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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주방

비노바 심영석 대표·김수정 브랜드 마케터

Text | Kakyung Baek
Photos | Hoon Shin

이탈리아 주방 가구 브랜드 비노바 코리아의 심영석 대표이사와 김수정 브랜드 마케터를 대구에 있는 빌리브 라디체 모델하우스에서 만났다. 비노바의 시그니처 시스템인 만티스와 아볼라, 두 가지를 시공한 공간을 둘러보며 주방 가구가 집의 첫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직접 느낄 수 있었다. 더불어 국내에 주방 가구가 들어오게 된 과정, 인테리어 트렌드에 따라 주방 가구는 어떤 변화를 맞았는지 등 전문가의 입을 통해 주방 가구를 낱낱이 살폈다.





(왼쪽부터) 비노바 코리아 김수정 브랜드 마케터, 심영석 대표이사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심영석) 저는 이탈리아 주방 가구 브랜드 비노바Binova를 한국에 공식적으로 수입하고 있어요. 비노바는 1958년 이탈리아의 한 목공 공방으로 시작한 브랜드로 다양한 건축가, 예술가와 협업해 작품이라고도 볼 수 있는 주방 가구를 선보입니다. 우리 회사는 이탈리아 본사로부터 독점 수입해 국내에 비노바 제품을 선보이고 있지요.

(김수정) 비노바에서 브랜드 마케터로 일하며 이탈리아에 살면서 본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을 맡고 있어요. 예전에 패션을 공부하러 이탈리아에 갔다가 우연히 현지 브랜드와 한국 간의 계약 관련 일을 하게 되었어요. 이를 계기로 심 대표와 비노바 일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비노바는 수입 주방 가구 브랜드 중에서도 프리미엄급에 해당하죠. 비슷한 레벨의 다른 브랜드와 차별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심영석) 이탈리아 브랜드는 독일처럼 대규모 생산 라인이 있는 것이 아니고 소규모 시스템으로 운영해요. 장인 문화가 발달했죠. 장인의 손을 거쳐 탄생한 제품에 대한 자부심도 상당히 높아요. 비노바의 모체는 쿠보 디자인Cubo Design 그룹이에요. 이곳에는 비노바, 미톤Miton, GF 등 다양한 레벨의 주방 가구 브랜드가 있어요. 그중에서도 비노바는 최상위 레벨에 속하고요. 현재 대구 빌리브 라디체 모델하우스에 시공한 비노바 시스템은 시그니처 라인인 헤링본 마감재의 만티스Mantis와 대리석 소재로 디자인한 아볼라Avola 두 가지예요. 500세대가 넘는 공동주택에 이 두 가지 시스템이 적용된 건 국내에서 최초라고 할 수 있어요.





대구 빌리브 라디체 모델하우스에 시공한 비노바의 시스템 아볼라




제품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인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심영석) 두 시스템 모두 출시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신제품이에요. 특히 도장으로 제작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한 세대에 하나의 마감 방식으로 시공해요. 예를 들어 지금 이곳의 도어를 바로 옆집에 시공할 수가 없어요. 미세하게 헤링본 패턴이 맞지 않기 때문이에요. 한 집만을 위한 특별한 제작 방식이죠.

(김수정) 밀라노에 있는 비노바 본사에서 현재 전시 중인 제품들이에요. 비노바 쇼룸은 보통 가구 박람회의 주방 섹션이 열리는 해에 전시 상품을 새롭게 재편해요. 신제품을 소개해야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 두 모델만큼은 작년에 출시한 이후로 쇼룸에서 제외된 적이 없어요. 그만큼 비노바의 주요한 기술과 디자인이 집중된 상징적 모델이기 때문이죠.




한 세대에 하나의 마감 방식으로 시공해요.

한 집만을 위한 특별한 제작 방식이죠.”




비노바를 시공한 빌리브 라디체의 모델하우스를 보고 첫인상이 어땠나요?

(심영석) 요즘은 주방이 구석에 있지 않고 현관을 열자마자 거실을 통해 바로 연결되잖아요. 저는 그동안 여러 수입 주방 가구를 많이 봐서 첫눈에 그 느낌을 바로 알 수 있거든요. 이번 빌리브 라디체 모델하우스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죠. 들어서자마자 고급스럽다는 느낌이 단번에 들었어요. 주방 가구는 집의 느낌을 좌우하는 데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마치 고급 브랜드의 옷을 보러 갔을 때 옷걸이에 걸린 옷을 보기도 전에 그 공간으로부터 분위기와 고급스러움이 감지되는 것처럼요. 또 도장이 아닌 헤링본이나 세라믹 같은 마감재로 디자인한 주방 가구는 시간이 갈수록 그 공간에 머물고 싶게 만들어요. 왠지 이 가구로 둘러싸인 곳에서 좀 더 여유를 갖고 커피 한잔이라도 마시고 싶게 만들죠. 그게 좋은 주방 가구를 결정짓는 요소가 아닐까 생각해요.

(김수정) 제가 알고 있던 한국의 인테리어와 비노바가 과연 잘 어우러질지 약간의 우려가 있었어요. 한국 아파트는 대체로 층고가 낮고 서양의 주택보다 비교적 좁기 때문이죠. 하지만 모델하우스에 들어서자마자 전혀 이질감이 들지 않고 공간에 잘 어우러져 보기 좋았어요. 기존 아파트에 비해 빌리브 라디체의 경우 층고가 높고 평면 구획이 개선되어서 훨씬 더 넓게 느껴졌거든요. 게다가 공간의 전체적인 마감과 디자인이 비노바 가구의 소재, 톤앤매너 등과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도록 표현한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비노바 시그니처 라인인 헤링본 마감재의 만티스




여러 종류의 가구 중에서도 주방 가구의 매력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심영석) 패션과 비슷한 부분이 많아요. 해외의 여러 주방 가구 브랜드의 오너와 클라이언트를 만나다 보면 주방 가구도 옷이나 자동차처럼 스토리를 중시하더라고요. 주방 가구를 어떤 회사에서, 어떤 디자이너와 함께 만들었는지에 따라 소위 격이 달라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죠. 1990년대 후반에 주방 가구라는 개념이 국내에 처음 등장했어요. 그때 유럽의 디자인을 차용한 제품이 먼저 출시됐고 2000년대 초반에는 사치품이라 여겨질 정도로 고가의 주방 가구가 많이 나왔죠. 하지만 이제 본래 기능은 당연히 훌륭해야 하고 그 이상의 격을 갖춘 주방 가구를 원하는 사람이 많아졌어요. 이런 소비자 욕구는 수입 주방 가구 브랜드를 사용해보면 충족하는 경우가 많죠.










팬데믹 이후 주방 가구 트렌드에서 변화를 느낀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김수정) 외식 횟수가 줄어든 반면 재택근무가 늘다 보니 주방을 더 자주, 여러 용도로 쓰게 된 것 같아요. 밀라노 디자인 위크가 올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해 특별판 수퍼살로네 2021’로 간단하게 열렸어요. 경향을 훑어보니 주방에서 리빙 공간으로 이어지는 구간에 가구나 벽을 활용해 두 곳을 연결하는 아이템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거실용, 주방용 가구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아일랜드 식탁 하단을 거실에 놓는 장식장으로 활용하기도 하고요. 또 일반 가구를 만드는 회사와 주방 가구 전문 회사가 컬래버레이션한 경우도 많더라고요.





비노바의 시스템 아볼라




밀라노 가구 박람회 스페셜 에디션 때 특히 인상적이었던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김수정) 거실 벽면을 수납장으로 만드는 부아제리boiserie. 원래 장식장을 거실 벽면에 세워 놓잖아요. 그것을 벽처럼 만들어 공간을 더 넓게 사용하는 거예요. 이를 통해 주방과 거실을 더 자연스럽게 연결시킬 수도 있고요.





비노바의 시스템 아볼라




주방 가구를 리모델링하거나 새로 디자인하려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얘기가 있을까요?

(심영석) 누군가에게 주방에 대한 상담을 받거나 제안받기 전에 먼저 그것을 판단할 수 있는 눈을 기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스스로 추구하는 모습의 가구나 이를 스타일링한 공간, , 건축물 사진을 두루 살펴보는 거예요. 유럽의 잡지, 가구 잡지 등을 활용하면 좋아요. 그 디자이너나 건축가가 어떤 의도로 그런 디자인을 했는지, 그 집에 사는 사람은 왜 그런 형태의 가구를 골랐는지 등 그 메시지를 보면 자신의 성향을 어떻게 인테리어로 녹여낼 수 있을지 알게 될 거예요. 이 외에도 다양한 채널을 통해 내가 살고 싶은 집, 내가 만들고 싶은 주방 이미지를 찾다 보면 그중에서 뇌리에 박히는 게 있을 거예요.

(김수정) 저는 주방 가구를 볼 때 내구성을 많이 살피는 편이에요. 요즘은 냄비를 수납할 때도 오픈 도어가 아니라 서랍장 형태를 많이 써요. 하루에도 수없이 열고 닫는데 어떤 레일을 쓰고 어떤 경첩을 썼는지, 마감재는 무엇을 썼는지에 따른 가구의 내구성이 정말 중요해요. 또 주방 가구는 살면서 쉽게 바꾸게 되지 않잖아요. 오래 사용해도 튼튼하고 멋있는지 꼼꼼히 살펴보는 게 중요해요.








좋은 집은 어떤 집이라고 생각하나요?

(심영석) 집에 들어섰을 때 단번에 고급스러움이 느껴지는 집이죠. 낮엔 여유롭게 커피도 한잔하고 저녁에는 와인을 마시기 좋은 그런 여유가 있는 집. 잠시나마 복잡한 생각은 접어두고 여유를 찾는 일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하지만 좋은 공간에서는 그런 여유가 자연스럽게 나오잖아요.

(김수정) 저는 새로 지은 건물보다 오래된 집이 좋아요. 이탈리아에 있는 집도 1900년대에 지은 돌집이죠. 걸어 다닐 때마다 오래된 나무 바닥이 삐걱거리지만, 그조차도 좋아해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집은 들어왔을 때 무조건 편하게 쉴 수 있어야 해요. 또 그 집에 사는 사람의 개성이 묻어나야 한다고 생각해서 모던과 빈티지 스타일의 가구를 믹스매치해 인테리어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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