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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고가 낮은 서촌의 타투이스트 작업실

공그림 타투이스트 겸 작가

Text | Young-eun Heo
Photos | Sung Veen Kim

따뜻하고 화사하고 생기가 넘친다. 시원하게 뻗은 선과 대담하게 칠해진 공그림 작가의 그림과 타투를 보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느낌이다. 놀랍게도 공그림 작가의 스튜디오도 똑같은 인상을 준다. 서로 다른 파스텔컬러로 칠한 벽, 노란색 소파와 알록달록한 조명, 따뜻하고 정겨운 빈티지 가구. 주인을 닮은 공간이란 이런 거구나 싶다. 공그림 작가의 스튜디오에는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진 아이템들이 모여 있지만, 모두 공그림이라는 사람으로 귀결된다.








공그림 작가님의 스튜디오가 정말 예뻐요. 작업실이자 스튜디오인 이 공간을 예쁘게 꾸민 이유가 있나요?

고객이 단순히 타투만 받는 게 아니라 스튜디오 문을 열고 들어설 때부터 떠날 때까지 스튜디오에서의 모든 과정이 특별한 경험으로 남았으면 했어요. 그리고 강렬한 첫인상을 주고 싶어 화려한 색으로 꾸몄죠. 중앙에 커튼을 설치해 타투 작업실과 개인 작업실 겸 휴식 공간으로 나눴어요.



평소 꿈꾸던 스튜디오는 어떤 공간이었나요?

원래는 창문이 크고 층고가 높은 곳을 원했어요.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아서 어릴 때부터 공간 꾸미는 걸 좋아했어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내부를 예쁘게 꾸미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부 풍경이 내부와 잘 어우러지는 것이 최고의 인테리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서울에선 창밖 풍경이 좋은 곳을 찾기 어렵죠.

마음에 딱 드는 곳을 찾았는데 조건이 부담스러웠어요. 부담을 느끼면서까지 선택하는 건 아니다 싶어서 다시 공간을 찾다가 이곳을 발견했죠. 원하던 것에 비해 층고가 낮지만 나름 이곳만의 아늑함이 있고, 제가 추구하는 인테리어 스타일과 잘 어울려서 이곳으로 결정했어요. 또 동네(서촌)가 마음에 들었어요.



추구하는 인테리어 스타일은 무엇인가요?

걸을 때 삐걱거리는 나무 바닥이 있고, 곳곳에 식물이 놓인 유럽의 오래된 골동품 가게 같은 집이라고 할까요. 투박하고 생활감이 느껴지면서 아늑하고 따뜻한 인테리어를 좋아해요.




지금은 해외에서 체류하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그 지역 사람들의 일상이 묻어나는 공간을 선호해요.”




어디서 인테리어 아이디어와 영감을 얻나요?

유럽의 빈티지 인테리어와 1980~1990년대 미국 인테리어 이미지를 자주 봐요. 그림 작업도 이런 인테리어 이미지에서 영향을 많이 받아요. 종종 ‘이런 색의 소파를 산다고?’ 혹은 ‘이 색으로 공간을 꾸민다고?’ 하면서 제 인테리어에 놀라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데 전 워낙 그런 분위기의 이미지를 많이 봐서 익숙해요. 덕분에 스튜디오를 과감하게 꾸밀 수 있고요.



스튜디오를 둘러보면 곳곳의 분위기가 달라요. 그런데도 어색하거나 튀는 곳이 없어요. 이 중 가장 좋아하는 곳은 어디예요?

책상 옆, 책을 가로로 세워둔 책장을 좋아해요. 저기 조명과 냉장고, 벽 컬러가 조화로운 화장실 문 옆 코너도 좋아하고요.










저도 그곳이 바로 눈에 띄었어요. 특히 조명 디자인이 화려한데도 주변에 잘 스며들어요.

예전에는 공간을 어떻게 꾸밀 것인지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젠 눈에 안 띄는 부분을 잘 꾸며서 디테일이 살아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둬요. 그래서 안 어울리는데 묘하게 어울리는 디자인에 관심이 많아요. 똑같은 가구와 소품도 배치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는 걸 알고 난 후부터는 규칙도 따르지 않고요.



서로 다른 것들이 한데 모여서 이루는 공그림 스튜디오만의 분위기가 느껴져요.

타투 작업 공간과 개인 작업 공간의 분위기가 매우 달라요. 서로 다른 두 영역이 한 공간에 있으니까 뻔하지 않아서 재미있죠. 요즘에는 서로 다른 것들이 하나로 모였을 때 만들어지는 특별한 분위기와 조화에 관심이 가요.










스튜디오 곳곳에 조명이 정말 많네요. 조명을 인테리어 포인트로 삼는 이유가 있나요?

어릴 때 봤던 외국 영화와 소설에서 방과 복도에 예쁜 간접조명이 있는 장면이 자주 등장했는데 인상적이었어요. 물론 간접조명으로 공간이 더 밝아지진 않지만 분위기가 극적으로 달라져요. 낮과 밤의 분위기가 180도 달라지죠. 퇴근하기 전, 조명을 하나씩 끄는 순간의 느낌이 좋아서 조명에 더 신경 쓰는 것 같아요.



디자인이 비슷한 조명이 없어요. 조명을 선택하는 기준이 있나요?

갓 형태와 색감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정해둔 기준은 없어요. 책장의 파란색 조명은 어두운 우드 계열 책장에 파란색이 포인트로 잘 어울리겠다 싶어서 산 거예요. 책상의 스탠드 램프는 디자인과 바랜 색감이 마음에 들고 어디에 둬도 잘 어울리겠다 싶어서 샀어요.



노란색 소파는 매우 편안해 보여요. 눈에 확 띄더라고요.

그 소파는 정말 오랫동안 고심하고 찾다가 산 거예요. 전부터 평범한 소파가 아닌, 형태가 예쁜 패브릭 소파를 사고 싶었거든요. 폭신한 재질의 패브릭 소파가 있으면 그림을 편하게 그릴 수 있을 것 같기도 했고요. 소파 하나만으로도 작업 공간이 따뜻해지는 효과가 있거든요. 그래서 저에게 노란색 소파는 휴식보다는 감성을 충족시키는 역할이 더 커요.








스튜디오에서 그림도 그리죠? 개인 작업 공간으로서 어떠한 곳이길 바랐나요?

영감을 받는 곳이기를 바랐어요. 시각과 청각의 반응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편하게 아트북을 보거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곳이길 원했죠. 그래서 스튜디오 한편에 LP 플레이어와 스피커가 자리 잡고 있어요. 혼자 노래 들으며 스튜디오 안에서 돌아다니거나 움직이면 작업이 잘돼요.



스튜디오에서 자신에게 제일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스튜디오의 색감과 가구 형태 그리고 전체적인 조화요. 사실 여기에 둔 의자와 스툴이 꼭 이 형태일 필요는 없죠.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형태와 디자인의 아이템을 두면 공간 분위기가 달라지고 자연스럽게 제 기분도 좋아져요. 그렇게 세밀하게 하나하나 신경 쓰면서 제가 원하는 공간을 만들어가는 거죠.



공간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해외에서 작업할 때는 어떤가요? 공간이 갑자기 확 바뀌잖아요.

긍정적인 자극을 많이 받아서 1년에 한 번이라도 해외에서 작업하려고 해요. 전에는 예쁘고 화려한 공간에 끌렸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해외에서 체류하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그 지역 사람들의 일상이 묻어나는 공간을 선호해요. 그래서 주로 에어비앤비에서 지내고요.








에어비앤비는 확실히 호텔과 분위기가 다르죠.

인테리어 아이디어를 많이 얻어요. 특히 호스트가 살고 있는 에어비앤비는 집에 대한 애정이 보이거든요. 그리고 해외에는 한국과 달리 특이한 구조의 집이 많아서 구조에 따라 달라지는 인테리어를 보면 신기해요. 그렇게 생각지도 못한 인테리어를 보면서 자극받고요.



올 상반기에는 바르셀로나와 파리에서 오래 지냈다고 들었어요. 어디서 머물렀나요?

파리에서는 친구 집에서 지냈어요. 친구가 룸메이트와 사는 집이었는데, 두 사람의 취향이 고스란히 드러나서 재미있었어요. 빈티지 가구를 좋아하는 룸메이트는 방을 아기자기하게 꾸미고, 친구는 투박하지만 본인의 취향이 드러나게 꾸몄더라고요. 한 집에 정반대 스타일이 공존한다는 점이 특별하게 다가왔어요.








룸메이트와 함께 사는 집은 섞일 듯하면서도 안 섞이는 매력이 있죠.

바르셀로나에서 머물렀던 지인의 집은 룸메이트가 3명이었어요. 그러니까 공간마다 분위기가 확 달라지더라고요. 공동 공간인 주방과 화장실은 공동으로 사용하는 선반과 각자 사용하는 선반이 딱 나뉘어 있는데, 룸메이트들의 국적에 따라 선반 위 물건과 식재료가 달랐어요. 사람 사는 냄새가 났다고 할까요.



전 세계의 모든 식재료가 모여 있는 집이네요.

이번 작업 여행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진짜 삶을 보게 돼서 더 기억에 남아요. 영감도 많이 얻었고요. 나중에 스튜디오를 옮기면 제 일상이 묻어나게 꾸며도 좋겠다 싶었거든요. 덜어낼 건 덜어내고, 실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사물을 편하게 두고요. 이번 여행을 하면서 그 생각이 더 확고해졌어요.








지금 스튜디오도 공그림이라는 작가와 작업 세계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자유롭고 행복하죠. 전 그렇게 느꼈는데, 작가 공그림에게 스튜디오는 어떤 의미인가요?

자아를 표출하고 싶은 공간이면서 동시에 편하게 기대고 쉴 수 있는, 이중적 의미를 지닌 공간이에요. 다른 작가의 스튜디오와 달리 제 스튜디오는 타투를 받으러 오는 고객에게는 공개된 공간이에요. 타인에게 저와 제 작업을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죠. 한편으로는 제가 집중해서 그림을 그리는 곳이기에 저에게 위안이 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고요. 이렇게 서로 다른 역할의 균형이 잘 맞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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