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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도시, 오가닉, 재생

나를 응원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아침 식사

장진아 베이스이즈나이스 대표

Text | Solhee Yoon
Photos | Sung Veen Kim
Film | Taemin Son

10여 년 전만 해도 후하게 대접받던 ‘아침 식사’ 체면이 요즘 영 말이 아니다. 질병관리청의 발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2명 중 1명은 주 3일 이상 아침 식사를 거른다고 한다. 5분이라도 더 자고 싶은 마음에 거르고, 서너 시간 뒤에 먹을 점심식사에 미루고 만다. 그러나 장진아 대표의 생각은 다르다. 물론 계기가 있었다. 어머니의 말 한마디가 하루의 시작을 바꾼 것.








골목이 참 예뻐요. 고즈넉한 분위기가 물씬 느껴져요.

마포구 도화동 이 동네가 그래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이라 해도 좋을 만큼 사통팔달로 이어지는 지하철역, 버스 정류장 등 도시 기반은 모두 갖춘 반면 대로에서 골목 하나만 들어서면 이렇게 오래된 저층 건물이 즐비해요. 재미있는 건 아무도 이 거리를 뛰어다니지 않는다는 거예요. 오르막길이라서 그렇겠지만. 어쨌든 동네 어르신도 학생도 직장인도 유아차 미는 엄마나 아빠도 이 길을 걸어 다니죠. 초등학교 앞이라 어린이 보호구역 표지판도 있어요. 저기 창밖에 ‘천천히’ 표지판 보이세요? 이것도 마음에 쏙 들어요. 손님들도 여기서 천천히 쉬다 가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거든요.



거리 쪽으로 창문이 크게 나 있어서 풍경이 한눈에 들어와요.

브런치 가게를 꿈꾸며 상가를 계약했어요. 인테리어 디자이너에게 창을 최대한 크게 내달라고 했죠. 햇살이 풍부하게 스며들 수 있도록요. 다른 이야기이지만, 저는 이곳을 채소 친화적 공간으로 설정했어요. 채소가 더 빛나고 눈에 띌 수 있게 배경이 되는 공간으로 내추럴한 원목, 미색의 콘크리트 등으로 차분하게 표현했어요.








상호명 베이스이즈나이스는 무슨 뜻이에요?

저는 음식이라는 건 어떤 학습이나 지식에 의해 뚝딱 생산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보다는 요리하는 사람의 맛에 대한 경험, 즉 그 사람의 식생활, 식문화 등의 총합에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베이스’란 저의 근간을 말하고 그것을 통해 만든 것이 ‘나이스’한 것이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베이스이즈나이스라 이름 지었어요.




음식에 유행이 있다는 게 이상한 일이에요. 그보다 우리에게는 방향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섰어요.




, 대표님만의 식문화가 궁금해지는걸요.

저는 고향이 제주예요. 그리고 사회생활을 하며 서울, 도쿄, 뉴욕에서 살았죠. 자연스럽게 여러 문화권의 식재료, 식생활을 보고 경험할 기회가 있었어요. 마침 계속 음식과 관련된 일을 했고요.



F&B 업계에서 오래 일하셨다고 들었어요. 푸드 스타일리스트, F&B 기획자로도 일하셨다고요.

역할은 조금씩 바뀌었지만 결국 한 방향으로 왔다고 생각해요. 저는 제 업을 외식 브랜드 기획자라고 소개하거든요. 기획 대상이 그때그때 달랐을 뿐이죠. 외식 브랜드의 스토리, 아이덴티티, 비주얼적 공간과 플레이팅, 나아가 메뉴, 레시피, 그리고 운영까지. 현재는 이렇게 직접 음식을 만들어 손님상에 내는 일이 추가되었고요.(웃음)










외식업 시장을 오래 봐왔으니 현대인의 식문화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도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항상 유행하는 무언가가 있었어요. 값싼 고깃집이었다가, 빕스, 애슐리 같은 뷔페 프랜차이즈였다가, 웰빙 바람에 채식 열풍도 불었죠. 최근에는 매운 음식이 화제였잖아요. 브랜드들은 누가 누가 더 맵나 경쟁하고 사람들 사이에서는맵부심’이란 단어가 유행했고요. 근데 저는 이 길을 한참 걸어온 끝에 깨달은 것이 있어요. 음식에 유행이 있다는 게 이상한 일이에요. 그보다 우리에게는 방향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섰어요. 자신에게, 지구에 더 건강한 쪽으로 가야 한다고요. 제가 베이스이즈나이스란 채소 위주의 식당을 열겠다고 했을 때 지인들이 한사코 만류했음에도 밀어붙일 수 있었던 건 그 믿음 때문이었어요. 결국 우리는 좋은 음식으로 다가서야 한다는 믿음이요.








채소는 왜 좋아했나요?

채소를 활용한 음식을 다양하게 소개해보고 싶었어요. 채소 요리를 떠올릴 때 대부분 샐러드나 나물 정도만 생각하는데, 사실 그게 아니거든요. 그 폭을 넓히고 싶었어요. 이 분야 일을 해온 사람으로서 채소 요리에 이런 방향도 있다는 걸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최근 출간한 책 <나이스 모닝>에 호기심이 생겨 연락드렸어요. 책 한 권으로 엮어낼 만큼 본인에게 아침 식사는 중요한 루틴이었나요?

사람들 마음은 다 비슷할 거라고 생각해요. 아침을 안 먹고 싶은 건 아닌데 아침을 먹기에는 시간이 없고 선택지 또한 빈약한 거죠. 아침 식사가 중요한 이유는 내 몸에 들어가는 그날의 첫 에너지원이라 그래요. 그 첫 에너지원이 맑고 건강하다면 그다음에 쌓는 에너지도 스스로 더 신경 쓰고 가꾸게 되리라고 생각해요.



늘 아침 식사를 챙겨 드셨나요?

저도 아침을 안 먹었죠.(웃음) 1 1식에 가까웠다고 할 수 있어요. 커피 한잔으로 일과를 시작하고 점심 장사를 끝낸 다음인 오후 3~4시경에 첫 끼를 먹었으니까요. 근데 그렇게 몸이 힘든 상태에서 밥을 먹으니까 피로에 대한 보상 심리로 자극적인 맛을 찾거나 폭식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런 제 모습을 보고 어머니가 “너는 왜 힘을 쓰기 전에 채우지 않고, 힘을 다 쓰고 나서 그러니?”라고 말씀하셨어요. 정말 단순한 논리인데 너무 맞는 말인 거예요. 그래서 그다음부터 조금 부지런을 떨어 아침 식사를 하기 시작했어요.










책에서는 어떤 음식을 소개하나요?

세 가지 주재료로 10분 만에 만드는 20가지 레시피를 정리했어요. 연근, 대파, 새송이버섯처럼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간단하게 굽거나 삶거나 섞는 정도의 요리법 위주로요. 요리에 소질 없다고 하는 분들도 쉽게 따라 할 수 있을 거예요.



식당을 운영하면서 고집스럽게 지키는 게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는 음식을 손님상에 내면서 하나하나 소개해요. 주인공이 무대에 섰을 때 사회자가 이름을 불러주는 것처럼요. 같은 맥락이죠.



요리도 혼자 하는데 일일이 소개까지 하는 게 번거롭지 않나요?

‘음식 나왔으니 드세요’ 하는 건 음식에도 손님에게도, 그리고 요리를 만든 저에게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요. 저는 각각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하나하나 소개하는 과정을 꼭 지키려고 해요.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자신은 채소를 좋아한 적이 없다고 말한 20대 단골이 저희 집을 너무도 좋아했는데 어느 날 어머니를 모시고 왔어요. 그리고 그 어머니가 동생을, 또 얼마 전에는 아버지를 모시고 왔죠. 할아버지가 오셨을 때는 내심 긴장했어요. 근데 식사를 마치고 나가시면서 “손주 덕분에 이런 데 와서 훌륭한 식사를 하고 간다”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정말 감동이었죠. 이 맛에 계속 일하는 거 같아요.



즐기는 취미나 요즘 관심사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최근에 모든 일을 일시 중지하고 도쿄에 잠시 다녀왔는데 정말 좋았어요. 일이라는 부담감이나 새로 무언가를 발견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내려놓고 그냥 정처없이 걷고 또 걸었거든요. 저는 여행지에서 길을 잃는 느낌이 그렇게 좋더라고요. 불안하지 않고 당연한 느낌이랄까. 그러면서 어느 집 대문의 귀여운 문패를 만나고 아름다운 화단을 만나는 우연을 즐기는 거죠.








맛집을 찾아다니는 편인가요?

아뇨. 믿기 어렵겠지만 저는 <고독한 미식가>의 주인공처럼 길을 걷다가 그냥 눈에 띄는 식당에 들어가는 편이에요. 오히려 그런 곳에서 더 큰 발견을 해요.



맞아요.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것이 더 빛을 발할 때가 있죠.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이 일을 시작한 바탕에 그렇게 자연스럽게 존재한 여건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제주도에서 나고 자라며 먹은 생선 반찬, 고기 반찬, 나물이나 야채 반찬, 나아가 물이 저를 키웠죠. 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양질의 식재료가 저를 이룬 근본이 된 셈이죠.(웃음)








‘집이란 어떤 의미인가’라는 단순하면서도 어려운 질문이에요.

말씀드린 대로 저는 고향을 떠나 도시를 옮겨 다니며 살았어요. 그래서 집이란 저에게 늘 큰 이슈였죠.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지만 하루의 첫 에너지원이 아침 식사라면 집은 제 생의 에너지원이라고 할 수 있어요.



요맘때 어떤 채소를 먹으면 좋을까요?

이건 확실히 대답해드릴 수 있어요!(웃음) 마트의 신선 식품대를 죽 한번 훑었을 때 제일 양이 많고 싱싱한 채소, 그걸 장바구니에 담으세요. 그게 가장 맛있고, 요맘때 드시면 좋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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