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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다양성, 큐레이션, 홈데코

유일무이한 것으로 채운 파주의 취향 상점

김해리ㆍ윤금상 언글래마우스 대표

Text | Solhee Yoon
Photos | Hoon Shin
Film | Jaeyong Park

“주류보다 비주류가 좋아요. 유행하는 것보다 의아할 만큼 희귀한 것을 소개할 때 신나요. ‘이상할 것 같은데 생각보다 되게 잘 어울리네’란 말을 듣고 싶어요.” 김해리와 윤금상 언글래마우스 대표는 파주출판단지 조용한 주택가에 취향 상점을 차리고 색색의 모로코 러그를 비롯해 뮬 슬리퍼, 아메리칸 주얼리 등 저마다의 세계가 꿈틀대는 물건으로 채우고 있다.








언글래마우스가 무슨 뜻일까 추측해봤는데 바로 답을 찾지 못했어요.

(김해리) 언글래마우스Unglamouse는 언컨스 글래머 하우스unconscious glamor house를 줄여서 만든 합성어예요. ‘무의식적인 매력을 가진 공간’이란 뜻으로, 공간에 놓였을 때 분위기를 만드는, 매력을 끌어올리는 소품을 소개하고 있어요. 신혼집을 준비하면서 제대로 영감을 받았지요. 어릴 때부터 편집숍을 운영하는 게 꿈이었고, 남편과도 관심사가 잘 맞아서 2020년에 온라인 몰로 시작했어요.








이전에도 라이프스타일 분야에서 일했나요?

(김해리) 20살 초반 집을 이사할 엄마와 함께 가구를 고르고 집을 꾸몄는데 너무 재미있는 거. 그래서 인테리어 학원을 등록하고 인테리어 회사도 다녔어요. 업력이 점점 쌓이니까 좋아하는 분야가 더 선명해졌는데, 그게 소품 스타일링이었어요. 리빙 편집숍으로 이직해 홈 스타일링 일을 하다가 이제는 상품을 큐레이션하고 판매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네요.

(윤금상) 김해리 대표의 전 직장에서 같이 홈 스타일링 일을 어요. 그때 공간의 무드를 완성하기 위해 늘 러그를 추천했거든요. 그러다 국내 러그 시장 조사를 오래 는데 아무래도 선택의 폭이 좁게 느껴졌어요. 다른 옵션이 없을까 하며 공부를 쭉 하다가 아예 우리가 한번 소개해보자 싶었어요.










파주출판단지 내 조용한 주택가 안쪽에 쇼룸이 있어요. 이곳으로 온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윤금상) 온라인 을 운영하다 보니 창고가 필요했어요. 집이 일산이어서 파주 구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곳에 오니까 쇼룸에 대한 마음이 꿈틀대더라고요. 세 면이 통창이라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게 좋았고, 무심코 저희 아이템을 바닥에 놓았을 때 그 위로 떨어지는 햇살이 끝내줬어요. 그래서 쇼룸으로 가볍게 시작해보자고 파란색 페인트 칠만 해서 오픈했지요.








공간도, 물건도 컬러풀해서 왠지 기분이 화사해지는 느낌이에요.

(김해리) 국내에서 꾸준히 사랑받는 북유럽 인테리어를 떠올리면 왠지 모르게 화이트 , 그레이 톤만 써야 할 것 같잖아요. 하지만 “좋아하는 색깔의 의자에 앉아 있을 때 더욱 편안하게 쉴 수 있다”라고 말한 덴마크 디자이너 베르너 팬톤처럼 컬러를 사랑하는 이들도 있답니다. 이 대목에서 저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확신했어요. 무채색만이 답은 아니라고. 그래서 언글래마우스에서는 다양한 색감을, 질감을, 이야기를 선보이고 싶었어요.




“기분 좋은 날 입고 싶은 옷을 고르듯 방에 어떤 옷을 입히면 좋을지를 상상해보세요.




핸드메이드 제품을 주로 소개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김해리) 저는 똑같은 게 하나도 없다는 에 제일 끌리는 것 같아요. 디테일을 살필수록 그것만의 특별한 점이 보이고 그것을 나만 알고 있다는 게 재미있어요. 예를 들어 핸드메이드 러그라면 직조한 작가의 개성에 따라 짜임 방식이 다르고 마감새가 다르거든요.








아이템을 선정할 때 주로 어떤 고민을 하?

(윤금상) 국내에서 최초로 소개하는 브랜드면 좋겠다란 생각을 해요. 한글로 해시태그가 0개인 아이템이 제 기준에서는 최고 후보예요. 저희는 비주류를 좋아해요. 식당에서 음식을 골라도 ‘베스트’, ‘시그처’ 스티커가 붙은 것보다, 잘 팔리지만 '베스트'라고 쓰여 지는 않은 메뉴를 골라요. “언글래마우스에 가면 신비롭고 독특하고, 어쩌면 난해한데 생각보다 집에 잘 어울리고 매력적인 아이템이 있어”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신혼집은 어떻게 꾸몄나? 언글래마우스를 만든 특별한 계기이기도 하잖아요.

(김해리) 둘만의 공간을 만든다는 기대감이 정말 컸는데, 가장 신경 쓴 부분 주방이에. 싱크대 찬장을 뜯어낸 자리에 따로 마감하지 않고 핑크 페인트를 칠했거든요. 집에 놀러 온 친구들이 다 예쁘다고 말해줘서 뿌듯했습니다.

(윤금상) 고백하면 저는 신혼집을 계기로 집이 주는 에너지를 제대로 느낀 것 같아요. 집이 예쁘니까 자꾸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게 되고, 또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렸을 때 반응이 좋고, 새로운 분야 사람들과 교류하게 되고, 또 잡지 촬영 제안이 들어오는 등 긍정적인 일이 생기더라고요. 이제는 제가 가구를 사달라고 졸라요.








함께 인테리어를 하면서 의견 충돌 없었나요?

(김해리) 오히려 의외의 조화로움을 얻었다고 생각해요. 저는 목재 가구를 선호하는데 윤금상 대표는 철제 가구를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제가 평소 고르지 않을 법한 것들을 옆에서 채워주니까 전에 보지 못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기분이에요.

(윤금상) 둘이서 이야기를 엄청 많이 나눠요.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도 한 사이트를 켜놓고 이게 왜 예쁜가, 저건 왜 예쁜가에 대해 몇 시간씩 떠들죠. 그러다 보니 서로의 취향을 잘 알게 되서로 더 존하게 돼.



아무래도 쇼룸에서 시간을 오래 보낼 텐데,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 있다면 어디일까요?

(윤금상) 아메리칸 주얼리 브랜드 아르포를 소개하는 쇼룸에서 가장 깊숙한 공간이에. 그곳만 옆 건물 때문에 볕이 잘 안 들어요. 한동안 고심하다가 빈티지 목재 벽장을 설치했는데 묵직하게 중심을 잡아줘서 든든한 멋이 있어요.








쇼룸 중앙에 펼쳐놓은 병풍은 무슨 용도인가?

(윤금상) 본가에서 이제 안 쓴다고 서 냉큼 가져와 파티션으로 쓰고 있어요. 원래 제사에 쓰던 용품이지만, 저희 눈에는 오리엔탈 무드의 인테리어 소품이었어요. 바닥에 에스닉한 모로 러그까지 더하면 분위기가 확 새로워지죠.










봄이니까 집 안 분위기를 바꾸려는 사람이 많을 , 두 분이 인테리어 팁을 하나씩 공유해주신다면?

(김해리) 큰 것을 바꾸겠다고 생각하면 왠지 모두 바꿔야 할 것 같아서 생각만 많아져요. 그래서 작은 것부터 해보라고 추천해요. 침구류를 바꾸거나 러그를 놓거나. 러그 큰 것 말고 좁고 길쭉한 것도 있거든요. 그런 것 하나만 더해도 자연스레 '이 가구랑 어울리네', '이 소품이랑 어울리네'고 생각하게 돼요.

(윤금상) 저는 “기분 좋은 날 입고 싶은 옷을 고르듯 방에 어떤 옷을 입히면 좋을지 상상해보세요”라고 말씀드려요. 예를 들어 벽이나 가구 전체가 화이트 계열이라면 상의와 하의 모두 흰옷을 입었다고 가정하는 거죠. 그럼 브로치나 스카프, 모자로 포인트를 주듯 벽시계나 오브제, 러그, 슬리퍼 등으로 조금 다른 선택을 해보는 거. 제가 패션 스타일링을 할 때 색이나 소재로 포인트 주는 걸 즐겨서 그래요.








좋은 집이란 어떤 집일까요?

(김해리) 제가 움직일 때 보이는 것들이 모두 예뻤으면 좋겠어요. 찬장 속 식기, 싱크대의 브러시, 설거지할 때 쓰는 세제 용기까지도요. 제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운 집이 제게 좋은 집이에요.

(윤금상) 저 역시도 그렇습니다. 제 손에 닿는 모든 것을 마음에 드는 것로 채운 집이죠.



앞으로 언글래마우스는 어떤 모습일까요?

(윤금상) 카테고리를 점점 늘려갈 생각이에요. 소품 이외에 서적이나 의류 등 라이프스타일 분야도 생각하고 있어요. 안에서 쓰고 만지고 걸치는 모든 분야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언글래마우스가 파주에서 서울(종로구 자하문로 10 11) 위치를 옮겼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언글래마우스 인스타그램 참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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