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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실 브랜드 대표의 캘리포니아 집 꾸미기

콰이어트타운 대표 리사 파인

Text | Nari Park
Photos | Quite Town

결핍이 무언가 행동하게 만드는 동력이라면, 그것은 리사 파인에게 해당하는 일일 것이다. 욕실에 어울리는 심플하고 의미 있는 소품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은 그녀는 욕실 제품을 기반으로 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콰이어트타운을 설립해 남편 마이클 파인과 함께 운영한다. 뉴욕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두 달 전 캘리포니아에 둥지를 튼, 미국 서부 해변의 쉼표 같은 일상을 담았다.








집 안에서 욕실만큼 인테리어에 ‘보수적인’ 공간이 있을까. 맑고 흰 도화지 같은 정갈한 공간에 화려한 컬러와 기하학 패턴을 곁들인다면? 목욕과 생리 현상을 해결하는 사적인 공간에 콰이어트타운Quite Town의 샤워 커튼이나 발 매트를 들인다면 활기가 넘쳐날 것이다.



오랫동안 미국 매거진 <보그> <인스타일> 에디터, 패션 브랜드 메이드웰Madewell의 스타일링 디렉터로 활동한 리사 파인Lisa Fine. 그녀가 ‘욕실’이라는 공간을 주제로 다양한 인테리어 제품을 선보이는 콰이어트타운을 이끌게 된 것은 전적으로 ‘불편함’에서 기인한다. “단순하면서도 의미 있는 제품으로 욕실을 채우고 싶었지만 마음에 드는 제품을 찾기가 쉽지 않았어요. 어째서 집 내부와 욕실 인테리어가 서로 연결되지 않고 이질적인 느낌일까? 이런 의문 끝에 직접 제품을 만들기로 결심했죠.” 하루의 시작과 끝을 보내는 특별한 공간에 대한 리사 파인의 행복한 고민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뉴욕 브루클린에서의 인생 1막을 끝내고, 두 달 전 그토록 고대하던 캘리포니아로 터전을 옮긴 리사 파인의 삶은 마라톤을 앞두고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운동선수와 닮았다. 함께 콰이어트타운을 이끄는 포토그래퍼 남편 마이클 파인Michael Fine, 그리고 두 자녀와 함께할 근사한 집을 만나기 위해 잠시 렌트 하우스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특유의 따뜻한 햇살과 맑은 공기, 최소한의 가구로만 채운 더없이 미니멀한 싱글 하우스 구석구석에는 콰이어트타운의 위트 넘치는 러그와 커튼이 자리해 있다. 하루를 계획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때론 영감을 얻거나 긴장을 해소하는 그녀의 욕실은 침실처럼 아늑하고 평온하다.




제게 욕실은 혼자 고요히 생각하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공간이에요.”




남편 마이클 파인과 함께 욕실 전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콰이어트타운을 이끌고 있어요.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어떤 일을 해왔나요?

둘 다 20년간 패션 분야에서 일했어요. 마이클은 프리랜스 패션 사진가로서 제이크루, 랄프로렌, 타미 힐피거 같은 패션 브랜드의 제품 촬영을 했죠. 한때 몇몇 잡지의 에디터 생활을 하다가 패션 브랜드 메이드웰의 스타일링 디렉터로 영역을 넓힌 뒤 지금까지 관련 분야 일을 하고 있어요.










매거진 에디터와 브랜드를 이끄는 대표로서의 삶은 공통점도, 서로 다른 부분도 있겠죠?

두 직업군 모두 엄청난 호기심과 직관력을 요해요. 그러나 잡지 편집장이 아닌 한 에디터의 업무라는 게 항상 누군가의 승인을 기다려야 하는 일이죠. 자신의 비즈니스를 이끌 때는 그 시작과 끝 모두에 제가 함께 있고요. 또한 저희는 광고비나 판매 수익에 의존하지 않아요.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저의 새로운 사업에서 감사하게 생각하는 부분이기도 해요.



콰이어트타운을 운영하게 된 데에는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내가 필요로 하는 물건을 찾는 게 쉽지 않았고, 결국 직접 제품을 만들자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집의 다양한 공간에 자리할 의미 있는 물건, 욕실에 어울릴 만한 액세서리를 선택하는 데 많은 시간을 허비했어요. 그러다 어떤 것이 필요한지 목록을 작성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기능과 아름다움, 책임감 있는 제조 공장을 중심으로 브랜드를 운영하기 시작했죠.








콰이어트타운은 샤워 커튼, 매트, 러그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어요. 집의 여러 공간 가운데서도 ‘욕실’을 주제로 한 사업을 구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솔직하게 말하면 제게 욕실은 세상의 수많은 경쟁 구도와 소음으로부터 완벽하게 벗어난, 혼자 고요히 생각하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집 안에서의 ‘잊힌 공간’ 같은 것이었어요. 그렇게 의미 있는 공간을 조금 특별한 제품으로 꾸미고 싶어서 욕실 제품에 천착하게 된 것 같아요.








흔히 욕실이라고 하면 순백의 공간처럼 심플하고 깨끗해야 한다는 선입견이 있어요. 이 같은 고정관념이 제품 디자인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나요?

고정관념을 깨뜨리거나 미적 시각을 바꾸고자 노력한 적은 없어요. 누군가 깨끗한 화이트 톤 욕실을 좋아한다면 그 자체로 놀라운 일이죠. 일찍이 저 스스로 색과 질감, 독특한 디자인을 원한다는 사실을 알았고 다른 사람들도 그럴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에요. 앞으로도 누군가 자신의 공간에 패턴과 색상을 입히고 조합하는 일에 도움을 주고 싶어요.










욕실과 화장실에 좀 더 개성을 부여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콰이어트타운 제품을 몇 가지 추천해주세요.

공간이나 주인의 취향에 따라 조금씩 스타일링이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욕실은 집에서도 가장 작은 공간이기 때문에 완벽한 인테리어에 이르는 여정은 상당히 길 수밖에 없어요. 심플함을 유지하면서도 몇 가지 컬러 블록을 조화롭게 사용하는 ‘오리엔탈 커튼’과 ‘아르코Arco 러그’로 시작해볼 것을 권해요. 또 이왕이면 커튼 제품은 후크에 걸어 비치하는 것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여행지에서 마주하는 풍경과 일상에서 접하는 사물을 콰이어트타운의 디자인 패턴에 많이 활용한다는 걸 짐작할 수 있어요. 보통 작업의 영감은 어떻게 받나요?

모든 디자인 작업은 색에서 출발해요. 해변에 있는 한 무리의 바위를 만나면 그곳에서 색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는 식이죠. 스타일링을 실행하기 전 단계에서 그것이 제가 원하는 것인지, 가고자 하는 방향인지에 대한 확신이 드는 것은 물론, 제 일부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에요.








개인적인 삶과 여가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누도록 해요. 긴 시간 뉴욕 브루클린에서 생활하다 두 달 전 캘리포니아 해안으로 이사했는데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아요.

우리 삶의 모든 것이 그렇듯 이번 움직임에도 긴 시간, 많은 이야기가 필요했어요. 저희 가족은 언젠가부터 태평양 연안 지역으로 떠나게 되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가족과 긴 시간 생활할 집을 신중하게 고르기 위해 남편과 저는 이곳에서 마음을 열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캘리포니아 특유의 냄새와 자연, 햇살, 친절하고 자유분방한 사람들을 좋아해요. 우리는 맨발로 온전히 누비고 야외 활동을 즐기며 햇살을 만끽하고 있어요. 브루클린은 젊은 가족에게는 멋진 곳이었지만 어린아이들과 그곳에 삶의 뿌리를 내리고 싶진 않았어요.



새롭게 정비에 나선 디자인 스튜디오에 관해서도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두 달 전쯤 지금의 디자인 스튜디오를 만났는데, 기본적으로 여백이 느껴지는 화이트 큐브 공간이었죠. 현재 세트를 제작 중이고 늦어도 한 달 안에는 브랜드 제품 촬영을 할 수 있을 거예요. 코로나19가 성행했던 지난 2년간 차고에서 촬영했는데 춥고 습하고, 무엇보다 흥미롭지 못했죠. 새로운 콰이어트타운 스튜디오는 그와는 정반대 공간이 될 거예요.








캘리포니아에서의 하루는 어떻게 흘러가나요? 당신을 웃게 하는 행복한 순간에 대해서도 들려주세요.

저희 부부는 대부분 아침 시간을 반려견 플리아Flea와 산책하며 보내요. 그것이 우리의 하루 가운데 가장 의미 있는 순간이라고 단언할 수 있어요. 캘리포니아 해변가까지 오기 위해 우리는 열심히 일했고 그 ‘하이킹’은 이곳에 온 것에 대해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상기시켜줘요.








콰이어트타운 대표의 집은 어떤 제품이, 어떠한 방식으로 자리하고 있을지 궁금해요.

배스bath 러그를 집 안 곳곳에 깔아두는 편이에요. 강아지 플리아의 사료와 물그릇 아래에도 비치하고요. 부엌과 욕실에서는 심플한 스트라이프 문양의 오자이Ojai 핸드 타월을 즐겨 써요. 공간을 생기 넘치게 하는 효과가 있어요. 담요를 늘 집 안 곳곳에 비치해두는 것도 좋은 인테리어 방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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