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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다양성, 도시, 로컬

신도시 남자의 동네 친구 만드는 법

전우상 신분당시티클럽 디렉터

Text | Solhee Yoon
Photos | Sung Veen Kim
Film | Taemin Son

‘백화점과 프랜차이즈의 도시’.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서 성남 분당구 구미동으로 이사 간 전우상 디렉터가 느낀 신도시의 첫인상이다. 편리하지만 재미없었다. 그러나 한 달 두 달 살아보니 다른 모습이 보였다. 우리 동네에, 우리 집 앞에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은 또래가 눈에 띄기 시작한 것. 그들과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고민하던 그는 신분당시티클럽을 열었다. 자신이 살아가는, 그리고 동네에서의 삶을 사랑하는 방법이 되리라 생각했다.








신분당시티클럽이라는 이름을 보고 눈이 커졌던 것 같아요. 왠지 이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 것 같다!

사실 고민 없이 만든 이름인데 다들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죠. 이름 짓는 데 5분도 안 걸린 것 같아요. 저는 ‘신분당’이란 어감이 좋았어요. 그래서 신분당이란 고유명사에다 ‘클럽’이라고 제가 하고 싶은 일을 붙였죠. 저 혼자 시작한 일이지만 훗날 이걸 통해 사람을 모으고 싶었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것에 공감하고 즐기고 나아가 같이 일을 벌일 수 있는 친구들을요.



오늘 행사는 그 꿈이 현실화된 모습 같네요. 무슨 행사예요?

이에 와서 친해진 진구라는 친구가 운영하는 식당이 오늘 문을 연 지 6주년 되는 날이에요. 그를 축하하고 응원해주려고 친구들이 함께 모였어요. 옛날에 좋은 일이 있으면 마을 회관에 동네 사람들이 모여 잔치하고 음식 나눠 먹고 축하하고 그랬잖아요. 그런 느낌을 내고 싶었어요. 일부러 포스터도 정감 가게 궁서체에다 분홍 그러데이션으로 표현했고 진구는 한복도 입었어요.(웃음) 신분당시티클럽 행사를 기획할 때 도움을 많이 준 친구예요.




신분당이란 고유명사에다 ‘클럽’이라고 제가 하고 싶은 일을 붙였죠. 훗날 이것으로 사람을 모으고 싶었거든요.”




분당에는 언제 이사 왔어요?

3년 전에 왔어요. 그전에는 망원동에서 오래 살았고요. 이사는 정말 우연히 벌어진 일이었어요. 개인 사정이라 자세히 말씀드리기는 어려운데 여하튼 친구는커녕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도시에 불현듯 떨어지게 된 거죠.



이 도시의 첫인상이 궁금해요.

망원동에서 살다 와서 더 크게 느낀 건지도 모르겠지만 분당이 1기 신도시이잖아요. 정비가 너무 잘되어 있는 거예요. 도로 구획도 너무 반듯하고, 이 동네에는 심지어 전봇대도 없어요. 도시를 건설할 때 땅에 다 매립했으니까요. 게다가 이곳에는 없는 프랜차이즈가 없을 정도예요. 해외에서 한국에 새로 진출한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분당에 거의 다 있어요. 신분당선 역 하나 걸러 백화점이나 아웃렛이 있는 것도 특이하죠. 그래서 서울 친구들한테 그랬어요. 분당신도시는 정말 ‘백화점과 프랜차이즈의 도시’라고.








반면 어떤 갈증도 있었던 것 같아요.

이곳만큼 편리한 도시는 없을 것 같은데 문제는 재미가 없었어요. 저는 어릴 때 스트리트 아트도 조금 했고 인디 음악이나 힙합 신을 좋아해요. 보통 하위문화라고 부르는 것을 즐기는데 이런 것을 만끽할 공간도, 공감해줄 친구도 없는 게 아쉽더라고요. 그렇다고 매번 서울로 갈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요. 근데 동네를 걷다 보면 보여요. ‘어, 저 친구는 나와 관심사가 비슷할 것 같은데?’ ‘저 친구와는 이야기가 통할 것 같은데?’ 그렇다고 갑자기 막 붙잡고 “저와 이야기 좀 합시다” 이럴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야겠다, 그렇게 친구가 되어야겠다 싶어 신분당시티클럽을 만들었어요.



무엇을 제일 먼저 했나요?

저는 본업이 그래픽 디자이너예요. 그래서 신분당시티클럽 로고부터 만들었어요. 좀 특이한 점이라면 한글이었다는 것? 한글 로고가 지금이야 흔하지만 몇 년 전에는 희소했거든요. 아무튼 로고 넣은 티셔츠를 100장 정도 만들어서 제가 자주 가던 카페 사장님에게 ‘여기서 이것 좀 팔아보고 싶다, 팝업을 해도 괜찮겠느냐’라고 제안했어요. 이 티셔츠의 감성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나와 말이 통하겠다 싶었거든요.










반응은 어땠어요?

극명하게 갈렸어요.(웃음) ‘쿨하다’, ‘신기하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도대체 이게 뭐야?’ 하는 사람이 있었죠. 예상했어요. 예상치 못했던 수확은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를 진짜 많이 받은 거예요. “저도 분당 사람이에요. 이런 것을 좋아하는데 한번 만나고 싶어요” 같은 내용으로요. 당장 어떤 프로젝트를 해보자는 제안보다는 ‘일단 만나자’, ‘한번 같이 놀자’라는 제안을 많이 받았어요. 동네 친구들처럼.(웃음)



그럼 현재 신분당시티클럽은 어떤 방식으로 운영하나요?

저는 본업이 있고 현재 사이드 잡 개념으로 신분당시티클럽을 운영하고 있어요. 이렇게 동네 행사가 있을 때 신분당시티클럽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거죠. 그러니까 ‘신분당시티클럽’은 프로젝트 이름이자 브랜드명이라고 이해하면 돼요. 그리고 일이 있을 때마다 느슨한 연대감으로 자율적으로 함께하는 친구들이 있죠. ‘너는 신분당시티클럽 멤버’라고 명명하지도 않아요. 이 활동이 친구들에게 의무감으로 느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저희가 동네에서 재미있게 놀자고 만든 것이니까요.










이러한 활동이 분당신도시를 사랑하는 계기가 되었나요?

정말 그래요. 저의 사소했던 목표는 다 이루어진 상태예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동네에 친구가 없고 즐길 곳이 없어서 만들었는데 지금은 그런 바람이 다 해소됐거든요. 그럼에도 이 프로젝트를 유지하는 것은 저만의 의무감, 책임감 때문이에요. 개인적인 욕심에 시작한 것이지만 생각지도 못하게 동네 사람들에게 응원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사실 저는 제가 이렇게 인터뷰할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분당을 알릴 수 있는 계기라 생각하고 한 번이라도 더 말하려고 노력해요.



지금까지 받았던 응원 중 기억나는 게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제가 30대 초반인데 신분당시티클럽 행사를 통해 저보다 어린 친구들을 만나게 되거든요. 이제 막 스무 살 된 친구들이 그런 이야기를 해줘요. “우리 동네에 이런 게 생겨서 너무 기쁘다”, “자랑스럽다”, “이런 활동을 계속해달라”고요.








20대 친구들의 응원은 어떤 뜻일까요?

여기가 1기 신도시잖아요. 입주 당시인 1990년대 초반에 분당에 자리 잡은 20~30대 청년 세대가 낳은 자녀들이 딱 지금 20대 후반에서 30대인 거죠. 이들은 중산층 가정에서 자라며 문화적 콘텐츠를 많이 접했는데 정작 자신의 동네에서는 그러한 요소를 즐길 수 없다는 데에서 갈증을 느끼고 있어요. 얘기를 들어보면 다 서울로 가서 논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이렇게 조그마한 행사가 열려도 되게 기뻐하고 응원해줘요.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이 프로젝트를 잘 시작했다고 생각하죠. 나아가 이 동네 젊은 친구들이 이곳을 떠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되면 좋겠어요.








젊은 세대와 교류하며 층층이 동네 이야기를 쌓아가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기회 될 때마다 친구들에게 이 말을 진짜 많이 해요. “너희가 무엇이든 일을 벌이면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도와주겠다. 일단 한번 해봐라.” 더 많은 친구들이 동네를 자신이 사랑하는 모습으로 함께 가꿔가면 좋겠어요. 제 생각에 문화는 결국 연결이거든요. 지금 세대가 만든 것을 다음 세대가 이어받고 그다음 세대가 또 이어받을 때 문화가 된다고요. 젊은 친구들이 동네를 기반으로 무언가를 시도하는 걸 보는 게 이제 제 꿈이에요.



신분당시티클럽으로 일하며 뭉클했던 장면 하나를 꼽는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판교에서 파티를 크게 연 적이 있어요. 신분당시티클럽 이름으로 파티를 기획했고 동네 주민이 한 200명 정도 모였던 것 같아요. 정말 딱 제가 상상했던 모습이었어요. 단순히 크고 시끌벅적한 파티를 만들었다는 게 좋은 게 아니라 우리 동네에서 우리 동네 사람들이 놀 수 있는 파티를 했다는 만족감이 컸죠.








동네 생활권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요즘 ‘로컬’이란 단어를 많이 쓰더라고요. 본인은 ‘로컬’을 무엇이라 해석하나요?

저는 그냥 부담 없이 집에서 나와 멀지 않은 범위에서 저와 마음이 맞는, 생각을 나눌 사람을 만날 수 있으면 로컬이라고 생각해요.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끼리 동네에서 무언가를 향유할 수 있는 것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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