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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도시, 노마드, 다양성

시안 블루가 흐르는 캐주얼 와인 바

스페이스딤 이도현, 임민수

Text | Kakyung Baek
Photos | Hoon Shin

청량한 푸른색이 시그너처 컬러인 스페이스딤. 이곳은 3명의 크루들의 작업실이자 실험적 작가들을 위한 갤러리 공간이면서 동시에 모두를 위한 캐주얼 와인 바다. 이름에 흐릿하다는 의미의 ‘dim’을 쓴 것은 공간의 쓸모를 하나로 정의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반영이다. 20년 전 오래된 세탁소가 있던 자리에 들어선 스페이스딤이 어떻게 공간을 꾸렸는지 긴 얘기를 들었다.







스페이스딤을 운영하는 크루들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도현) 스페이스딤Spacedim에는 운영과 기획을 담당하는 매니징 디렉터인 저와 디자이너이자 비주얼 디렉터인 임민수, 엔지니어 강승우가 있습니다.


스페이스딤을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도현) 스무 살 때부터 알게 된 미대생 무리가 있어요. 그때는 놀기만 하다가 점점 자기 길을 찾게 되잖아요. 어릴 때부터 알았던 친구들끼리 재미있는 공간을 만들어보자고 생각을 나누던 중 이곳에 있던 20년 된 세탁소가 나가게 된 거예요. 그걸 친구가 알게 돼서 목수 일을 하는 친구와 함께 스페이스딤을 만들었어요.







이름의 의미가 궁금해요.

(임민수) 영어 단어 ‘dim’은 ‘어둑한’, ‘흐릿한’, ‘불투명한’이라는 뜻이 있잖아요. 저희가 이곳에 사용한 소재도 반투명 아크릴, 반투명 폴리카보네이트, 반투명 플라스틱 등 반투명 자재가 주를 이뤄요. 보이긴 보이지만 흐리게 보이죠. 이러한 시각적 의미도 내포하고, 동시에 저희가 이곳을 실험 공간이자 작업실, 전시 공간, 캐주얼 와인 바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장소의 쓰임을 정의하지 않겠다는 의미도 있어요.




“장소의 쓰임을 정의하지 않겠다는 의미도 있어요.”




원래 20년 동안 세탁소로 운영하던 곳이었다고요. 스페이스딤을 만들 때 세탁소 모습 그대로 살려둔 공간이 있나요?

(임민수) 옛날 세탁소 보면 옆으로 여는 미닫이문이잖아요. 그 문을 그대로 살리고 페인팅을 했어요. 오래된 시트지를 제거하고 유리만 바꾼 거예요. 환풍기도 옛날 것 그대로예요. 한쪽은 20년 전의 문이고, 다른 한쪽은 폴리카보네이트 같은 신소재를 써서 문을 재정비했어요. 사람들이 이걸 보고 ‘올드 & 뉴’가 느껴진다고 많이 얘기하더라고요. 반대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곳은 우물이었어요. 심각하게(?) 생긴 우물이었는데 콘크리트로 지은 손빨래 공간이었던 것 같아요. 그걸 가장 먼저 부쉈어요.







스페이스딤은 전시 공간으로, 캐주얼 와인 바로, 작업실로, 여러 가지로 쓰고 있어요. 한 공간에 이런 여러 기능을 녹이기 위해서 신경  점이 있다면?

(이도현) 내부 공간이 좁기 때문에 전시 공간과 상업 공간이 사람들의 동선, 기물 배치, 시선에 따라 구분될 수 있게 하되, 되도록 두 공간이 서로 침범하지 않도록 거리를 두었어요. 시선이 쏠리는 공간 중앙에는 테이블이나 의자를 놓는 대신 작품을 전시하는 곳으로 만들었죠. 지금 전시 중인 정희윤 작가의 ‘Cast’라는 작품을 중앙에 걸어놓았어요. 가죽 공방 역시 천막을 이용해서 물리적인 공간의 경계를 지었습니다.







보통 화이트 큐브는 작품에서 멀리 떨어져 감상하도록 하는데 스페이스딤은 공간과 오브제를 경계 없이 어우러지게 두었어요. 작품이 가까이에 있어서 위험한 부분은 없는지 궁금해요.

(임민수) 사전에 작가와 상의를 해요. 작품이 좀 상해도 괜찮겠느냐고요. 보통은 흔쾌히 승낙해주세요. 사람들이 일부러 만져볼 수는 있지만 의도치 않게 쳐서 망가지는 경우는 별로 없더라고요.

(이도현) 특히 이번 정희윤 작가는 공간 안에 스며드는 작업을 좋아하더라고요. 미술 공간이 획일화되어 있잖아요. 그런 지점이 폭력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고 했어요. 스페이스딤에서는 누군가 작품을 만지거나 작품이 부딪히더라도 그 자체로 공간에 스며드는 걸로 생각해요.



최근 각자의 집에 두기 위해 산 디자인 제품, 오브제 등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이도현) 베르너 펜톤의 펜톤 체어를 다이닝 체어로 쓰고 있어요. 오브제 같아 보이는 가구를 워낙 좋아하는데 실용적이면서 디자인도 좋고 앉은키에도 딱 맞더라고요. 밥 먹고 차 마실 때 자주 애용하고 있어요.

(임민수) 저는 밖에서 잘 주워 와요. 스페이스딤의 입간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저 둥근 볼 조명과 공간에서 가장 메인이 되는 스탠드 조명도 주워 온 것이에요. 물론 고장 나 있는 것을 수리하고 전구를 교체했지만요. 사는 것도 좋지만 집 주변에서 주워 온 것으로도 매력적인 인테리어를 꾸밀 수 있어요. 지금 저희 집에 있는 것을 말씀드리면, 사람들이 쓰다가 버린 식탁을 가져와 작업 테이블로 쓰는 게 있어요. 디자인도 예쁘고 모서리의 라운딩도 잘되어 있죠. 사람들이 큼직한 가구는 무거워서 잘 안 가져가더라고요. 그 테이블을 높이 조절을 해서 사용하는데 되게 안락하고 좋아요.










스페이스딤에서 파란색은 시그너처 컬러이기도 하죠.

(이도현) 대부분 사람들이 파란색 조명을 낯설어해요. 그래서인지 ‘독특하다’, ‘뉴욕 바 같다’ 하면서 즐겨 찾아주시는 분도 있고, 쉽게 접근하지 못하고 그냥 가시는 분도 있어요. 이런 반응이 재미있어요.



독특한 색감의 조명을 공간에 연출할 때 고려할 만한 점은 무엇일까요?

(임민수) 저희가 사용하는 파란색은 정확히 말하면 시안 블루cyan blue예요. 첫 번째는 자신이 좋아하는 색깔을 찾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LED 조명을 쨍하게 터뜨려놓기만 하는 게 아니라 그 앞에 불투명한 소재를 덧댄다든지 혹은 빛이 퍼질 수 있게 돕는 장치를 한다든지, 텍스처가 있는 오브제를 앞에 둬서 빛을 연출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가구 벽을 빛을 연출하기 좋은 화이트 컬러로 정 건지 궁금해요.

(임민수) 조명 색을 잘 흡수하면서 반사하는 색깔은 화이트밖에 없거든요. 예를 들어 검은색 벽이었다면 조명을 써도 그냥 어두운 공간이 되었을 거예요. 하지만 화이트 배경은 빛을 반사하면서 색감이나 분위기를 좀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죠.




"화이트 배경은 빛을 반사하면서 

색감이나 분위기를 좀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죠"




스페이스딤을 사이드 잡 형태로 운영하는 이유가 있나요?

(임민수) 코로나19 때문이죠. 저도 영상 작업을 하고 있는데 올해 초에는 프로젝트가 거의 없었어요. 그때 스페이스딤에 대한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로 했어요. 시공을 해준 친구도 그가 맡았던 건축 관련 프로젝트가 지연되면서 오히려 스페이스딤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던 것 같아요. 상업 예술을 하면서 사이드 잡을 하지 않는 사람이 없더라고요. 제게도 스페이스딤은 돈을 벌기 위한 생계 수단이라기보다는 제가 하고 싶은 것으로 채우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이도현) 직장에서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고 스타트업이라도 그만의 규칙이 있잖아요. 그런 규칙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기표현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아진 것 같아요.







스페이스딤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알려주세요.

(임민수) 스페이스딤에서 특이한 콘텐츠를 뽑아내고 싶어요. 그중 하나가 타투이스트와의 협업이거든요. 예전에 베를린 여행을 하다가 부 스토어Voo Store에 간 적이 있었어요. 사람들이 책을 사고 읽는 공간 옆에 타투이스트가 사용하는 마사지 베드가 있더라고요. 직접 타투를 해주는 현장이었던 거예요. 그런 장면이 재미있어서 언젠가 스페이스딤에서도 한 번쯤 해보고 싶었어요. 타투가 국내에서 합법이 된 후에 해볼 수 있겠죠?

(이도현) 이 공간에서 편하게 서서 마시거나, 도로에서 햇살을 받으면서 캠핑 체어에 앉아서 마시거나 자유롭고 편하게 낮술을 마실 수 있는 이벤트를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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