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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치고 깨진 도자기가 모이는 삼청동 작업실

김수미 작가

Text | Young Eun Heo
Photos | Hoon Shin

긴쓰기는 깨진 그릇을 생옻으로 메우고 갈라진 틈새를 금·은분으로 장식하는 일본의 공예 기법이다. 삶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고 아름답게 살아가자는 와비사비 정신에 따라 긴쓰기는 그릇의 깨진 부분을 숨기지 않고 더 아름답게 만들어 보여준다. 긴쓰기에 담긴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김수미 작가는 깨진 그릇을 수리하고 전시하며, 수업을 진행한다.








긴쓰기라는 용어를 처음 들어보는 사람들을 위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긴쓰기는 일본의 칠공예 중 하나로, 깨진 도자기 혹은 유리를 옻으로 붙이는 기법을 말해. 혼 긴쓰기와 간이 긴쓰기로 나뉘는데, 혼 긴쓰기는 전통 방식 그대로 토분, 목분, 밀가루 등 천연 재료를 사용해 안전성이 높아요. 그래서 뜨거운 음식을 담는 차 도구, 머그잔 같은 그릇을 수리할 때 이 방법을 . 단점은 옻 알레르기가 생길 수 있고 경화 시간이 길다는 것이에. 반면에 간이 긴쓰기는 합성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하루 만에 완성되고 맨손으로 만져도 괜찮아요다만 안정성이 낮아서 차가운 음식을 담는 그릇이나 장식 오브제를 수리할 때 사용하는 것이 좋아요.








깨진 그릇을 옻으로 붙인다는 원리가 신기하네요.

혼 긴쓰기로 예를 들면, 먼저 옻에 밀가루를 섞깨진 부분을 접합해요. 그러고 나서 빨간색이나 검은색 안료를 넣은 옻으로 깨져서 벌어진 을 여러 번 칠하면서 채워나가. 옻이 경화면서 단단하게 접합되면 그 위에 금박이나 은박을 칠하. 이가 나간 도자기는 밀가루 대신 토분을 사용하고.



긴쓰기 작업에서 제일 중요한 과정은 무엇인가?

옻칠이에요. 그런데 파편이 단단하게 붙는지, 또 면이 잘 채워졌는지 등 기본이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이 때가 있어요. 옻이 경화 1~2주 걸리는데, 경화했음에도 틈이 보이면 다시 옻으로 채워야 하죠. 그런 다음 사포질로 매끈하게 깎아고 옻칠을 해요. 옻칠도 여러 번 해야 해요. 옻칠해서 말리고 사포질한 다음에 또 말리고, 이 작업을 5~10번 정도 반복하죠. 그러니 심하게 깨진 기물일수록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어요.










일본 전통 공예인 긴쓰기 어떤 계기로 배우게 나요?

광고 회사에 다니면서 취미로 도예를 어요. 작게 전시를 열어 도예 작품을 선보이기도 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우스운, 당시에는 전공자가 아니니까 괜히 큰 작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런데 크기가 클수록 작은 실수 하나로 작품이 갈라질 때가 있어요. 이 일로 속상해하니까 일본에 있는 친구가 긴쓰기라는 기법이 있는데 한번 와서 배워보라고 권유했어요. 때마침 광고 일도 너무 힘들어서 휴식 취할 겸 일본에 가서 긴쓰기를 배웠어요.








긴쓰기를 배우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요?

나이가 지긋한 선생님께 배웠는데, 매주 목요일이면 선생님 아틀리에에 사람들이 모여 깨진 그릇을 수선했어요. 동네 사랑방 같은 분위기가 좋아서 한국에서 이렇게 운영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긴쓰기 수업을 진행하는 건가요?

그건 아니에요. 작가 친구들이 긴쓰기를 가르쳐달라고 서 재미로 시작한 거였어요. 처음엔 친구가, 그다음에는 친구의 친구가 수업을 신청하면서 수강자가 많아졌어요. 때마침 인스타그램에 제 작업과 수업 일정을 올리면서 더 알려지게 되었고요.




제가 수리한 게 아니라 스스로 수리한 것이라고 말씀드리죠.”




수업은 수강생이 깨진 기물을 가와서 수리하는 으로 진행다고요.

손때가 묻어서 소중하거나 특별한 사연이 있는 기물이 깨졌는데 파편까지 버리지 않고 간직하고 있던 분들이 긴쓰기 수업이 있다는 걸 알고 신청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수업 덕분에 예전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게 되었다 진심으로 고마워하세요. 그러면 제가 수리한 게 아니라 스스로 수리한 것이라고 말씀드리죠. 긴쓰기를 통해 소중한 물건을 다시 만났다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저도 행복해요. 내가 정말 좋은 걸 가르치고 있다는 걸 느끼죠.



수업을 하면서 수강생에게 반드시 전달하는 메시지가 있나요?

간혹 수업을 들으려고 멀쩡한 그릇이나 기물을 깨뜨려가져오는 분이 있어요. 럴 때 제가 항상 하는 말이 있어요. 도자기는 자신이 깨진 것을 기억하기 때문에 그 상태로 돌아가려고 하는 힘이 있다고요. 긴쓰기가 영구적인 기법은 아니거든요. 이어 붙였더라도 작은 충격으로 또 깨질 수 있어요. 그래서 되도록 일부러 깨뜨리지 말고, 주변에 수소문해서 이미 깨진 것을 구해 오라고 말해요. 긴쓰기에 내포된 ‘수리한다’는 의미가 중요니까 다가 자연스럽게 깨진 것을 수리하는 것이 긴쓰기 수업의 의의와 맞는다고 생각해요.








의뢰받아 그릇을 수리할 때는 마음가짐이 다를 것 같아요.

긴쓰기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인지라 모두 저를 믿고 오랫동안 기다리세요. 너무 감사하죠. 오랜 시간을 기다리면서까지 수리를 맡긴 마음을 이해하기 때문에 작업을 허투루 하거나 완성도에 타협하지 않으려고 해요. 조금이라도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있으면 다시 작업해요. 시간이 지날수록 제 일에 대한 책임감이 점점 커지는 것 같아요.








그동안 수리했던 기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은 무엇인가요?

도자기로 된 성작(미사 때 포도주를 담는 잔). 신부 서품받을 때 성작을 선물받는데 이를 평생 간직해야 해요. 그래서 금속으로 된 성작이 많은데, 수리를 의뢰 신부님은 도자기로 된 성작을 받았. 그러니 깨지면 무조건 수리해야 하는 거예요. 저도 톨릭 신자지만 이 작업을 하면서 성작이 어떤 의의와 의미가 있는지 알게 되었고, 그래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 들었어요. 기억에 남는 또 다른 작업은 한 갤러리에서 김흥수 화백의 작품 수리를 의뢰한 거였어요. 알고 보니 김흥수 화백과 제 할아버지가 대학 동문이더라고요. 두 분이 서로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왠지 할아버지와 동시대 사람의 작품을 수리한다는 것 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심지어 까다로운 작업이어서 더 기억에 남아요.








직업상 파손된 물건을 매일 보다 보면 물건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 것 같아요.

물건을 대하는 태도보다는 물건을 구매할 때의 태도가 명확해요. 좋고 싫음이 분명해서 제가 좋아하는 물건을 사되 공간에 어울리는 것으로, 딱 필요한 것만 소유하려고 해요. 그래서 불필요한 것은 중고로 팔거나 지인에게 선물로 줘요. 하지만 제 것이라고 판단한 물건은 오랫동안 잘 사용하죠. 어떻게 보면 물건을 아끼는 또 다른 방법을 안다고 할 수 있죠. 저에게는 수리해야 할 기물이 많을 뿐이지 기물에 대한 욕심은 없어요.



그러고 보니 작업실에 수리할 기물 가득하네요.

처음부터 수납과 정리를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작업해야 할 기물들이 한눈에 보여야 바로 가와서 작업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작업실에서 수업도 진행하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집중할 수 있게 공간을 세세하게 나누지 않았어요. 특별히 신경 쓴 건, 제 아이가 작업실에 놀러 왔을 때 안전하고 편안하도록 바닥에 카펫을 깔아둔 거예요.








긴쓰기는 장시간 집중해야 하는 작업이기에 휴식도 중요하.

작업하다가 지칠 때는 선배 작업실에 놀러 가요. 선배 작업을 구경하거나 가만히 앉아서 커피를 마시기도 하고 테라스에 나가서 바람도 쐬. 때로는 동네 산책을 해요. 설렁설렁 걷다가 옆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에 들기도 하고요. 이렇게 작업 공간을 벗어는 것만으로도 휴식이 될 때가 있어요.








삼청동이 산책하기에 좋죠. 작업실이 위치한 동네는 유독 더 한적하고 조용한 것 같아요. 이 공간은 어떻게 찾나요?

전 작업실은 효창공원 부근에 있었는데, 왠지 다음에는 꼭 나무가 보이는 곳으로 이사 가고 싶어요. 그런데 마침 지금 작업실에서는 창밖으로 대형 나무가 보. 주변도 조용고요. 아쉽게도 지금은 공사 때문에 나무가 보이지 않지만요.



일본에서는 긴쓰기가 또 다른 예술로 확장과 변신을 하고 있어요. 스스로 새롭게 그리는 미래가 있나요?

올해 안에 전시 더 하려고 해요. 지난 3월에 전시에서는 다른 소재끼리 붙이거나 일부러 엇갈려서 붙이는 등 기존 스타일에서 벗어난 작품을 어요. 이번에는 전통 방식의 긴쓰기를 보여주려고 해요. 이렇게 올해를 마무리하고 내년에는 도예 이론을 배우러 유학 가려고요. 제가 느끼고 좋아하는 것을 도자기로 표현하고 싶어요. 일본은 우리나라와 흙과 유약이 달라서 많은 공부가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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