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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가정의 20세기 빈티지 가구 안내자

스티븐 스완슨

Text | Nari Park
Photos | Flora

20세기 디자인사의 ‘화양연화’로 꼽히는 미드센추리 모던. 1940~1960년대 좋은 목재를 바탕으로 실용성, 간결한 디자인을 응축한 가구를 선보이던 그 시절의 인테리어 양식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인기가 높다. 미국 중부 최대 규모의 북유럽 빈티지 가구 숍 데니시 티크 클래식은 오랜 세월이 축적된 가구를 미국 가정에 소개해왔다. 자그마치 30년 동안 매장을 운영해온 대표 스티븐 스완슨은 건축과 아트, 보트 세일즈 등 다양한 크리에이티브 직군에서 닦아온 감각을 바탕으로 영혼이 담긴 20세기 가구를 현대 도시인의 공간에 추천한다.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는 것을 규정할 때 ‘클래식’이라는 단어로 묶을 수 있지 않을까. 쓰임이 깃들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클래식 아이템은 오늘날 대량생산되는 공산품의 미끈함과는 다른 깊이가 있다. 미국 미네소타 남서부 농장에서 나고 자란 스티븐 스완슨Steven Swanson은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는 빈티지 디자인 가구에 일찍이 매료되었다.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한때 화가로 활동했던 이력을 뒤로하고, 1990년대 초반 덴마크 빈티지 가구를 선보이는 쇼룸 데니시 티크 클래식Danish Teak Classics을 열었다. 핀 율의 1인용 소파, 베르너 판톤의 미니멀한 식탁 의자, 알바르 알토의 매끈하고 묵직한 티크 콘솔 등 북유럽인의 생활 가구로 가득한 노스 루프North Loop 쇼룸과 지하 수장고는 미국 내에서도 손꼽히는 대형 규모다.



20세기 미드센추리 가구를 21세기 현대 가정에 소개하기 위해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일대를 돌며 선별한 가구는 선박에 실려 데니시 티크 클래식 매장에 도착한다. 도시의 협소 주택과 아파트 공간에 더없이 잘 어울리는 20세기 미드센추리 가구는 오늘날 새롭게 쓰이며 흥미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생산한다.








데니시 티크 클래식을 운영하기 전에는 어떤 분야에 종사했나요?

미네소타 남서부 농장에서 나고 자랐어요. 건축학을 전공했고 디자인에 관한 것에 늘 관심이 많았어요. 저희 가족의 DNA는 ‘스칸디나비안’에 뿌리를 두고 있죠. 세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부모님의 부모님, 그 부모님은 북유럽 사람이니까요. 건축 회사, 보트 세일즈, 화가로도 활동했지만 디자인에 흥미가 꽂히면서 데니시 티크 클래식을 운영하겠다는 결심을 했던 것 같아요.



북유럽 빈티지 가구를 판매하기로 결심한 데에는 어떠한 계기가 있었나요?

언제나 시작은 취미에서 비롯되죠. 덴마크에서 오래된 물건을 수입해 미니애폴리스-세인트폴 지역에 판매하는 덴마크 친구를 알게 됐는데, 제가 미네소타 대학교 근처에 과거 공장으로 사용하던 건물을 구입해 스튜디오를 열려고 생각하던 때였죠. 잘 모르는 사람에게 공간을 대여하고 싶진 않아서 덴마크 친구에게 남는 공간에서 쇼룸을 열어보자는 제안을 했어요. 세인트앤서니메인Saint Anthony Main의 딩키타운Dinkytown 쪽에 있는 건물이었죠. 1990년대 초반에 데니시 티크 클래식을 열었고 초기에는 토요일과 일요일, 주말에만 영업했어요. 우리 가게는 미국 내에서도 모든 가구가 덴마크산 빈티지인 유일한 매장이었죠. 규모나 퀄리티만큼은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았고요.










덴마크 가구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운영 초기에는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아요.

비즈니스란 언제나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이죠. 다수를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우리 가구에 잘 맞는 결을 가진 이들을 만나는 것이 중요했어요. 이런 이들이 지속적으로 매장을 찾으면서 컬렉션을 이어가는 거죠. 유명한 디자이너나 브랜드의 가구보다 디자인적으로 잘 만든 가구라면 그것의 가치를 지불하는 이들이죠.



빈티지 가구를 판매하는 리테일 업무뿐 아니라 인테리어 컨설팅, 맞춤 가구 제작 일도 겸하고 있어요.

운영하는 사업은 현재 크게 세 가지로 나뉘어요. 빈티지 가구 판매 및 수리 업무, 인테리어 디자인 컨설팅, 그리고 개별 요구에 맞춘 가구 제작이죠. 내부에 전문 디자인 팀이 상주해 고객이 희망하는 벽지, 카펫, 조명, 가구 등을 제안해줍니다.








인생에서 최초로 마주한 미드센추리 가구는 무엇이었나요?

덴마크 가구를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최초로 마주했던 가구는 아마 핀 율의 의자였을 거예요. 그때만 해도 단돈 19.90센트에 거래되었죠. 10~12살 때 누군가의 집에서 본 임스 체어도 기억에 남아요. 큰 라운지체어였는데 아주 부드러웠어요. 전통적인 빅토리아 농장에서 나고 자란 제게는 매우 특별했죠. 어린 나이에 찰스 & 레이 임스가 어떤 디자이너인지는 몰랐지만 뭔가 특별하고 아름답다는 것은 직감했죠.



21세기 초 폭발적인 인기를 끌던 북유럽 디자인의 인기는 수십 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에요.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것을 실감해요. 1990년대 덴마크에서 빈티지 가구를 공수해 올 당시만 해도 폐기물 차량이나 중고 상인들 트럭에서 쉽게 구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쉽지 않아요. 이제 북유럽 빈티지가 돈이 된다는 것을 누구나 알기 때문이죠. 긴 시간 소비되었음에도 북유럽 디자인에 대중이 싫증 내지 않는 이유는 바로 좋은 디자인이기 때문이에요. ‘어 리빙urban living, ‘시티 드웰링city-dwelling’에 적합한 데다 지금은 구하기 힘든 품질 좋은 수종으로 제작했기 때문이죠. 텔레폰 벤치telephone bench, 익스텐션 테이블extension table, 뷰러bureau 등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가구 디자인도 다양하고요. 게다가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로 통용되는 북유럽 디자인은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보이기도 해요.








여전히 많은 이들이 20세기 중반에 제작한 북유럽 가구에 열광하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상업적인 라이프스타일 매장에서 볼 수 있는 대량생산한 가구와는 다르기 때문일 거예요. 미드센추리 시대의 가구는 크고 거대하지 않습니다. 간결하면서 아름다운, 기능과 실용성이 집약된 디자인이 각광받던 시대였으니까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트렌드가 아니라 20세기 초반의 디자인에서부터 그 맥이 이어져온 거죠. 저는 미드센추리 시대에만 탐닉하지 않고, 시발점이 된 1920~1930년대 가구에도 관심이 많아요. 이 시대의 가구는 오늘날 도시 생활자의 작고 아담한 집과 조화를 이루죠.



서울을 포함한 아시아 주요 국가의 도시에서는 아파트 생활이 일반적이에요. 공간에 작고 실용적이며 디자인적으로도 빼어난 북유럽 가구를 들이는 것은 어찌 보면 필연적인 선택인 거죠.

한국 고객에게도 종종 저희 가구를 국제 운송으로 배송합니다. 아시아에서도 인기가 많다는 것을 실감하죠. 북유럽 가구가 교외 지역의 대저택, 큰 농가에 어울린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덴마크, 독일, 영국 같은 유럽과 아시아 주요 도시들은 집 규모가 작을 수밖에 없어요. 마음에 드는 가구를 마치 ‘병 속에 든 배(ship in the bottle)’처럼 한 점, 두 점 공간에 들이며 점진적으로 인테리어를 완성하는데, 그런 면에서 실용적인 북유럽 가구는 공간에 임팩트를 주는 효과가 있어요.








북유럽 가구가 잘 어울리는 공간들의 공통된 특징은 무엇일까요?

자신이 좋아하는 가구를 한 점씩 집에 두고, 그것들이 어우러지는 하모니에 집중하는 거죠. 대단히 가치 있고 귀중한 것으로만 채울 게 아니라, 나의 취향이 담긴 물건에 밴 독특한 조화로움이 있을 거예요. 그렇게 모인 가구는 어울릴 만한 공간을 스스로 찾아갑니다.








매장 이름에 사용한 ‘티크’는 덴마크 빈티지 가구에서 사용되는 대표적인 목재이기도 해요.

희소성 때문에 티크(활엽수)가 오크(참나무)보다 고가에 거래돼요. 오크는 전 세계 어디서든 잘 자라지만 티크는 특정 지역에서만 생산되죠. 20세기 가구는 수백 년 된 티크 목재로 제작했고 그때 삼림 조림지가 모두 사라졌어요. 오래된 가구가 새로운 가구보다 가치 있다고 믿어요. 가구 자체에 누군가의 삶과 시간이 깃들어 있으니까요. 물론 저희 매장도 가구를 제작하지만 아직 특별한 가구는 아니죠.




“공간에는 반드시 목적이 있어야 하는데, 늘 평화로워야 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어요.




북유럽 디자인에 깊은 조예가 있는 전문가의 집은 어떠한 모습일까요?

현재 두 채의 집을 소유하고 있고, 최근 1950년대에 설계한 집을 구매해 수리 중이에요. 데니시 티크 클래식에서 취급하는 특별한 가구를 들여 많은 이들을 위한 에어비앤비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제가 거주하는 집은 1900년대에 지은 오래된 웨어하우스 건물이에요. 북유럽 가구뿐 아니라 이탈리아, 미국, 오스트리아, 독일, 일본에서 생산한 다양한 가구를 믹스매치했죠. 15년간 화가로도 활동했기 때문에 제 그림이 곳곳에 걸려 있어요. 사진과 예술 작품, 다른 시대 작가들의 작품으로 집 안을 채웠어요.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위해 우리는 집이라는 가정 사적인 공간에 그토록 공을 들이는지도 모릅니다. 집에서 가장 행복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공간에는 반드시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저는 일상의 모든 공간이 아늑하고, 의도된 목적으로 사용되도록 디자인하는 데 집중해요. 때때로 아름다움과 편안함에 대한 고정관념에 함몰되지 않기 위해 다른 아이디어를 떠올리지만 공간은 늘 평화로워야 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어요. 예를 들어 저희 집 거실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에요. 장작 난로를 두고 주위에 둘러앉을 수 있도록 의자를 배치했죠. 편안하면서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디자인의 의자와 소파, 그 옆으로 음료와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커피 테이블을 두었어요. 동일한 라운지체어 두 점을 놓은 미디어 룸은 사색의 공간이에요. 창문을 열고 창가에 앉아 저녁 바람 소리와 바깥소리를 즐길 수 있도록 고안했죠. 라운지는 창가에서 멀찍이 소파를 비치하는 등 겨울이 긴 미네소타에서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머물 수 있도록 집중했어요. 그곳에 앉아 건너편 공간에 놓인 가구의 아름다운 형태와 색상을 감상하는 즐거움도 있죠. 결국 아름다운 디자인이란 아늑함과 즐거움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아늑한 것은 편안함에서 기인합니다. 몸이 편한 경우가 있고, 또 시각적인 것에서 편안함을 얻을 수도 있죠. 저는 이 두 가지를 일상에 배치하려고 노력해요.



당신에게 집은 어떤 의미인가요?

영어로 집을 뜻하는 두 단어가 있죠. ‘하우스house’ 그리고 ‘홈home. 하우스는 구조적인 의미, 건축물이에요. 홈은 그 건축물에 영혼이 담긴 공간을 말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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