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IV

PEOPLE|로컬, 친환경, 프리미엄

오로라를 품은 미드웨스트 숲 속의 집 네 채

니콜 리앤드

Text | Nari Park
Photos | Klarhet

미네소타 북부 루첸의 숲 속에는 투명한 벌집 모양의 ‘캡슐 하우스’ 네 채가 자리해 있다. 스웨덴어로 ‘명료함’을 의미하는 ‘클라렛Klarhet’이라는 이름의 이 리조트는 어린 딸을 둔 젊은 부부가 수년간 땀으로 일군 꿈의 결정체라 할 만하다. 투명한 벌집 모양의 숙소에 누워 밤하늘에서 쏟아지는 별 무리를 감상하고, 직접 기른 가축과 농작물로 만든 음식을 식탁에 올리며 지속 가능한 친환경 호텔을 운영하는 부부의 삶은 많은 것을 이야기한다.








글램핑에서나 볼 수 있는 지오 돔geo dome 형태의 단독 빌라 네 채가 광활한 숲 한가운데 둥지처럼 자리해 있다. 눈앞으로 순록과 토끼가 오가는 자연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지고, 침대에 몸을 뉘면 투명한 천장 위로 밤하늘이 펼쳐진다. 미니멀한 주방과 아늑한 라운지체어를 갖춘 실내는 도시에서 흔히 접하는 모던한 아파트를 닮았다. 빡빡한 도시의 삶으로부터 차단된 숲 한가운데서 오롯이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완벽한 공간. 미네소타 북부, 세상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 슈피리어호(Lake Superior)와 인접한 호텔 클라렛Klarhet은 지난해 문을 연 이래 누구나 머물고 싶어 하는 꿈의 공간이 되었다.








출산 중 예기치 못하게 아이를 떠나보내야 했던 젊은 부부 니콜Nicole과 커크Kirk에게는 ‘위안과 안식을 주는 치유의 공간’이 필요했다. 10년 전 바운더리 워터스Boundary Waters에서 겨울 캠핑을 즐겼던 기억을 떠올린 그들은 미네소타 북부 루첸에 부지를 구입해 숙소를 짓기 시작했다. 처음에 토양은 밭을 일구기에 턱없이 척박했고 북구의 추위는 매섭고 혹독했지만, 수년간 자신들의 손으로 머물고 싶은 집을 짓고 농장의 가축을 돌보는 동안 그들에게 다시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다. 그렇게 밤하늘의 눈부신 별 무리와 오로라를 바라보며 잠들 수 있는 꿈의 공간을 완성한 이들은 자연의 고요가 주는 명료한 힘을 투숙객의 삶에 조금이나마 스며들게 하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








미네소타 북부 루첸 숲 속에 네 채의 독채로 이루어진 리조트 클라렛을 운영하고 있어요. 이 같은 근사한 공간을 계획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희 부부는 대학원을 졸업한 뒤 미네소타 미니애폴리스 전역의 낡은 건물을 개조하는 일을 했어요. 그 과정에서 공간을 디자인하고 다른 사람들이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주는 ‘호스팅’에 큰 매력을 느꼈죠. 공간이 개인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깨달았고, 사람들의 생활 방식에 영감을 주는 독특한 공간을 만드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20204, 전 세계에 봉쇄령이 내려진 힘든 시기에 호텔 부지를 구매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요.

처음에는 저희 가족이 사용할 간단한 공간을 만들 계획이었고, 저희가 여행을 떠나거나 해서 집을 비울 때 한시적으로 대여할 생각이었어요. 2020 2월 출산 중 예기치 않게 아이를 잃게 되면서 미네소타 북부로 터전을 옮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예전부터 저희 부부에게 막연히 정서적 안정감을 주던 곳이었거든요. 클라렛은 슬픔을 겪은 뒤 마음을 다잡고 집중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되어갔고, 조금씩 현실화되는 과정에서 대자연을 일상에서 경험하는 것이 치유에 얼마나 크게 작용하는지 깨닫게 되었죠. 뭔가 조금 특별하고 색다른 것을 만들고 싶었고 그렇게 해서 지금의 호텔을 완성하게 됐어요.








숙박 시설을 지을 때 흔히 많은 객실과 스케일이 큰 공간을 선호하는데 클라렛은 오직 네 채의 독실만으로 구성되었어요.

클라렛이 지닌 특유의 친밀함과 소규모 시설을 좋아해요. 객실 수를 적게 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시작했고, 공간의 평온함과 스태프가 머무는 주거 공간을 신중하게 확보하며 자연경관과 대지를 보호하도록 큐레이팅했어요.








설계 과정에서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췄는지 조금 더 설명해주세요.

공간을 최대한 심플하게 꾸미되 ‘비워내는 것들’이 혹시라도 필요한 것은 아닌지, 아주 섬세한 고민을 거듭했어요.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춘 고급스러운 경험을 선사하고자 하면서도 공간을 반드시 필요한 것들로 채우는 데 집중했죠. 투숙객들은 필요한 만큼만 짐을 꾸려 오는 편이에요. 무언가 부족함을 느낄 때 우리 삶은 보다 창의적인 것이 발휘된다고 믿거든요. 개인 물품이 너무 많으면 여행 자체가 어수선하고, 자칫 무얼 해야 할지 갈팡질팡하며 본질을 잃게 되죠.



거대한 슈피리어호를 품은 미네소타 북부로 삶의 터전을 옮긴 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었나요?

남편 커크와 저는 대학 시절인 2011년 바운더리 워터스에 겨울 캠핑을 가서 만났어요. 우리는 항상 그 지역에 대한 특별한 소명 의식을 느꼈고, 함께 머무는 동안 편안함을 느꼈죠. 유럽과 북미, 동남아시아를 광범위하게 여행하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새로운 장소와 문화를 접했는데 그중에서도 미네소타 북부 해안가 지역인 노스쇼어North Shore와 슈피리어호만큼 우리와 강력하게 연결된 공간은 없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특별한 호텔을 운영하는 사람의 사적 공간인 집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합니다.

우리 가족은 호텔 부지에 거주하고 있어요. 우리가 꿈꾸는 집을 짓는 중인데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죠. 자연스러운 분위기에 빛이 가득한 실내, 주변으로 녹지가 풍부한 곳을 바라고 100% 천연 재료이면서 지속 가능한 건축자재를 사용하고자 해요. 우리에게는 어떻게 하면 아름다우면서도 작고 심플한 집에서 자연에 둘러싸여 우리가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것에 집중하며 살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과정이 흥미로워요. 우리가 필요로 하지 않는 것들로 둘러싸인 큰 집보다는 작지만 우리가 정말 필요로 하는 것들로 채운 집이 훨씬 아름답다고 믿어요.



현재 거주하는 집에서 특별하게 생각하는 공간이나 행복을 느끼는 때를 꼽는다면요?

하루 중 새벽 4시 무렵을 가장 좋아해요. 다른 가족들보다 일찍 일어나 매일 아침 명상을 하죠. 의식 속의 저와 현실 속의 제가 하루 일과를 보내며 서로 연결되는 순간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죠. 제 꿈과 이상이 명확하게 연결되는 그런 찰나를 느낄 때 가장 선명하게 제가 살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린 딸과 농장의 가축들이 아직 일어나지 않은 그 시간의 고요함이 하루 중 가장 소중합니다.




날씨에 맞게 옷 입는 방법을 배우고 내면의 차분함을 느끼게 되면 겨울마저 자연의 한 순환으로 받아들이게 될 거예요.”




농장, 객실 등 하루에도 수없이 마주하는 여러 공간 가운데 당신에게 집은 어떤 의미인가요?

우리 부부는 수년간 건설 현장에서 살았어요. 집은 언제나 도전적인 주제였죠. 때로는 투숙객과 우리 자신에게 필요한 것보다 사업적인 부분을 고려해야 했으니까요. 지난 몇 년간 집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면서 우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해졌어요. 꿈꾸는 비즈니스와 우리의 가정생활을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집은 제게 정성껏 요리한 식사와 같아요. 직접 수확한 재료로 만든 음식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누거나, 미소 짓게 하는 싱그러운 꽃다발을 정원에서 가져온다거나, 모닥불 옆에 웅크리고 있거나, 낡은 소파에 앉아 크고 털이 복슬복슬한 세 마리의 개와 긴 하루의 끝을 보내거나···. 저 자신과 가족, 삶에 대한 열정이 집을 가꾸도록 이끌어요. 하루 동안 저지른 실수를 무조건적으로 이해받고 웃을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니까요.








클라렛에 ‘미네소타의 친환경 돔(eco-conscious), ‘푸드 포레스트(food forest)’ 같은 수식어가 붙는 것은 어떠한 관리 방식이 뒷받침되기 때문일까요?

우리 부부는 클라렛의 농장과 관련된 모든 일을 직접 합니다. 농장의 가축은 우리 부부가 돌보는 사랑스러운 생명체이고, 가족의 일부로 간주해요. 규모가 빠르게 확장돼 최근에는 염소와 닭이 많이 늘어나면서 인력을 충원했어요. 동물은 친환경 시스템(eco system)이라는 측면에서 호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우리는 우리의 꿈을 위해서만이 아닌, 투숙객과 동물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방식을 고수하는 데 집중합니다. 투숙객에게 자연에서 난 재료로 만든 음식을 제공하는 ‘푸드 포레스트’ 방식을 통해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한 메시지도 전하고요.








호텔 투숙객들은 자연과 더불어 어떤 경험을 하나요?

손님들이 종종 지금까지 경험한 것 중 최고의 하늘을 보았다며 이렇게 이야기해요. “킹 사이즈 침대에 누워 밤하늘과 우주가 움직이는 것을 편안하게 지켜본다는 것은 꽤나 특별한 일”이라고 말이죠. 한겨울 숲 속의 고요함과 티 없이 맑은 밤하늘을 경험하는 것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요. 겨울의 지독한 혹한도 이곳만의 매력이에요. 날씨에 맞게 옷 입는 방법을 배우고 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내면의 차분함을 느끼게 되면 겨울마저 자연의 한 순환으로 받아들이게 될 거예요.



당신의 삶에 위안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요?

마음의 평화를 찾고자 할 때 나무, 동물, 물 같은 자연의 산물, 각각의 본질이 인간에게 시사하는 ‘지혜’에 크게 의존하는 편이에요. 조바심을 버리고 차분해지고자 숲을 찾고 바다로 향하거나, 동물을 보며 마음을 단순화하다 보면 마음이 치유되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아침 명상은 저의 정신을 단련하는 수련의 과정이고, 내면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돼요.








며칠간 투숙객의 삶을 정성스럽게 돌보고 환대하는 일은 일상으로 돌아간 그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클라렛에서 보낸 시간이 방문객에게 어떤 시간으로 기억되길 바라나요?

이곳을 찾아와서 머물다 간 손님이 무언가에 대해 닫혀 있던 마음을 조금이나마 열 수 있게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죠. 자연의 고요가 갖는 힘과 명료함을 마주할 때 우리는 스스로의 마음을 돌아볼 수 있으니까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열정적인 삶의 태도와 자연과 조화롭게 살며 우리가 받은 것보다 주변에 더 많은 것을 돌려주는 풍요로운 인생을 위한 영감의 장소로 기억된다면 좋겠어요.



10년 뒤에는 어떠한 삶을 살기를 꿈꾸나요?

전 세계 사람들을 연결하고 그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더 많은 공간을 만들기를 바라요. 그들 자신과 주변의 자연, 경험을 통해서 말이죠. 투숙객이 진정으로 자신의 삶을 가꾸고 일상에서 그것을 이어갈 수 있는 공간을 계속 유지한다면 더 바랄 게 없겠죠.




RELATED POSTS

PREVIOUS

나와 오브제와의 관계, 그 친밀감이 편안한 곳
라이팅 디자이너 마이클 아나스타시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