해한 하루를 시작하는 너에게>를 쓰게 된 계기가 있나요?

출판사 보틀프레스 대표님이 나투라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있어요. 제가 이런 활동하는 걸 보고 책을 내보자고 제안하셨지요. 회사를 가도 3년 차 선배에게 듣는 조언이 와닿는 것처럼 제가 지금 하는 요가 수련과 환경보호에 관한 시행착오를 솔직하게 담은 책을 내보자고요. 그런데 제안을 받기 전부터 요가 트립에 관한 책을 내려고 준비하고 있었어요.

요가 트립에 대한 내용도 알려 수 있을까요?

발리와 태국에서 야외에서 요가를 한 적이 있어요. 정말 좋더라고요. 한국 와서 행사를 기획하면서 그곳에서 영감받은 것을 기록해보고 싶었어요. 제가 요가 트립을 다녔던 내용을 SNS에 올리면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더라고요. 책으로 내야겠단 생각을 하면서 더 많이 돌아다니며 야외 요가를 했죠. 그런데 이 책이 먼저 나왔네요.(웃음) 게다가 이제는 코로나19 탓으로 당분간 요가 트립을 할 수 없는 상황이고요.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여행이 있나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귀국 전날에 했던 아침 요가가 기억에 남아요. 그 요가원은 동네 사람들만 가는 외진 지역에 있었어요. 수련이 끝났는데 택시도 안 오고 정말 당혹스러웠죠. 그런데 옆에서 같이 요가했던 러시아인 친구가 선뜻 저를 공항 철도역까지 데려다준 거예요. 그때 정말 고마워서 책갈피를 선물했던 기억이 있어요. 시간이 흐른 뒤에 그 친구가 인도로 요가하러 가는 길에 서울을 경유하게 되었다고 연락이 왔어요. 잠깐 만났는데 한 달 사이에 완벽한 비건이 됐더라고요. 고기를 먹으면 동물의 고통이 느껴져서 먹을 수가 없다는 그 친구의 말은 저 역시 비건을 실천하게 된 중요한 변곡점이 되었어요.

환경보호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시점은 언제였나요?

예전에 요가 수업을 하려고 많이 돌아다녔는데 음료수를 너무 많이 사 먹는 거예요. 빈병을 버리는 게 무언가 찜찜했고, 그런 기분에 막연하게 환경보호를 해야겠단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비슷한 시기에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화장품을 써야겠다고 마음먹고 나서 욕실을 보니 비건 마크 있는 제품이 없더라고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제품을 쓰고 플라스틱을 줄이는 실천을 하게 되었어요. 이런 식으로 일상생활에서 하나씩 문제를 해결하면서 보람을 느끼게 됐고 추진력도 생긴 것 같아요.

 

요가를 한 지는 얼마나 나요?

수업을 시작한 지는 5년 정도 되었어요. 이전에 잠깐 회사를 다녔는데 제가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했어요. 일반 회사가 아니고 공연 기획사에서 일하면서 좀 힘든 시기를 겪었어요. 그때 요가를 배우기 시작했고 직업을 바꾸게 되었죠.

 

요가, 채식, 자연보호 등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은 것 같아요.

요즘 한국에서도 요가 문화가 넓어지기도 하고 삶에 녹여내는 모습이 많이 보이는 것 같아요.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화장품을 쓰고, 욕실에서 플라스틱을 없애고, 채식을 지향하는 것이 요가 철학의 덕목 중 하나인 아힘사(불해, 해치지 않음)라는 지침과 궤를 같이해요.

“미니멀한 스타일의 인테리어보다는 온기가 느껴지는 집, 플라스틱보다는 생분해되는 자연 소재의 물건으로 채운 집을 만들고 싶었어요.”

이러한 라이프스타일 안에서 작가님에게 집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요.

한때는 물건을 줄여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 적이 있어요. 제가 2019년 11월에 이 집으로 이사 왔어요. 미니멀한 스타일의 인테리어보다는 온기가 느껴지는 집, 플라스틱보다는 생분해되는 자연 소재의 물건으로 채운 집을 만들고 싶었어요. 실제로 그렇게 꾸며보니 집에 있는 시간이 더 좋아졌죠. 집은 제게 영감의 공간이 되었어요.

 

집에서 특히 아끼는 공간이 있다면요?

지금 있는 응접실 겸 작업실요. 손님을 맞이하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제가 글 쓰고 작업하는 곳이에요. 나투라 프로젝트를 처음 기획할 때 따라 할 만한 선례가 없었어요. 혼자 생각해서 만들어 사람을 모집하는 일을 하다 보니까 저만의 세계에 빠져 있을 때가 많아요. 이 공간은 제게 많은 영감을 주는 곳이에요.

 

동네가 도심과는 달리 나무도 많고 한적해서 작가님에게 큰 영향을 줄 것 같아요.

맞아요. 저에겐 집도 중요하지만 동네 역시 중요하더라고요. 집 뒤편에 소나무가 정말 많고 정몽주 선생 묘도 근처에 있어요. 나무가 많은 길을 산책하면서 자연에 심취하곤 해요. 휴일에 집에 있으면 여행 온 느낌이 들 정도로 편하고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동네인 것 같아요.

도시의 바쁜 일상과 차단되는 느낌이 들겠네요?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더라고요. 저희가 신혼부부라 예산의 한계가 있잖아요. 이 집을 사서 들어왔는데, 분당에서 사려면 작은 곳밖에 못 사겠더라고요. 고민을 많이 한 결과, 도시에서 멀더라도 집에서 여유롭게 지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어요. 일단 머니까 밖으로 나가야 하는 일은 한 번에 몰아서 하고 집에 있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아졌죠. 동네를 돌아다니다 보면 제가 하는 일에 영감을 많이 받아요. 이를테면 ‘이렇게 좋은 자연을 어떻게 보호하고 어떻게 알려야 할까’ 그런 생각을 예전보다 더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도시에서 멀더라도 집에서 여유롭게 지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어요.”

집에 요가를 할 수 있는 공간도 있네요.

원래는 거실에서 요가를 했거든요. 동작을 하면 뒤를 볼 일이 많은데, 주방이 보이니까 설거지 같은 해야 할 일이 보이는 거예요. 눈에 보이는 것을 최소화한 공간을 만들고 싶어서 저 방을 요가하는 곳으로 만들었어요.

 

만약 누군가 집에 요가 방을 만든다면 어떤 점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까요?

정통 요가원에 가면 거울이 없어요. 시선을 자꾸 빼앗기면 잡념이 많아지고 내면에 집중하기가 어려워지니까요. 제가 요가할 때는 뭔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물건은 두지 않아요. 제 요가 방에도 책, 명상 도구 말고는 아무것도 없어요. 최대한 깨끗한 공간으로 유지하는 게 팁이라면 팁입니다.

집에서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추천해다면요?

소창, 광목 같은 천은 쓰면 쓸수록 예뻐져요. 자연스러운 구김이라든지 쓸 때마다 손을 탄 느낌, 색깔이 정말 예뻐요. 소창 행주를 쓰다 보면 일회용 물티슈, 휴지를 쓰는 양도 훨씬 줄고요. 또 세탁할 때 무환자나무 열매인 소프넛을 쓰면 세제와 섬유 유연제를 대체할 수 있어요. 퇴비로 생분해할 수도 있고요. 저는 두유 팩 같은 테트라 팩을 잘 세척해서 말려두었다가 주민센터에 가서 휴지로 바꿔 사용하기도 해요. 이와 비슷하게 음식물 용기나 세제 용기를 잘 보관해두었다가 리필 숍에서 내용물만 구입하고요. 이런 방법이 사실 번거롭긴 하죠. 엄청 바쁜 사람이라면 실천하기 힘들 수도 있지만 제가 해보니 평범한 일상에 새로운 재미를 주더라고요. 물건이 어디에서 유래된 것인지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용하는 나에게도 무해하고요. 동시에 환경에도 무해하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껴요. 사실상 환경에 제일 좋은 건 안 사는 거라고 생각해요. 안 사면 다음 달 카드 값을 메우기 위해 무리해서 필사적으로 일할 필요가 없어지죠. 그만큼 남는 시간에 소창 행주 만들고 식물에 물 주는 실천을 이어갈 수 있게 되더라고요. 이제야 좀 ‘잘 살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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