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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엔 초식마녀가 산다

‘초식마녀’ 유튜버 박지혜

Text | Kakyung Baek
Photos | 박지혜

지구에 해가 되지 않는 삶을 실천하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특히 비건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사람들에게 ‘초식마녀’는 배를 곯지 않고 건강한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유익한 유튜브 채널이다. 이를 운영하는 박지혜는 비거니즘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한다는 당찬 기세로 영상도 만들고 글도 쓰고 만화도 그린다. 그는 더 유명해질 준비를 마쳤다.









어제는 뭘 했나요?

어제는 유독 여유롭게 보습니다. 전날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해서 안정과 휴식을 취하며 발라드를 따라 불렀어요. 보양식으로 잔뜩 끓여둔 들깨미역국을 데워 먹고 비건 쿠키 두 봉지와 감자칩 한 봉지 먹었습니다. 설거지 겨우겨우 해치웠고요. 밤에 동물성 성분이 들어가지 않은 라면도 끓여 먹었네요.







매일 루틴처럼 하는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눈뜨자마자 휴대폰으로 전날의 일기를 씁니다. 사건 위주로 쓰기도 하고, 감정 위주로 쓰기도 하고, 구체적으로 쓸 때도 있고, 간단한 메모 형태로 쓸 때도 있어요.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땐 왠지 잘 쓰고 싶은 욕심에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요즘은 그냥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기록하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습니다. 일기를 쓰고 나면 첫 끼로 거의 블루베리와 식물성 밀크 넣은 시리얼을 먹습니다. 본격적인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요가나 달리기로 몸을 풀고요. 피우기도 해요. 궂은 날씨가 아니면 아침이나 저녁에 집 근처 강을 따라 꼭 산책을 해요. 마치 반려동물 산책시키는 느낌이랄까요. 매일 다른 하늘을 볼 때마다 , 하마터면 이 아름다움을 놓칠 뻔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서울 살 땐 매일 남산타워를 보는 게 일과였는데 지금은 매일 진주성을 봅니다. , 자기 전엔 화분 물을 줍니다.








유튜브 채널 초식마녀를 운영하면서 만화, 칼럼, 레시피 북을 쓰는 등 다양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요즘 자신을 어떻게 소개하나요?

비건업자라고 소개합니다. 비거니즘 확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뭐든지 하고, 만들 수 있는 건 다 만들 거든요. 워낙 잡다하게 이것저것 하는 일이 많다 보니 구구절절 저를 설명하게 되는데, 그냥초식마녀입니다라고 소개해도 될 정도로 알려지면 편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래서 유명해져야겠다는 야망을 품고 있습니다.








집에서 가장 오래된 물건요즘 새롭게 들인 물건을 각각 소개해주세요.

가구 중 가장 오래된 건 책상입니다. 집에서 일할 때 쓰려고 10년 전쯤 맞춤 주문했어요. 그림 작업을 염두에 두고 산 거라 거대하지만 나를 위해 태어난 존재니까 평생 책임질 각오로 데리고 다니다. 이사할 때마다 가장 큰 짐이라 고생스럽지만 사랑스럽기도 하죠. 가장 최근에 산 것은 시디즈 의자와 발판이에. 등받이 없는 나무 벤치 같은 걸 쓰다가 척추 건강을 조금 잃었거든요.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어디인가요?

창밖으로 산이 보이는 거실을 가장 좋아해요. 하얀 소파 옆에 한자리 차지하고 있는 빈백에 누워 구름이나 노을을 봅니다. 블루투스 스피커로 음악을 듣기도 하고요. 그러면 충전기를 꽂은 배터리처럼 마음에 초록색이 채워집니다. 거실에 TV가 없는 덕에 온전한 여유로움을 누릴 수 있어요.








비건 생활로 인해 바뀐 집 안의 모습이 있다면?

집에서 물건이 가장 많은 공간이 부엌이 되었어요. 배달 음식 안 먹외식도 안 하다 보니 매일 요리하게 되거든요. 온갖 식물성 식재료와 조리 기구, 그릇 등으로 꽉 찼. 단순히 물건만 많은 게 아니라 늘 온기가 돌아요. 따뜻한 식사의 향기가 나는 부엌이서 좋아요. 요리를 해서 먹는다는 건 그저 배를 채우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으니까요. 부엌은 제 몸과 마음이 만들어지는 공간이에요.




요리를 해서 먹는다는 건 그저 배를 채우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어. 부엌은 제 몸과 마음이

만들어지는 공간이니까.”




비건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반려동물을 키우며 동물이라는 존재를 깊이 알고 사랑하게 되면서 '먹는 동물'에 대한 생각을 떨칠 수 없었어요. 분명 끔찍한 현실이 있을 텐데 먹는 즐거움을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 안 보이는 척 외면하다가 영화 <옥자> <아무튼, 비건>접하기 시작했고 <카우스피라시>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봤을 때 육식에 대한 왜곡과 합리화를 멈추게 된 거죠. 비건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분이라면 다큐멘터리 영화 <도미니언Dominion>를 권해드려요. 유튜브에서 무료로 수 있는데 간접적으로나마 우리가 동물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거든요. 인간은 영상물로 보는 것만도 힘든 고통을 동물들은 매 순간 겪고 있다는 걸 실감하게 될 거예요.








현재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초식마녀’라는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있?

초식동물의 '초식'에서 따왔고요, '마녀'는 스스로에게 용기를 주고 싶어서 붙인거예. 만화나 유튜브에서 비건 이야기를 하려면 악플도 감내할 용기가 필요했거든요. 여나 마녀사냥을 당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비건으로서 존재하고 드러나는 것을 멈추지 말자는 각오로 이름 지었습니다. 유튜브를 운영하면서 감사하게도 비건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깨졌다는 분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그런 이야기 들으면 힘이 많이 나요. 세상은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분들 덕분에 변화하죠.





사진 제공: 채륜당




<오늘 조금 더 비건>에 소개 레시피 중에서 개인적으로 자주 는 요리가 있다면?

요즘은 들깨미역국을 자주 먹습니다. 한 솥 끓여놓고 재탕, 삼탕해서 먹으면 더 맛있거든요. 체질에 맞는지 먹고 나면 기운도 나고요. 들깨미역국을 끓여두면 식사 준비도 간편해져서 좋아.










유튜브 채널에서 ‘내 인생이 시트콤이 되도록 살고 싶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 비건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사회의 잔인한 면모를 더 많이 목격하게 되는데, 그 와중에도 유쾌함을 잃지 않으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일단 스스로를 시트콤의 주인공이라 생각하면서 제가 겪은 사건들을 3인칭으로 이미지화해 영상을 시청하듯 한번 돌려 봅니다. 그리고 그 장면에 예능 프로그램처럼 자막을 깔아요. '사건을 겪은 나'는 에피소드를 위한 등장인물이고 '사건을 떠올리는 나'는 기억에 남길 최종 결과물을 뽑아내는 편집자인 거죠. 이때 현실을 왜곡하지 않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게 중요해요. 내 감정을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하면 나중에 탈이 날 수 있으니까요. 힘든 건 힘든 대로, 괴로운 건 괴로운 대로 인정하되 남의 일처럼 가볍게 바라보며 재밌는 문장 하나 덧붙여서 기억하는 거죠. 제가 직접 겪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최대한 가공을 하지 않으려 노력해요. 애쓰지 않아도 남 일은 금방 잊잖아요. 제 일도 남 일처럼 생각하며 시간에 흘려보내려고 하죠. 사회의 부조리나 명백한 폭력 등을 정신력으로 극복하라는 이야기는 결코 아닙니다. 현실 문제는 현실에서 해결해야죠. 이 방법은 그 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상처를 스스로 잘 다독이기 위한 방법일 뿐이에요.




현재 계획 중인 일이 궁금합니다.

두 번째, 세 번째 책을 낼 예정이고요, 제가 는 진주시를 채식 친화적 도시로 만들 방법을 궁리하고 있어요. 좋은 예시가 되어 전국적으로 비거니즘이 확산길 바니다. 모두에게 이로운 변화가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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