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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운상가 속 명장면, 금지옥엽

영화 편집숍 금지옥엽 매니저 곽나래

Text | Young Eun Heo
Photos | Hoon Shin

우리가 사랑하는 영화의 포스터와 엽서가 벽에 붙어 있고, 자연스럽게 흥얼거리게 되는 영화의 OST가 들리는 곳. 영화 전문 편집숍 금지옥엽은 영화와 관련된 모든 상품을 판매한다. 이곳에서 손님을 만나고 영화 굿즈를 큐레이션하는 곽나래 매니저는 누구에게나 인생 영화는 있으며, 영화는 타인과 관계 맺도록 도와주는 매개체라고 말한다.








금지옥엽은 우리가 알고 있는 영화 제목에서 따온 거죠?

. 숍 이름 지을 때 회의를 엄청나게 했어요. 영화 전문 큐레이션 숍이니까 당연히 영화 제목과 배우 이름이 후보로 많이 나왔는데 그중에 <금지옥엽>이 있었어요. 세운상가 분위기와 1990년대 영화 분위기가 잘 맞고 뜻도 좋아서 이걸로 정했어요.










영화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바로 알아챌 수 있는 간판이에요. 칸 영화제 로고를 닮았어요.

칸 영화제를 염두에 둔 것도 있지만, 금지옥엽金枝玉葉이 ‘금으로 된 가지와 옥으로 된 잎’이라는 뜻이거든요. 거기서 착안해 만들었어요.








금지옥엽은 ‘커뮤니티시네마네트워크 사회적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숍이라고 들었어요. 이것은 어떤 단체인가요?

각 지역에서 영화를 중심으로 각자 의의를 가지고 활동하는 단체를 ‘커뮤니티시네마’라고 불러요. 전국적으로 크고 작은 규모로 퍼져 있는데, 이들이 지속 가능성을 도모하고자 힘을 모아 결성한 단체가 커뮤니티시네마네트워크 사회적협동조합이에요. 공동 사업으로 금지옥엽 프랜차이즈를 운영하고 ‘커뮤니티시네마 페스티벌’이라는 지역 순회 영화제를 열고 있어요.




“우연히 들어온 손님도 작은 것 하나는 사 가세요. 누구에게나 인생 영화는 있으니까요.




본인은 어떻게 커뮤니티시네마네트워크 사회적협동조합에 합류하게 되었나요?

금지옥엽 서울점은 ‘모극장’이라는 커뮤니티시네마가 운영하고 있어요. 모극장은 영화 종사자와 영화에 관심 있는 시민들이 모여 만든 단체인데 저는 2014년부터 조합원으로 활동했어요. 네트워크 관련 업무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공동체 상영회에서 사회자를 맡기도 했고 영화제 운영에도 참여했어요. 2019년부터 모극장을 주축으로 커뮤니티시네마 네트워크가 본격적으로 조성되기 시작했는데 그 과정에서 직원으로 합류하게 되었어요.








영화와 네트워크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된 거네요.

저를 포함해 조합원 모두 기본적으로 영화를 좋아해요. 저는 영화 전공자가 아니고 관련 지식도 전문가 수준은 아니니까 영화에 관해 매우 잘 안다고는 할 수 없죠. 하지만 문화 기획과 관련된 일을 좋아하고, 공동체 상영이라는 문화에 매력을 느꼈어요. 보고 싶은 영화를 극장이 아닌 별도의 공간에서 함께 관람하고 이야기 나누면서 관계 맺는 과정이 흥미로웠어요.








조합원으로서 금지옥엽 서울점을 담당하고 있어요. 직접 손님을 맞이하고 매장의 작은 부분까지 신경 쓰는 입장에서 금지옥엽이 어떤 공간이 되길 바라나요?

아직은 알고 찾아오는 손님보다는 지나가다 우연히 들어오는 손님이 더 많아요. 그래서 금지옥엽에 애정을 가지고 꾸준히 찾아오는 손님이 많아졌으면 해요. 또 금지옥엽이 영화를 매개로 다양한 사람들이 만나서 관계를 맺는 장소가 되었으면 하고요. 종종 친구끼리 와서 매장과 상품을 둘러보고 좋아하는 영화 이야기를 한참 동안하고 가는 손님도 있어요. 이처럼 금지옥엽이 누구나 편하게 와서 영화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금지옥엽 내부를 꾸밀 때 특별히 신경 쓴 점이 있나요?

들어오자마자 영화로 꽉 찬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대형 영화 포스터를 곳곳에 걸고 가구를 높게 제작했어요. 가구 같은 경우는 서울 외에 부산, 전주, 목표 등 금지옥엽의 다른 지점과 통일성을 주기 위해 모듈화에 신경 썼죠. SNS용 사진도 중요하니까 조명에도 신경 썼고요.



포스터, LP, , 엽서, 굿즈까지 정말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어요. 이 중 제일 인기가 높은 상품은 뭔가요?

해리포터와 지브리 애니메이션은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아서 품목에 상관없이 많은 분이 좋아해요. 그동안 운영하면서 깨달은 사실은 굿즈 품목에 상관없이 인기 있는 영화가 있다는 거였어요. 대표적인 게 바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윤희에게>예요. 이런 영화는 포스터, LP 등 어떤 품목이든 상관없이 찾고 구매하는 분이 많아요. 최근에는 각본집 같은 책을 많이 구매하세요.










사람들이 영화 굿즈를 사는 심리는 뭘까요?

영화는 보는 순간 끝이죠. 그 순간을 되돌릴 수 없으니까요. 물리적으로 남는 것도 없으니까 각자의 기억 속에만 남을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영화에 대한 기억과 감정도 사람마다 다르죠. 이런 상태에서 그것을 회상하게 만드는 무언가를 봤을 때 반가움을 느끼는 것 같아요. 재미있게 본 영화를 실제로 만질 수 있는 물건으로 가지고 싶다는 욕구도 있고요. 그래서 우연히 들어온 손님이라도 금지옥엽에서는 작은 것 하나라도 사 가세요. 누구에게나 인생 영화는 있으니까요.








최근에 본 영화 중에서 기억에 남은 영화나 N차 관람을 하는 영화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이번에 상영회를 하면서 노아 바움백 감독의 <프란시스 하>를 다시 봤는데 좋았어요. 무용을 전공한 주인공이 자신이 처한 상황 때문에 방황하다가 조금씩 자기 길을 정리해 가는 모습이 이해되더라고요. 진로에 대한 고민, 꿈과 현실의 괴리, 생활고에 치이는 현실까지,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고민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공감되었어요. 전고운 감독의 <소공녀>는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사랑스러워서 삶이 지쳤다 싶으면 다시 꺼내 보는 영화예요. 박훈정 감독의 <신세계>는 이정재 배우의 연기가 좋아서 자주 보고요. 이옥섭, 구교환 감독을 정말 좋아해서 이옥섭 감독의 <4학년 보경이>와 이옥섭, 구교환 감독이 공동 연출한 <연애다큐>는 자주 봐요. 아마 재관람을 제일 많이 한 영화일 거예요.








수집하는 영화 굿즈가 있나요? 영화를 좋아하면 자기도 모르게 모으는 굿즈가 있잖아요.

영화 티켓을 모았어요. 그런데 티켓이 영수증으로 대체돼서 아쉬워요. 지금은 너무 좋고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은 영화를 보면 포토티켓을 뽑아요.



금지옥엽에서 활동하면서 영화에 관한 생각이 달라진 점이 있나요?

영화 관련 상품을 큐레이션해서 소개하는 입장이다 보니 이전보다 영화의 내적 부분 외에 외적인 부분도 고려하고, 더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어요. 예를 들면 영화를 단순히 예술성으로 보지 않고 지금의 가치관과 맞는지, 감독의 시선이 누군가에게는 불편하지 않은지 생각하는 거죠.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시선이 있고,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그걸 따라가는 게 벅찰 때도 있어요. 그럼에도 다시 한번 돌아보고 생각하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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