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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마리 소와 함께하는 미국 농부의 삶

농부이자 요가 강사 트레이시 호브드

Text | Nari Park
Photos | Flora. P

”날씨 좋은 날 그늘에 앉아 푸른 초목을 바라보는 것은 가장 완벽한 휴식이다.” 소설가 제인 오스틴이 말한 이런 힐링의 순간을 생활 속에서 끊임없이 경험하는 이가 있다. 미국 중서부 위스콘신주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트레이시 호브드. 8년 전부터 팜스테이를 운영하며 30마리 남짓한 소를 돌보는 그녀의 삶은 휴식 그 자체다.








“아무래도 인터뷰를 중단해야겠어요. 스컹크가 침입했는데 지금 내쫓지 않으면 우리 안의 닭 모두 죽 .” 수화기 너머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불현듯, 3시간을 내달리며 았던 그녀의 천국 같던 농장은 일반인이 꿈꾸는 전원생활의 단면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뭉게구름과 새파란 하늘 아래 펼쳐진 목초지, 그 속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 스코틀랜드산 하랜드 (Highland cattle), 만개한 작약과 마당을 유유자적 돌아다니는 , 텃밭에서 민트잎 서너 장을 뜯어 즉석에서 만든 허브티 한잔, 지저귀는 새소리, 그 목가적 풍경 속에 자리한 목조 주택···. 누구나 한 번쯤 동경하는 전원생활을 현실에서 일궈낸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끊임없이 야생동물에 맞서 고군분투하거나 날씨와 계절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는 일라고 짐작해본다.








과거의 자신을 ‘시티 city girl’이라 부를 만큼 도시에서 나고 자란 트레이시 호브드가 농장 생활을 시작한 것은 8년 전 할리데이비슨 부속품을 디자인하는 남편을 만나면서. 모던 댄스를 전공 그녀는 부상 뒤 요가 강사로 전향했고, 자연과 명상 생활화 농장의 삶은 그녀에게 힐링 그 자체였다. 위스콘신주에서 스테이팜 레이지 아이 랜치Lazy I Ranch를 운영하는 그녀와의 인터뷰는 결코 낭만적일 수만은 없는 전원생활에 관한 한 편의 다큐멘터리 같았다.








스스로를 ‘시티 걸’이라 소개할 만큼 평생을 도시에서 생활어요. 농장 생활을 하기로 큰 결심을 하게 된 에는 어떤 이유가 있었?

번도 농장 생활할 거라 생각해본 적은 없었어요.(웃음) 미네소타 메이플그로브에서 나고 자라 콜로라도에서 10년간 살았으니까요. 모던 댄스를 전공하고 부상 요가를 배우며 강사로 전향하기 전까지는 도시가 의 터전이었죠. 8년 전 남편 마크를 만나면서 모든 게 달라졌어요. 당시 마크는 지금의 농장과 콜로라도를 오가며 생활는데, 번씩 저를 이곳으로 데려왔죠. 매일같이 흙을 밟고, 아침이면 초원을 바라보며 제 손길을 필요로 하는 가축을 돌보는 일이 아름답게 느껴지면서 자연스레 합게 됐어요.










농장 생활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힘든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문명의 혜택 같은 것이. 8년 전에는 이곳에 인터넷조차 연결되지 않았으니까요. 도시로부터 완벽하게 차단된 고요 속에서 자연에 집중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했어요. 수많은 벌레도 익숙해져야 했고요.(웃음) 처음에는 불편하게 느던 것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특별하지 않게 되었죠. 도시에서는 휴대폰을 접하는 시간이 지나치게 많았고 그런 것이 정신적인 피로를 가져왔어요.



농경 밀집 지역인 위스콘신주에만 6 5,000여 곳의 농장이 있어요. 가운데 ‘레이지 아이 랜치’는 어떤 성격의 농장인가요?

머물면서 농가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팜스테이죠. 긴 뿔과 수북한 털이 특징인 스코틀랜드산 하랜드 소를 방목해 키우는 곳이에요. 저희 부부가 사용하던 별채 리모델링 최근 에어비앤비로 운영하기 시작했는데, 침실 3개와 공유형 주방, 샤워 시설을 갖춘 전형적인 미드웨스트 지 하우스예요. 특히 1층과 2층 사이 ‘도그 하우스Dog House’라 부르는 다락방은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는 공간이에요. 농장 주변 목초지를 산책하며 사과나 베리류를 수확하고, 겨울이면 스노슈즈를 신고 설경을 감상할 수도 있어요.




집은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는 힐링의 장소, 온전히 땅을 딛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농장에서의 하루는 도시에서와는 다를 테죠?

매일 드라마틱한 삶을 살아요. 어제는 밤사이 태풍이 지나가면서 목초지의 큰 나무 기둥 하나가 완전히 쓰러졌어요. 이렇듯 아침에 일어나 생각지도 못한 변화를 보면 단 하루도 계획로 흘러가는 날이 없죠. 보통 때는 반려견 스팅키조와 메이지의 식사, 닭들이 마실 물을 챙기며 아침을 맞아요.








하루 중 가장 행복을 느끼는 순간을 꼽는다면 언제일까요?

농장 한쪽에 난 숲길을 걸을 때요. 야생화, 버섯, 사과나무 베리류를 보고 냄새 맡으며 만나는 자연의 모든 것이 좋아요. 비슷할 것 같지만 매해 조금씩 다른 모습이에요. 아무 생각 없이 농장 일을 하는 것도 제게는 큰 힐링입니다. 건초를 나르고, 오늘 핀 꽃을 마주하고, 닭이 낳은 달걀거두, 태어 송아지를 만나는 같은 일들요. 같은 길이지만 공기나 바람이 미세하게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어요.



건초 창고 외하고 생활 공간이 총 세 채인데, 각각 어떤 용도로 사용나요?

농장 들어면 제일 오른쪽으로 저희 부부가 거주하는 주택이 있고, 그 옆으로 에어비앤비 숙소로 사용는 건물이 있어. 가장 좌측에 있는 집은 시부모님이 거주하는 집이고요. 모두 남편이 긴 시간 공을 들여 직접 설계한 이라 애착이 커요.








농장 가운데 여러 대의 할리데이비슨 모터바이크가 놓인 게 유독 눈에 띄. 마치 할리데이비슨 쇼룸을 보는 것 같달까요?

농장 생활을 하기 훨씬 전부터 남편은 할리데이비슨 부속품 제조 디자이너로 일어요. 안쪽의 정비소 같은 공간에서 남편이 틈틈이 모터바이크를 설계. 컬러스 케이지가 주연 영화 <고스트 라이더Ghost Rider>나오는 모터바이크 외관 디자인을 담당하기도 했어요. 젊은 시절에는 유타주의 한 사막에서 열린 경주에 참여할 정도로 모터바이크는 그의 삶에 매우 중요하. 지금도 할리데이비슨 핸들과 패들 관련 부속품을 디자인하고.










팜하우스는 일반적인 미국 주택과는 다른 주거 형태인데,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무엇일까요?

저희 부부가 는 팜하우스는 무엇보다 자연 친화적인 시스템으로 자생하도록 설계되었어요. 음식물을 퇴비로 만들어 텃밭에 사용하고, 빗물은 정화 시설을 거쳐 수돗물로 활용하는 식이죠.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이곳에서는 모든 요리를 실외에서 한다는 것이에요. 텃밭에서 수확한 채소와 우리에서 가져온 달걀, 어떤 첨가제도 넣지 않은 유기농 식자재로 건강한 한 끼를 만들어 먹어요.



전원생활은 누구나 한 번쯤 동경하는 삶이지만 막상 현실은 녹록 않죠. 도시와 농장, 두 곳을 모두 경험한 입장에서 귀농을 계획하는 이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요?

미디어를 통해 보여지는 근사한 이미지 너머의 현실까지 생각해야 해요. 사람들은 목초지에서 평화롭게 닭을 방목 키우는 모습만 보지만, 전날 밤 라쿤에게 물어 뜯긴 닭 두 마리 우리 속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하죠.








어떠한 계기로 요가 강사로 전향하게 됐나요?

모던 댄스를 배우 부상을 입었어요. 이후 자연스레 요가를 접하게 됐는데, 전문 강사로 전향하게 된 건 어느 날 느닷없이 생긴 일 때문이었어요. 당시 수업을 하던 강사가 사정이 생 제게 수업을 부탁그것을 계기로 지금까지 5년간 요가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어요. 동안 농장 한건물에서 주민을 대상으로 요가 수업을 했는데, 현재 진행 중인 공사가 끝나면 다양한 워크숍을 열 수 있을 것 같아요.








요가 강사로서 바쁜 도시 생활자들 잠시나마 힐링할 수 있는 명상법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잠자는 시간만큼 휴대폰의 인터넷 연결을 끊어보. 제가 콜로라도에서 아파트에 살 때 집집마다 각기 다른 무선 인터넷이 설치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숨이 막히고 숙면을 취하기가 힘들었어요. 여러 의사 상담해봤지만 딱히 이유를 지 못했어요. 그러다 예전에 알던 한의사를 찾아갔는데, 제가 사는 집에 대한 얘기를 듣더니 휴대폰 전원을 끄고 잠을 청해보라 하더라고요. 그날 저녁 한 번도 깨지 않고 꼬박 13시간을 잤던 것 같아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전파 사람의 정신을 롭게 고 스트레스를 준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휴대폰을 조금만 멀리하고, 본인이 진심으로 즐길 수 있는 일을 하루 20분이라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해요. 가드닝, 요가, 음악 듣기, 무엇이든 상관없어요. 지금 당장 어딘가에 앉아 단 1분이라도 눈을 감고 호흡해보세요.



바쁜 삶으로부터 벗어나 조금이라도 스트레스를 덜 받기를 바라는 사람이 많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실천하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에요.

농장에서 생활하는 요가 강사라고 하면 사람들은 매일같이 명상하고 수련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 하루를 바삐 사는 건 어디에건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 같아요. 일단 앉아 눈을 감으세요. 크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기를 반복하며 지금 연결된 생각의 고리들을 차단하려고 노력해보세요. 1분이라도 좋으니 눈을 감고 깊은 숨을 내쉬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거.








미국 중부 사람들의 삶을 뜻하는 ‘미드웨스트 라이프’란 어쩌면 이런 목가적인 풍경을 배경으로 하지 않나 싶어요.

미드웨스트 뿌리의 기원인 북유럽인의 전통 생활 방식에서 많은 것이 기인했다 볼 수 있. 저희 조부모 또한 캐빈이나 지 같은 곳에 자주 머물며 자연을 가까이서 즐기면서 여가를 보냈어요. 주변에 호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쉽게 시도할 수 있는 레저 활동이 많다는 것도 이유가 되겠죠.



당신이 생각하는 집이란 어떤 공간일까요?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는 힐링의 장소, 온전히 땅을 딛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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