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IV

PEOPLE|도시, 로컬, 큐레이션

을지로 인쇄소 골목 한가운데 서점

커넥티드 김성호 대표

Text | Kakyung Baek
Photos | Hoon Shin

커넥티드는 단순히 책만 파는 독립 서점이 아니다. 독립 출판에 최적화된 인쇄 솔루션을 제안하며 작가와 독자를 잇는 북 페어를 기획하고 책 뿐만 아니라 그에 어울리는 음악, 향, 커피 등을 큐레이션한다. 을지로에 새롭게 문을 연 커넥티드 북스토어 2호점에서 독립 서적을 매개로 커넥티드가 확장한 온·오프라인의 다양한 시공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무슨 책 읽으세요?

최근에 긴 연휴가 있었잖아요. 집에 책을 여러 권 가지고 갔어요. <크래프톤 웨이> <리더 반성문> <서점은 왜 계속 생길까> 인데, 지금 제가 가장 고민하는 주제에 관한 책들이에요. 특히 <리더 반성문>은 제가 어떤 잘못을 했을 때 문제의 근원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서 읽게 됐어요. <서점은 왜 계속 생길까> 역시 책은 점점 팔리지 않는 다는데 사람들은 왜 서점을 찾고 서점을 여는지 궁금했거든요. 누군가의 조언으로는 부족한 지점을 책이 채워주는 것 같아요. 판단은 언제나 자신의 몫이고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잖아요. 저는 책을 보면서 고민에 대한 실마리를 얻고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벌곤 해요.










정말 궁금하네요, 왜 서점에 사람들이 모이는 걸까요?

아직도 모르겠어요. 제가 처음 독립 출판 신scene을 알게 된 게 1990년대 말이었어요. 그때는 마치 홍대 인디 음악 신처럼 갑자기 커졌다가 사그라질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지금도 꾸준히 시장이 유지되고 있어요. 새로운 작가들이 유입되고 새 책이 계속 나오고요. 독립 출판물이 기성 책과 다른 점은 SNS 성격을 지녔다는 것 같아요. 독자들은 정보를 얻기 위해서 라기보다 작가와 소통하는 데에서 독립 출판의 매력을 느껴요. 다만 짧고 일시적인 SNS와 달리 좀 더 정제되고 긴 호흡의 SNS라고 볼 수 있겠죠. 독자와 작가가 책과 북 페어 등을 통해 소통하면서 다양한 이야기가 세상 밖으로 나오고 새로운 커뮤니티가 만들어져요.







커넥티드 세운상가 점




커넥티드라는 브랜드를 시작하게 된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대학교에 다닐 때부터 저만의 일을 하고 싶었어요. 소셜 커머스 창업도 해봤죠. 그러다 몇 번 고배를 맛본 후에 막연히 인하우스 마케터로 일해보고 싶어서 한 회사에 들어갔어요. 출근하고 나서야 그곳이 인쇄소라는 걸 알았죠. 인쇄에 대해 잘 몰랐지만 제가 책을 좋아하니까 재미있는 일로 연결할 수 있을 거라 확신했어요. 그러던 차에 뉴욕에 가서 커넥티드Kenektid 창업자분들을 만나게 됐어요. 포토그래퍼와 산업 디자이너인데 그분들이 주변에 있는 예술가들의 재능을 알리기 위해 만든 회사가 커넥티드였죠. 미술을 전공한 한국 유학생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프로젝트를 했어요. 문화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끼친다는 커넥티드의 목표에 공감했고, 저도 한국에서 이런 정체성을 잇는 브랜드를 만들어보기로 했던 거예요. 커넥티드 1호점은 종로 세운상가에서 시작했고요. 지금 저희가 이야기를 나누는 을지로점은 최근에 문을 연 2호점이에요.








인쇄소는 대체로 대량 출판을 하기 마련인데 어떤 계기로 독립 출판과 연이 닿았나요?

제가 있던 회사는 충무로에서 최신 기술을 들여온 곳이었어요. 소량으로 제작하지만 높은 퀄리티가 필요한 독립 출판의 생리와 잘 맞았어요. 자연스럽게 독립 출판에 관한 프로모션을 기획하면서 그 시장을 더 자세히 알게 됐어요.



인쇄소에서 경험이 커넥티드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처음 책방을 열었을 때는 독립 출판과의 접점이 없었어요. 수익 구조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립 출판물을 판매하면서 인쇄소에서의 경험이 도움이 되었죠. 작가, 제작자가 가장 어려워하는 세 가지가 있어요. 바로 제작, 유통, 마케팅인데 커넥티드에서는 이를 하나의 솔루션으로 도와드려요. 특히 제작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워크숍을 열기도 해요. 책방, 인쇄 솔루션, 북 페어까지 크게 세 갈래를 운영하면서 하나의 플랫폼으로서 커넥티드의 방향을 잡고 있습니다.










처음 책방을 열었을 때 어떤 모습이었는지 궁금해요.

1호점을 운영하던 초창기에는 제가 좋아하는 걸 소개하는 큐레이팅 숍의 개념이었어요. 한 권의 책과 함께 그와 어울리는 음악, 패션, 영화를 일주일을 주기로 바꿔 소개했죠. 예를 들어 슈프림 책을 중심에 놓고 슈프림 관련 LP 음반, 빈티지 티셔츠 다양한 굿즈를 들여와 판매하는 식이었어요. 어빙 펜이라는 사진가가 있는데 1960~1970년대 <보그> 표지를 찍던 분이에요. 그 사진가의 책을 소개할 때도 책과 관련한 음반, 그분의 사진을 전시하는 방식으로 기획했고요.








여러 독립 서점 중에서 커넥티드만의 차별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커넥티드의 첫 번째 버전이 콘텐츠 큐레이팅 숍이었다면 두 번째 버전은 독립 출판물을 판매하는 책방이죠. 그리고 다음은 책을 매개로 한 플랫폼이에요. 인쇄 솔루션을 통해 책을 제작하고, 책방에서 책을 판매하고, 북 페어를 통해 독자와 작가가 만나는 장을 만들기도 하고요. 저희는 책을 읽는 매체보다 쓰는 매체로 주목하려고 해요. 더 많은 사람이 긴 호흡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공유하는 장을 만들고 싶어요.




더 많은 사람들이 긴 호흡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공유하는 장을 만들고 싶어요.




커넥티드에서는 큐레이션도 하죠?

독립 출판물은 대체로 개성이 강해서 이를 파는 서점들도 각자 색깔이 달라요. 저희 서점에도 큐레이션을 의뢰하는 경우가 꽤 있어요. 최근에는 루메미술관을 위해 집을 주제로 북 큐레이션을 해드렸어요. 책은 특정 공간을 만나면 확장성이 더 커지는 것 같아요. 어떤 공간에서 책을 읽느냐에 따라 집중도가 달라질 뿐더러 책의 주제와 관련한 곳에서 읽는다면 몰입도도 높아지니까요. 커넥티드에서도 이러한 공간을 마련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 테이스티 박스를 시작했어요. 매달 구독자들은 책 한 권과 함께 인센스, 커피, LP 음반을 받아볼 수 있어요. 책 주제와 맞닿아 있는 셀렉션이라서 책에 더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요.










커피, 음악, 향 등이 책 읽는 공간을 만드는 데 어떤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나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음악과 커피도 좋아하는 경향이 있어요. 예를 들어 카페를 떠올리면 그 공간에 계속 음악이 흐르고 커피를 마시면서 책이나 잡지를 보죠. 뭔가를 볼 때 모든 감각을 다 사용한다는 건 그만큼 몰입한다는 뜻이잖아요. 책을 볼 때 음악도, 커피도, 향도 그 책과 어울리는 것이라면 오감을 사용해 독서에 집중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책 읽는 공간을 떠올릴 때 가장 좋았던 곳은 어딘가요?

캠핑 의자나 해먹 같은 데 누워서 커피 마시 음악 들으면서 책 보는 게 제일 좋더라고요. 야외에서 책 보는 걸 좋아해요. 만약 집에 발코니가 있다면 비슷한 기분이 들 것 같네요.




RELATED POSTS

PREVIOUS

나와 오브제와의 관계, 그 친밀감이 편안한 곳
라이팅 디자이너 마이클 아나스타시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