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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과 거실이 있는 신촌의 특별한 운동장

한얼 힘의집 공동 대표

Text | Solhee Yoon
Photos | Ken Pyun
Film | Taemin Son

‘힘의집’이라는 이름부터 끌렸다. 우리 주변에 흔한 밥집이나 술집처럼 힘을 다루는 집일 것이라고 단박에 이해했다. 의아한 건 왜 힘에 집이 필요하냐는 말이다. 헬스장이나 체육관, 스포츠센터와는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달라 집을 만들었냐는 것이다. 역시나 외형부터 달랐다. 힘의집 현관을 지나자 주방이 보였고, 그 너머에 거실이 있었고, 배경처럼 주르카네 운동장이 펼쳐졌다.








이름을 참 잘 지었어요. 힘의집이 어떤 곳인지 상상됐고 또 궁금해졌거든요.

이곳에서 하는 고대 운동 주르카네Zurkhaneh를 한글로 번역한 것이에요. ‘주르’는 힘이고 ‘카네’는 집, 말 그대로 힘의 집이죠. 저는 2015년에 이 운동을 시작해 푹 빠졌어요. 이 좋은 걸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 그 첫 단추로 2017년에 동료들과 함께 힘의집을 만들었어요.



고대 운동, 주르카네, 솔직히 다 처음 들어본 말이에요. 어떻게 이 운동을 시작하게 됐나요?

케틀벨 운동을 먼저 시작했는데 그 기원을 찾아보다가 페르시아 운동 문화를 알게 됐어요. 그리고 같은 문화권에 속하는 주르카네를 알게 됐죠. 유네스코 무형 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만큼 원형적 가치가 있는데 저 역시 운동의 본질을 말하는 메시지에 감명받았어요. “고대 운동이 왜 연대 앞에 있냐”란 농담이 흔할 만큼 대중화는 먼 길이나 제가 느꼈던 인상에 공감하는 분들이 찾아와 함께 운동하고 있습니다.










운동하는 집, 이곳에는 어떤 특별함이 있나요?

사용 등록 대신 입주 신청이라 하고 회원 대신 입주자라고 부릅니다. 힘의집 운동을 등록한다는 건 힘의집 세대원이 되겠다는 말이거든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어떤 의미를 만들어준다고 생각해요. 여기는 이런 공간이고, 구석구석 자리한 방들을 이렇게 사용해보라고 은근슬쩍 제안하는 거죠. 처음엔 저도 어색했는데 이제는 익숙해졌어요.








생활하는 집처럼 거실도 있고 주방도 있네요.

주르카네 본고장인 이란 현지에 가면 가문 대대로 주르카네를 운영하는 곳을 쉽게 볼 수 있어요. 저도 이 공간을 통해 세대원들에게 소속감, 안정감을 주고 싶었어요. 꼭 구현하고 싶었던 공간 배치는 중앙에 운동하는 공간이 있고 가장자리에 커뮤니티 공간이 자리한 주르카네 운동장이었어요. 커뮤니티 공간에서는 차를 마시거나 이야기를 나누거나 다른 이들이 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죠.



여기서 더 놀다 가라고 말하는 것 같아요.

정확해요. 저는 운동이 소통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나와의 소통, 타인과의 소통이죠. 근데 몸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 보니 그 중요한 소통의 시간이 없어요. 저는 세대원들에게 뭘 좋아하는지 자주 물어요. 그리고 다른 세대원과 나누려고 하죠. 여기서 트는 음악도, 꽂혀 있는 책도 누군가의 추천에 의한 것이에요. 실제로 함께 만나 영화를 보고, 독서를 하고, 같이 밥도 먹는 소모임이 있어요.



그래서 거실이 풍성하군요.

번잡하지만(웃음) 거실에는 피아노, 스피커, LP 플레이어, CD 플레이어, 다양한 장르의 책, 보드게임, 카메라, 차 등이 있어요. 운동장 못지않게 중요한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인터뷰 요청 메일을 드렸을 때 “천천히 이야기 나누고 가면 좋겠습니다”라고 답장 주셨잖아요. 낯설었어요. 보통은 얼마나 걸리냐는 질문이 오거든요.

저는 시간을 잘라 쓰는 게 어색해요. 어릴 때만 해도 뭐 우리가 시간을 끊어 썼나요. 친구들이랑 만나서 놀다가 배고프면 헤어지고 그랬잖아요. 물론 목적과 미션이 있는 만남이지만 그래도 여유를 갖고 싶었어요. 저 편하자고 그렇게 말씀드린 거예요.(웃음)



‘운동은 소통’이라는 말씀에 대해 더 듣고 싶어요. 왜 요즘 운동에는 소통이 없다고 생각하나요?

PT나 요가나 필라테스나 수영, 요즘 우리가 하는 운동 모두 1시간을 단위로 하죠. 당연하다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글쎄요, 진짜 그게 당연한 걸까요? 몸 풀고 본운동하고 마무리 단계도 있으니까 사실 1시간으로는 부족하잖아요. 근데 1시간 안에 마치려고 하니까 무언가를 생략하거나, 더 격렬하게, 쫓기듯이 강도를 높이는 거죠. 마음을 돌보는 과정이나 근육을 돌보는 과정이 사라진 이유라고 생각해요. 주르카네 본산에 가서 이야기를 들으면 그들이 강조하는 건 딱 하나예요. “몸과 마음은 하나다.” 저는 이런 개념이 우리 운동 문화에 결여돼 있다고 생각해 그것을 회복하자고 말하고 싶어요.




몸과 마음은 하나라는 개념이 우리 운동 문화에 결여돼 있다고 생각해 그것을 회복하자고 말하고 싶어요.”




듣고 보니 그러네요. 대부분의 운동이 신체 변화에 초점을 맞춰 설명하니까요.

저는 주르카네를 어깨 근육을 키우고 코어를 단단하게 하는 운동이라고 설명하지 않아요. 그렇다고 한들 그 신체 변화에만 집중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방망이를 돌리는 것도 명상하는 방법이다. 저는 그렇게 이야기해요.








그럼 이 집에서는 어떤 재미난 일을 벌이나요?

제가 인문학을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좋아하는 독서 동호회 회원들을 초대해 함께 책을 읽고 운동하는 시간을 만들고 있습니다.



책과 운동의 만남이라니 의외네요.

저는 균형이 진짜 중요하다고 믿거든요. 결국 우리의 삶은 정신과 육체의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야 노멀빙normal-being을 넘어 웰빙well-being으로 갈 수 있다고 보거든요.










노멀빙과 웰빙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요즘 생존 체력이란 말도 들리더라고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육체적 에너지를 얻기 위해 좋은 것을 먹고 근육을 길러야 한다고요. 이처럼 노멀빙에 관한 정보는 널려 있어요. 보고 따라 하기만 하면 되죠. 문제는 정보가 넘쳐나니 점점 자극적이고 점점 편협해진다는 것이죠. 반면 웰빙은 스스로 찾아내야 하는 삶의 방식이에요. 자신에게 적합한 생각과 태도와 움직임을 말이죠. 그러니까 어려워요. 게다가 이런 정보는 쉬이 찾아지지도 않아요. 자신을 더 들여다보고 질문하고 답을 찾고 비교하고 조율해가는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그런 웰빙에 접근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요?

시간을 오래 갖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죠. 저희 수업 시간 아세요?(웃음) 저녁 한 타임만 하는데 7 30분에 시작해서 9 30분에 끝나요. 그리고 다 함께 티타임을 가져요.



3시간이 훌쩍 넘겠는걸요?

대부분의 반응이 그래요. 이렇게까지 해야 해? 이게 효율적이야? 근데 제 기준에서는 이게 효율적이에요. 몰아치듯 1시간 재빠르게 운동하고 끝내는 것보다 천천히 워밍업하고 운동하고 내 몸을 잘 느끼고 생각하고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이야말로 몸과 마음을 같이 변화시키는 데 효율적인 방법이라고요.








제일 중요한 질문을 빼먹었어요. 운동에 이렇게 심취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단순해요. 건강하지 못했어요. 대학생 때 몸무게가 57kg까지 줄었죠. 안 되겠다 싶어 운동을 시작했는데 변하는 게 없었어요. 그러던 차에 자료를 뒤지다가 케틀벨을 알고 고대 운동을 알게 된 거예요. 요즘 ‘지덕체’ 대신 ‘체덕지’ 교육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더라고요. 저만 ‘체’를 아끼는 게 아닌 것 같아 안심했어요.



집에도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나요?

당연하죠. 여기서 하는 것처럼 아침마다 방망이를 돌려요. 음악을 틀고 몸을 움직이다 보면 굉장히 진취적인 에너지를 느끼게 되거든요. 체력을 늘린다는 개념보다 에너지를 충전한다는 생각으로 운동하고 있어요.










집은 어떤 의미예요?

집이란 어떤 문화가 만들어지는 데에 가장 최소 단위인 것 같아요. 작지만 본질적인 부분이 쌓이고 응축되는 공간이요. 한편으로는 굉장히 개인적인 장소잖아요. 내 개성, 감각을 녹여도 부담이 없죠. 사실 힘의집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제가 하고 싶은 대로 꾸민 거예요. 그러니까 더 애착이 생기더라고요.



힘의집을 운영하며 가장 좋았던 순간을 꼽는다면 언제일까요?

거실 소파에 누워 깜빡 잠이 든 세대원을 본 적이 있어요. 저는 그 어떤 인사보다 좋았어요. 이곳을 굉장히 편안하게 느끼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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