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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재생, 친환경, 커뮤니티

뒷마당 정박한 보트에서 일몰을 감상하는 호숫가의 집

조앤 파스텔

Text | Nari Park
Photos | Flora

”호수는 아름답고 짙은 호소력을 지닌 자연의 산물이다. 그것은 지구의 눈이자, 보는 이로 하여금 본성의 깊이를 측정하도록 만든다.” 시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예찬한 ‘호수’를 매일같이 바라보는 삶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마케팅 전문가이자 동화 작가, 비영리단체 후원자로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조앤 파스텔의 일상은 이에 가깝다. 우거진 나무와 산책로, 집 마당과 연결된 호수를 품은 자연과 가장 가까운 집이다.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항상 달라야 한다”(코코 샤넬), “함께 식사를 하면 누군가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앤서니 부르댕), “문제를 모든 각도에서 들여다보도록 만들기 때문에 독립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친구를 좋아한다”(넬슨 만델라). 인생을 통찰한 이들의 어록을 자신의 메일 하단에 덧붙여 전달하는 조앤 파스텔JoAnne Pastel은 누구보다 진취적이며 행동하는 삶을 살아간다. 컨설팅 회사 아스파이어 마케팅 그룹Aspire Marketing Group, LLC 대표이자 몇 권의 동화책을 집필한 작가, 여러 비영리단체의 컨설팅을 담당했던 경력을 바탕으로 최근에는 마틴 루서 킹 주니어 주지사 협의회 회원이 되어 지역과 주 전체의 발전을 위해 힘을 보태고 있다. 의롭고 선의를 위한 일을 향해 나아가는 그녀에게 집은 가장 완벽한 휴식처다. 미 중부 와이제타Wayzata의 아름다운 호수, 롱 레이크Long Lake를 품은 호반의 삶을 따라가 봤다.





www.longlakemn.gov




거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호수가 정말 아름다워요. ‘호숫가의 삶(lake life)’을 즐기는 미 중부 특유의 삶을 제대로 만끽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요.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미네소타에서 생활하고 있어요. 미 중서부 문화는 대략 이런 것이죠. 북쪽에 밀집되어 있는 캐빈에서 주말을 보내고, 산책하거나 달리고, 1 2000여 개의 호수 가운데 한 곳에서 보트를 타고 낚시를 즐깁니다. 여름철에는 스테이트 페어state fair 같은 다양한 축제를 즐기고요. 미네소타 사람들은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야외에서 보내려고 해요. 길고 날씨가 혹독한 겨울에도 얼음낚시, 스노모빌, 크로스컨트리 스키 등 추운 날씨에 가능한 액티비티를 즐겨요. 스노 부츠를 신고 집 근처를 걷고, 꽁꽁 얼어붙은 호수 위에서 스케이트도 탑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미네소타 사람들은 마음이 따뜻하죠.









‘호수의 천국’ 미네소타에서 와이제타 지역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결혼하면서 남편이 살던 와이제타로 와서 살게 되었어요. 이곳의 집은 대학 다니는 아들과 고등학생 딸을 키우기까지 30년 가까운 세월을 간직하고 있죠. 서쪽 교외의 다른 동네들도 살펴봤는데, 이곳 와이제타에서 다양한 스포츠 행사가 열리고 레스토랑이 많은 미니애폴리스까지 20~30분이면 갈 수 있어 여러모로 좋았어요. 아이러니하게도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호수가 있는 집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죠. 뭔가 고립되어 있는 느낌인 데다 이웃집과도 동떨어져 있는 게 달갑지 않았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호수를 품은 주택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취에 서서히 마음이 동화되었죠. 호수 주변으로 무리 지어 나는 독수리 떼, 아름답게 물드는 단풍잎이나 비 온 뒤 피어오르는 짙은 풀 내음. 게다가 펜데믹 기간에는 이 자연 속에서의 삶이 더욱 특별했달까요. 뒷마당에 제트스키와 보트가 정박해 있어서 고등학생인 딸아이 친구들이 저희 집에 놀러 오는 것을 좋아해요. 친구들에게 늘 인기가 많죠.(웃음)










수십 년 된 집치고는 전반적인 구조나 인테리어가 꽤 현대적이에요.

남편이 결혼 전 살던 집에 들어오면서 리모델링을 했어요. 공간을 분리하는 대신 거실 전체를 벽을 허물어 개방감이 드는 열린 공간이 되도록 신경 썼죠. 또 집에 들어오는 순간 따뜻함이 느껴졌으면 했어요. 그리고 누구든 소파에 앉아 창문 너머 호수를 바라보며 안정을 찾기를 바랐기 때문에 층고를 높이고 큰 통창을 내게 되었죠.



집을 선택할 때 무엇보다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창문이 많아서 볕이 집 안 깊숙이 잘 들어와야 해요. 자연 속에 머무는 듯한 느낌이 들어야 하는 것도 필수적이죠.



집 안 구석구석 미감이 돋보이는 예술 작품으로 가득해요. 수집품을 고르는 본인만의 기준이 있을까요?

가장 좋아하는 그림 중 하나가 거실 안쪽에 걸린 호주 출신 작가 크리스티 애보트Kristi Abbott의 콜라주예요. 언뜻 여러 모양의 종잇조각을 오려 붙인 듯하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데이비드 보위 등 유명인의 얼굴을 한데 모은 작품인 걸 알 수 있어요. 에디나 아트 페어Edina Art Fair에서 우연히 발견한 작품으로 흡입력이 굉장했어요. 제가 수집한 작품은 대부분 여행지에서 구한 것으로 낯선 곳에서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셈이죠.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 있는 남아프리카에서 가져온 부처상, 일본 여행에서 구입한 부채 등이 대표적이죠. 멕시코의 한 호텔에서 매일 아침 선인장 모양의 조각을 기념품으로 주었는데, 그것을 한데 모아 맞춤 액자에 보관하고 있어요.








동화책 작가, 마케팅 그룹 대표, 컨설턴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긴 시간 비영리단체를 꾸준히 후원하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에요.

2008년 당시 생후 4개월이던 딸 재클린이 신경섬유종증 판정을 받았어요. 이 질병과 싸워가면서 이전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행동하게 되었죠. 사람들이 이 병에 대해 인식하도록 이목을 집중시키고, 치료법 연구를 위한 기금 모금을 돕기 시작했어요. 일련의 활동이 쌓이다 보니 2011년 뉴욕 어린이 종양 재단(Childrens Tumor Foundation) 이사회 합류를 제안받았죠. 그 뒤 미니애폴리스에 있는 어린이 극단(The Childrens Theatre Company) 이사회 회원을 거쳐 현재는 M 헬스 페어뷰 메이소닉 칠드런스 스피탈 M Health Fairview Masonic Children's Hospital 자선 자문 위원회 회원이자 로스앤젤레스 로욜라 메리마운트 대학교 학부모 및 가족 리더십 위원회 회원으로 활동 중입니다.










누군가를 돕고 후원하는 일이 당신의 삶에 보람과 기쁨이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책을 집필하며 많은 보람을 느꼈어요. 아들이 어렸을 때 읽어줄 동화책을 찾아보다가 우리 아이나 친구, 가족과 닮은 인물이 등장하는 내용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동물이나 소녀를 대상으로 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어요. 를 아쉬워하다가 친구들과 [Bur Bur and Friends]라는 동화책 시리즈를 출간했어요. 다문화 캐릭터를 활용해 어린아이들에게 스포츠와 다양한 야외 활동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독자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어요. 제가 많은 이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부모가 아이와 책장을 넘기며 본인을 닮은 삽화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기뻤어요. 요즘에는 다양성을 지향하는 내용의 동화책이 훨씬 많아진 것 같아요.




이웃이 누구인지 인지하고, 우정과 관계를 지지하며, 타인의 삶에서 자신이 중요한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도록 만들었어요.”




링크드인 프로필에 올린 글 가운데 스스로를 ‘헌신적인 커뮤니티 지지자(a dedicated community supporter)’라고 표현했어요. 지역 커뮤니티를 위해 그토록 헌신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2020년 코로나19로 세계가 팬데믹을 겪는 가운데 미네소타에서 일어난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커뮤니티 일원이 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대가 되었어요. 이웃이 누구인지 인지하고, 우정과 관계를 지지하며, 타인의 삶에서 자신이 중요한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도록 만드니까요. 어린 시절 저는 미니애폴리스 남부의 결속력이 강한 공동체에서 자랐는데 이것이 오늘날의 저를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어요.



당신의 하루 일과는 어떤가요?

여름방학이 끝나서 아이들이 다시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어요. 저는 딸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며 집을 가꾸고, ‘코코’와 ‘로지’라는 이름의 카바숑 품종 반려견 두 마리와 함께 생활하고 있어요. 더욱이 호수 근처에 산다는 것은 여러가지로 집에서 해야 할 일거리가 많아져요. 그렇다 보니 아침에 호수를 바라보며 말차를 만들어 마시는 순간이 특히나 저에게는 가장 소중하죠.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을 꼽는다면 언제일까요?

저희 집 뒷마당에 정박해 있는 배에서 일몰을 감상하는 거죠. 하늘이 분홍색, 보라색, 주황색, 빨간색 등 다채로운 색으로 물드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힐 정도예요. 저희 집에서 호수 너머로 해가 지는 모습을 볼 때도 기분이 좋아요. 주변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여행을 워낙 좋아해서 가급적 모든 세상을 경험해 보고 싶어요. 내년 1월이면 남편이 세상을 떠난 지 2년이 되는데, 나이가 들수록 작은 것에 감사하고 삶의 모든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게 돼요.








어려움에 처했을 때 본인만의 위로법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운동은 최고의 스트레스 치료법이에요. 운동을 하면서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다 보면 복잡했던 문제가 해결되는 기분이 들죠. 제게 에너지를 주는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반대로 제 안의 에너지를 소모시키는 이들과 거리를 두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죠.



집은 하루가 다르게 더욱 중요한 공간이 되어가고, 사람들은 집 안에서 자신의 취향을 마음껏 드러내고 있어요. 당신에게 집은 어떤 의미인가요?

집은 우리 가족의 삶에서 중심인 만큼 피로를 풀고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 필수적이에요. 그러려면 집에 있는 시간이 즐거워야겠죠. 친척이나 친구들이 방문했을 때 그들 또한 저희처럼 아늑함을 느끼길 바라요. 집 앞에 바로 호수가 있으니까 손님들이 마치 휴가 온 듯한 착각에 빠지곤 해요. 화분에 심은 식물과 숲에서 향기로운 냄새가 날 때는 물론, 집 안에 들어서면 촛불, 벽과 가구의 따뜻한 색조. 결국 제 삶의 오브제들이 우리 가족의 역사를 이야기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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