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승연, 박소이 부부가 운영하는 고양이 용품 &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이름은 심상치 않게도 ‘집에가야돼’. 아니나 다를까, 이름을 지은 계기를 물으니 사랑하는 고양이를 위해서, 고양이들과 더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모든 생각의 중심을 ‘집’에 두기로 했단다. “두 분도 고양이세요?”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며 웃는 두 사람 옆에서 셋째 반려묘 하랑이가 5월의 볕을 반기듯 한껏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집에 초대해주셔서 감사해요. 고양이들이 저희가 들어오는 소리에 놀라지 않았겠죠?
(박소이) 두 녀석은 2층으로 숨었고요. 한 아이는 컴퓨터 방에서 편안하게 자기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웃음) 걱정 말고 들어오세요. 시원한 물 한 잔 드릴까요?
좋습니다. 고양이가 총 세 마리죠?
(원승연) 네. 하몽이, 하양이, 하랑이 세 마리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원승연) 저희는 진짜 <빌리브> 찐 팬이거든요. 2019년부터 <빌리브> 뉴스레터를 구독해 꾸준히 보고 있어요. 집뿐만 아니라 카페, 편집숍 등 다루는 공간 유형이 다양하고 ‘이렇게도 집을 생각할 수 있구나’ 하며 배우는 점이 많아서 좋아해요.
(박소이) 그래도 <빌리브> 포럼 방청권에 당첨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어요. 소수의 인원만 추첨한다고 해서 오빠도 당연히 안 될 줄 알았대요. 게다가 그 인연으로 이렇게 인터뷰까지 하게 될 줄이야.(웃음) 처음 연락 주셨을 때 둘이서, 우리가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정말 우리가 인터뷰해도 되나 깊이 고민했어요.
집에 관한 관심을 오래 키워온 게 느껴졌어요. 그 이야기를 들려주시면 돼요.
(원승연) 아마도 ‘집에가야돼’란 브랜드명이 한몫한 것 같아요.(웃음)
맞아요. 눈에 딱 들어오더라고요. 누구 아이디어였어요?
(박소이) 제가 생각해낸 아이디어였어요. 사실 저는 원래 집에 있는 것보다는 바깥 활동을 좋아했어요.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 없고, 키우겠다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죠. 그런데 오빠를 통해 하몽이, 하양이, 하랑이를 만나며 이제는 온통 집 생각만 해요. 오랜만의 외출이라도 빨리 집에 가서 아이들 봐야 한다고 노래를 부르죠. 아마 고양이 집사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 같아 꼭 이 이름으로 짓고 싶었어요.
(원승연) 저는 그 이름은 진짜, 절대 안 된다고 했어요. 이름을 들었을 때 딱 브랜드로 인식되어야 하는데 ‘집에가야돼’는 그렇지가 않고 하물며 검색어로도 빵점이라고 했죠. 그런데 아내 주장에 점점 수긍이 갔어요. 우리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거든요. 어디 구경하다가 좀 힘들어도, 맛있는 거 먹고 배불러도 끝말은 “아, 집에 가고 싶다” 이니까요. 그 진심이 통할 수 있겠다 싶어서 두 손 들었어요.
“집이 전부인 고양이를 위하다 보니 집 가꾸는 재미를 알게 된 것 같아요.”
고양이와 함께 살며 집바라기가 됐군요.
(원승연) 저는 원래 친구와 술 한잔하는 것도 좋아하고 멋진 데, 신기한 데 다니는 것도 좋아하는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하몽이, 하양이, 하랑이와 같이 산 지 오래됐지만 얘네를 모든 선택의 우선순위에 두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아내는 저와 좀 달랐어요. 집을 정돈하고 고양이들이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가구나 장난감을 정성껏 만들었죠. 그 모습을 보면서, 또 그렇게 만든 것으로 재미있게 노는 고양이들을 보면서 저도 서서히 달라진 것 같아요.
원래 집 꾸미는 걸 즐기는 편인가요?
(박소이) 지금이야 그렇지만 저는 홀로 하루를 살아내기도 벅찬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자취방은 잠자는 곳,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죠. 씻고 빨래하고 잠자고 나오는 곳이랄까. 집에서의 생활을 일의 연장선이라 여긴 면도 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오빠와 집을 합치고 고양이들과 같이 살면서 집의 의미와 가치가 바뀌었어요. 너무 중요해졌어요. 지금 고양이용품을 개발하고 제작하는 것도 하몽이, 하양이, 하랑이와 집에서 재미있게 살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거든요. 집이 전부인 고양이를 위하다 보니 집 가꾸는 재미를 알게 된 것 같아요.
그런 마음으로 선택한 집이라 더 남다를 것 같아요. 집 소개 한번 부탁드려요.
(원승연) 집을 볼 때 사람마다 중요하게 보는 기준이 다르잖아요. 신혼집은 신축 아파트여야 한다, 역세권이어야 한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에게는 경기도 광주 산 아래 있는 이 빌라가 별로일 수 있겠지만, 저와 아내에게는 90점짜리 집이었어요. 저희가 정한 우선순위에 거의 들어맞았거든요.
어떤 점이 좋았는데요?
(박소이) 일단 저희는 구매를 하고 싶었어요.
(원승연) 보통 월세나 전세로 살면서 2년마다 이사했는데, 이 집이 고양이들과 하는 여섯 번째 이사였거든요. 매번 이사할 때마다 부동산에서 “고양이는 안 돼요”라는 말을 들으면 너무 답답하고 속상했어요. 그래서 빨리 우리 집을 갖자는 목표가 생겼어요.
(박소이) 또 몇 가지 바람이 있었는데 첫째는 일조량이 좋은 집이었어요. 고양이들이 햇빛을 좋아하니까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여건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다음으로는 저의 로망 복층 집을 꿈꿨고, 남편은 주차 공간이 여유로우면 좋겠다고 했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테라스! 고양이들을 집에 두고 놀러 갈 수 없으니 간단하게 바비큐 정도 즐길 야외 공간이 있었으면 했죠.
이 집으로 모든 희망 사항을 이뤘네요.
(박소이) 네, 맞아요. 특히 복층은 완전 맘에 들어요! 첫째 하몽이가 운동량이 부족한데 또 겁은 많아요. 그래서 계단이라도 살살 오르내리면 좋겠다 싶었거든요. 그래서 저 계단을 보자마자 ‘이 집이다’ 하고 외쳤어요. 이게 바로 나의 캣타워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4층도 괜찮아! 복층 집이면 다 괜찮아!(웃음) 제 상상대로 아이들 모두 하루에도 수십 번씩 총총거리며 왔다 갔다 해요. 정말 귀여워요.
두 분 입장에서도 함께 소유하게 된 첫 집인 만큼 마음가짐이 다를 것 같아요.
(원승연) 이 집을 선택하는 일은 저희 라이프스타일을 돌아보는 기회이기도 했어요. ‘우리가 원하는 삶이란 이런 모습이지, 이런 것들이 중요하지’ 하는 이야기를 오래 나눴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이 우선시하는 기준, 가령 무조건 아파트가 좋다든지, 사는 데 좀 고생해도 투자 가치가 있는 곳에 가야 한다든지 그런 잣대는 없었어요.
(박소이) 서울에 대한 집착도 사라졌어요. 저는 고향이 울산이거든요. 성인이 되어 서울로 이사 왔으니 서울이 얼마나 재미있었겠어요.(웃음) 지하철만 타면 어디든 갈 수 있고 볼거리, 먹거리가 넘쳐나니 떠나기 싫은 마음이 더 컸죠. 그런데 막상 지금 사는 곳에서 지내다 보니 다른 재미가 생겼어요. 예를 들면 활동 범위가 달라졌어요. 가까이 이천에 있는 도자기 마을 ‘예스파크’도 정말 좋고, 즉흥적으로 강원도 해돋이를 보러 가기도 해요. 대한민국에 가볼 곳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됐어요. 서울만이 답이 아니었던 거예요.
이 집에서 새롭게 얻은 생활 습관도 있나요?
(원승연) 저는 원래 낮잠을 자는 사람이 아닐뿐더러 그 시간이 아깝다고 여기는 쪽이었어요. 뭐라도 생산적인 활동을 해야지 무슨 낮잠이야,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는데 이 집에 살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2층 창가에 침대가 있거든요. 홑커튼 한 겹을 통과한 그 은은한 볕 아래에서 살짝 자고 일어나면 기분이 진짜 좋아져요. 고양이들이 왜 햇살 아래에서 그러고 있는지 이제 이해하죠.
(박소이) 낮잠 자는 거, 제가 알려준 거예요.(웃음)
안 그래도 창가 옆에 침대가 있는 걸 보고 추측했어요. 이분들 정말 볕을 좋아하나 보다 하고.
(박소이) 집을 둘러보면 꼭 말하지 않아도 집주인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다양한 종류의 위스키로 가득 찬 저희 집 거실 벽장을 보며 다들 ‘이 집 사람들은 집에서 술을 즐기는구나’ 생각하겠죠. 또 거실에 TV가 없는 걸 보고 ‘거실에서는 대화를 많이 하나 보네’, 방에 컴퓨터가 나란히 있는 걸 보고는 ‘집에서도 일을 많이 하는구나’ 싶을 거예요. 그런 게 집을 가꾸는 재미 같아요.
두 분이 바라는 삶의 축소판 같은 거네요?
(박소이) 집은 그냥 나다울 때, 우리다울 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이 집은 고양이 집사란 저의 본래 캐릭터를 완성하는 곳으로서 완벽하죠.
(원승연) 집을 고를 때 가장 큰 장벽이 돈일 것 같아요. 돈이 많으면 더 좋은 집에 살 수 있다는 믿음, 그 막연한 믿음 때문에 지금의 행복을 다음으로 미루곤 하죠. 그런데 저희는 시야를 그렇게 멀리 두지 않았어요. 그냥 지금 우리가 바라는 모습에 집중하기로 했죠. 고양이와 우리가 볕 아래서 배 뒤집고 드러누워 같이 행복할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웃음) 그 생각이 지금도 변함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