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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가드닝, 반려식물, 도시

서교동의 수상한 식물 가게, 큐이디

큐이디 공동 대표. 시인 성다영

Text | Kakyung Baek
Photos | Hoon Shin

“여기 파는 데예요?” 서교동의 식물 가게 큐이디를 찾아온 사람들이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이다. 철제로 만든 미니멀한 조명과 가구, 바닥에 놓인 독특한 화분들을 보고 식물 가게라 짐작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시인 성다영과 세미가 운영하는 큐이디는 식물을 놓는 방식부터 식물을 파는 이유까지 한 편의 시처럼 수상하다.









시인으로 활동하면서 식물 가게 큐이디를 운영하시네요.

큐이디 운영하기 전부터  시에는 식물이 많이 등장했어요예전에는 나무 등 상위 범주의 단어로 얘기했다면 요즘에는  식물 고유한 특성을 더 구체적으로 정확하게 쓰게 되었어요. '식물은 이러할 것이다'라는 막연 고정관념 대신 개별적인 식물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됐죠예를 들어 사람들은 식물이 너무 가깝게 모여 있으면 건강하게 자라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붙어 있을수록 더 잘 자라는 식물도 있거든요.








식물과의 인연은 언제부터 시작됐나요?

저는 유년 시절을 지리산 아래에 있는 시골에서 보냈어요. 식물은 제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기보다 바로 옆에 있는 게 친숙한 것이에요. 대학을 다니느라 서울에 살면서 식물이 도시 사람들에게는 자연스러운 존재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물론 서울에도 산은 많지만, 생활과 밀접하지는 않죠. 도시의 산은 제가 어릴 적 다니던 산과 너무 달랐어요. 옛날 사람들은 산에 신이 살고 있다고 믿었잖아요. 제가 경험한 지리산은 산세가 험한 것은 물론이고, 산으로 올라가는 길부터 어둡고 거친 느낌이었거든요. 도시의 산은 진입로도 정갈하게 잘 만들어져 있고, 신이 있을 만한 분위기는 아니었어요.




"집에 식물을 들이면 성장이 빨라지거나

꽃이 피거나 단풍이 지는 모습을 통해

계절을 느낄  있어요."




식물을 기르는 과정에서 어떤 기쁨을 느끼나요?

서울에 살면 자연과 가까이 있다는 느낌이 전혀 안 들 때가 있어요. 예를 들어 어렸을 때는 벼가 익어가거나 산의 모습이 달라지는 것을 보고 가을을 느꼈는데, 도시에서는 가을옷이 출시되는 것을 보고 가을을 실감하게 돼요. 하지만 집에 식물을 들이면 성장이 빨라지거나 꽃이 피거나 단풍이 지는 모습을 통해 계절을 느낄 수 있어요. 정지된 것처럼 느껴지는 집이라는 공간 속에서 계절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정말 좋아요.








큐이디는 어떤 계기로 열게 되었나요?

예전부터 세미나를 할 만한 공간을 막연히 상상했어요. 하지만 하루에 3~4시간 사용하기 위해 공간을 새롭게 여는 것은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던 중에 세미를 만나게 되었어요. 현재 큐이디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데요. 세미는 식물을 포함한 생물과 자연에 관해 넓고 깊게 알고 있었어요. 둘이 함께 얘기를 나누다가 시 창작 세미나도 진행하고 식물도 소개하는 공간을 열면 좋겠다는 생각에 다다랐던 거예요. 그렇게 상상만 해오던 공간을 큐이디로 만들어낼 수 있었어요.



'큐이디Q.E.D.' 이름으로 내건 까닭은 무엇인가요?

수학 증명이 끝날  적는 기호예요굳이 풀이하자면 '이렇게 되었다'라는 뜻이에요제가 '살다 보니 식물 가게도 운영하게 되고 시인도 되고이렇게 되는구나'라는 의미도 있고요사실 엄밀히 말하면  의미 없는 것이죠저는 너무 많은 의미가 들어간 작품의 제목이나 내용, 상호 등을 좋아하지 않아요그런 저의 특성이 반영된 이름이 아닌가 싶습니다.








서교동바로  건물을 큐이디 공간으로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새로운 사람들로 언제나 붐비는 망원동과는 달리 서교동은 제게 한적하고 오래된 동네라는 인식이 있어요노인도 많지만 젊은 사람의 유입도 적지 않은 편이고요.  공간의  면이 유리로 되어 있어서 아침에는 앞쪽의 창으로오후에는 옆쪽의 창으로 햇빛이 들어와요미적인 것을 고려 식물을 배치하지만, 그와 함께 바람의 흐름이나 태양의 이동에 따라 만들어지는 환경에 맞춰 식물을 놓는 게 큐이디의 특징이에요.



그간 경험 ‘식물이 있는 공간’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지금 당장은 생각이  나네요. 식물이 있는 공간은 대부분 식물이 압도할  많거나 식물이 있어도 공간과 어우러지는 느낌이 덜 드 것 같아요. 오래된 공간에 오래된 식물이 있는 것을 좋아하는데그런 곳 드물죠. 유행에 따라 무엇이든 금방 생기고 금방 사라지는 시대니까요. 식물은 오래될수록 멋있어지는 점이 정말 좋아요.










큐이디 여느 식물 가게의 모습과 달라요식물을 바닥에 놓는 방식부터 독특하죠.

저는 미니멀한 것을 좋아해요 퇴고할 때 쓸 데 있는 것만 남기는 것 처럼. 공간도 마찬가지로 집에 가구가 너무 없어서 오는 사람마다 이상하다고 할 정도예요사실 큐이디에  선반을 들이면  많은 식물을 올려둘 수 있보통 화원은 그런 식으로 식물이 우거져 있는데, 그러면 각각의 식물에 집중하기 어렵고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하게 되는 것 같아요. 큐이디의 식물에는 제가 집에서 오랫동안 기른 것이 많아요그렇게 정성껏 가꾼 식물을 손님들이 하나씩 자세히 봐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화분을 바닥에 두었어요그리고 대부분 식물은 땅에서 자라잖아요. 그래서 자연에서 처럼 앉거나 허리를 숙여 식물을 들여다보는 경험을 선사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식물 하면 나무 소재의 공간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큐이디에는 스테인리스플라스틱철제 소재가  많아요.

저는 대체로 작품을 쓸 때, 옷을 을 때, 식물을 식재할 때도 하나의 결이 유지되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식물과 나무 소재 가구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저에게는 너무  막히고 무거운 느낌이에요오히려 차가운 물성과 따뜻한 물성이 만나는 순간이  매력적이에요사실 나무 소재 가구라고 해서  자연스럽다고 할 순 없는 것 같아요. 다양한 동식물이 는 곳을 없애고 나무를 대량으로 길러서 벌목 목재를 얻 과정을 생각하면 말이에요 공정이 이미 자연스럽지 않은데 그것을 ‘자연 친화적’이라고 말하곤 해요큐이디에 있는 가구는 대부분 누군가 쓰던 것이에 선반도, 화분도 누군가 골목에 버린 것을 주워  닦고 칠하고 말후에 이렇게 사용하는 거예살아 있는 나무를 벌목해  가구를 만드는 것보다 이미 존재하 물건을 다시 사용하는 더 친환경적이라고 생각해요.



큐이디를 찾는 사람들이  공간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이나요?

가장 많이 듣는  "여기  곳이에요?"라는 질문이에요그만큼  공간을 낯설게 느끼는  같지만 저는 오히려 이런 반응이 나쁘지 않아요일부러 간판도 달지 않았어요. 유리창으로 보이는 식물이 간판 역할을 충분히 하기 때문이죠.








큐이디에서 사람들에게 식물을 소개하는 과정 전반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손님들에게 가장 많이 묻는 것은 ‘그 식물을 어디에  것인지’예요. 저는 손님의 집이 동향인지남향인지, 직사광선이 드는지바람은  통하는지  질문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누군가 식물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겠다고 결정하는 순간 매우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이제 그 식물을 다시 못 본다는 생각에 아쉬울 때가 많아요. 래서 더욱 누구든 큐이디의 식물을 오래 길렀으면 하는 마음이 커요. , 그리고 데려간 식물이 잘 자라고 있는 것을 SNS에 태그를 해주시는 분이 가끔 계시는데, 그때마다 반갑고 정말 기쁘답니다.








 번쯤 살아보고 싶은 집이 있다면 어떤 집일까요?

저는 연못이 있는 이면 좋을 것 같아요그래서 새 동물, 곤충이 물을 마시거나 몸을 씻거나 물놀이를 하러 왔으면 좋겠어요.  작은 텃밭도 있으면 좋겠네요저에게 땅은 신비한 존재. 아무것도  땅에서 먹을 수 있는 것들이 자라거나 열리기 때문이에요제가 비건인데, 제가 먹을 식물을 직접 길러서 먹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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