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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마마 잭 마마 & 니나 톨스트룹

디자인이란 어쩌면 버려진 것을 다시 보는 눈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런던 동부의 그리스-키프로스계 가정에서 태어난 잭 마마와 덴마크 출신 디자이너 니나 톨스트룹의 이야기도 그렇게 시작됐다. “변치 않는 가구는 만들고 싶지 않아요.” 자신만의 집, 가구, 오브제를 선호하는 우리에게 영국 런던의 부부 디자이너 스튜디오마마가 전하는 말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왼쪽부터) 스튜디오마마의 잭 마마Jack Mama와 니나 톨스트룹Nina Tolstrup



스튜디오마마의 잭 마마Jack Mama와 니나 톨스트룹Nina Tolstrup 두 사람은 몇 마디 나누기도 전에 서로의 아이디어에 흠뻑 빠졌다. 결국 런던으로 터전을 옮기고 2000스튜디오마마Studiomama를 설립했다. 지속 가능성이 지금처럼 뜨거운 이슈가 되기 훨씬 전부터 둘은 일회용 수저를 대신할 방법을 고민했고, 누구나 온라인에서 설계도를 내려받아 직접 의자를 만들 수 있도록 오픈소스 퍼니처open-source furniture 프로젝트를 내놓았다.


지금도 그들의 손길이 닿은 폐목재 조각이 오프컷Off-cuts이라는 이름의 동물 캐릭터 가구와 소품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디자인업계에서 화두가 된 네버 투 스몰Never Too Small원더풀 웨이스트Wonderful Waste 같은 시리즈를 비롯해 해비타트, 스카게락, 덴마크 대사관, 서펜타인 갤러리 등 다양한 브랜드·기관과의 협업으로 그들의 작업은 끊임없이 확장되었다.


그리고 그들의 중심에는 늘 집이 있었다. 현재 베이스캠프는 런던 동부 베스널그린 지역의 작은 골목 안에 자리한 45㎡ 면적의 집이다. 과거 방직 공장이었던 곳으로 바닥을 뜯어보니 면직물 조각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창문도 하나뿐이었어요. 결국 새로운 파사드를 만들어야 했죠. 은퇴한 아버지를 억지로 끌어내 프로젝트를 함께 했어요." 잭 마마는 그날을 떠올리며 웃는다.








10년 전 처음 이 집을 찾았을 때 1층은 임대 상태였고, 2층에는 마마와 톨스트룹의 스튜디오 그리고 두 아이 방이 있었는데, 많은 변화가 있었네요?

저희 집은 늘 아이들이 자라는 속도에 맞춰 변모했어요. 가족의 모습이 변화할 때마다 함께하는 시간, 사생활, 놀이 공간에 대한 필요도 자연스럽게 변했고요. 아이들이 어릴 땐 가족 모두가 2개의 더블 매트리스 위에서 널브러져 자는 오픈 플랜 구조였어요. 그러다 아이들이 집 한가운데 작은 오두막 같은 자신들만의 공간을 가지게 됐고, 그 주변에 자전거를 타고 다닐 수 있는 여유 공간도 남겨뒀죠. 아이들이 조금 더 자라자 각자의 방을 원하기 시작했어요. 애니메이션 영화 <몬스터 주식회사>에서 영감을 받아 오래된 문을 활용해 큐브 형태의 방을 만들었죠. 침대 위에 책상을 두고, 출입문을 여러 개 만들어 더 재미있고 유쾌한 공간으로 꾸몄어요. 아이들은 10대가 되면서 좀 더 전통적인 방을 원하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공간을 꾸몄고, 이제 또 다른 변화의 단계에 접어들었어요. 우리는 집이든, 클라이언트가 의뢰한 공간이든 영원히 고정된 것을 만들고 싶지 않아요. 삶의 방식, 루틴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화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죠. 그리고 변화무쌍한 건 벽의 공간 구조나 컬러만이 아니에요. 가구 배치도 정기적으로 바꾸면서 새롭게 조율하죠.


이제 아이들이 17세가 넘어 각자 독립했으니 또 한 번 변화가 필요하겠어요.

아들은 집을 떠났지만 여전히 이 집을 드나들어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해요. 가족 모두 부분적으로 재택근무를 하고요. 그래서 요즘 가장 큰 고민은함께 살면서도 각자의 공간을 유지하는 법이에요. 한 층을 올려 공간을 확장해볼까 생각하고 있어요. 새로운 변신이 기다리고 있죠.


집 안 곳곳에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요소가 너무 많아요. 특히공중 부양 침실이 인상적인데, 직접 손길을 더한 디테일 중 특별히 소개하고 싶은 것이 있나요?

메자닌 대신 층과 층 사이에 매달린 듯한 구조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지붕을 40cm 정도 높여 2층과 3층을 만들고, 3층에 침실을 배치해 마치 떠 있는 듯한 공간으로 완성했죠. 빛을 활용한 부분도 빼놓을 수 없어요. 원래 거실과 주방이 자리한 공간은 어둡고 음침했어요. 새로운 창문이 반드시 필요했죠. 창을 추가하는 것뿐 아니라 천장에 불투명 유리 패널을 설치해 자연광이 반사되어 공간 전체로 은은하게 퍼지도록 했어요.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주방이에요.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곳이거든요. 남향이라 하루 종일 자연광이 예쁘게 들어오고, 긴 테이블을 중심으로 다 같이 모여 식사하거나 친구들과 어울리기에 딱 좋은 공간이에요.














리노베이션을 하면서 에어비앤비를 운영하게 됐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집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에어비앤비로 운영했던 숙소가 있어요. 코로나19 시기에는 확진자들을 격리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기도 했어요. 호스팅하면서 늘 좋은 손님을 만났어요. 이곳이 자연스럽게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것 같아서 더 즐겁게 운영할 수 있었죠. 흥미로운 순간은 손님들이 처음 문을 열고 들어설 때예요. 아이들은 전형적인 집과 다르다는 점에 신이 났고, 다채롭고 장난스러운 분위기 덕분에 어른들도 동심을 떠올리는 것 같았어요.


당신은 불편함을 편리함으로 바꾸는 디자이너라 부르고 싶어요. 런던의 좁고 불편한 공간을 다채로운 색상, 실용적인 디자인, 지속 가능한 소재로 멋지게 변신시키는 능력이 인상적이에요. 예를 들어 13( 4)짜리 주택을 개조한 적이 있는데, 이런 작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뭔가요?

아무리 작은 공간이라도 생활의 기본 요소가 충족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요. 식사, 수면, 작업, 휴식, 그리고 사회적 교류 같은 기본 요소를 충분히 고려해야 하죠. 런던 북부 택시 사무실이었던 13㎡짜리 공간을 집으로 개조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6명이 함께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해결책은 한 가지 색상이나 소재를 과감하게 반복적으로 활용해 시각적 확장 효과를 노리는 것이었죠.13㎡ 하우스에서는 합판을 기본 소재로 사용하고 파스텔 톤으로 포인트를 줘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했어요. 반면 저희 집에서는 화이트 컬러를 기본으로 하면서 옐로, 그린, 핑크, 레드 같은 색을 제한적으로 배치해 공간에 활력을 더했고요.


초소형 주택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게 된 개인적인 이유가 있나요?

작은 공간을 디자인하는 건 큰 도전이면서도 동시에 좋은 기회예요. 공간이 작으면 그만큼 한계도 많아서 기성 가구나 인테리어 제품을 그대로 쓰기 어려운 경우가 많죠. 그래서 가구와 장식을 대부분 직접 설계하고 제작해야 해요.


가장 어려운 점은 뭔가요?

공간 크기뿐 아니라 클라이언트의 필요와 요구 사항에 따라 도전 과제가 달라져요. 가장 힘든 부분은 충분한 수납공간과 필수 가전을 배치할 공간을 확보하는 거예요. 그 외에는 주어진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기능적이며 따뜻하고 즐거운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핵심이죠.










디자인 시리즈 모두 업사이클링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요. 폐기물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는 얘기가 있던데, 최근에 작업한 프로젝트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게 있나요?

폴 스미스와 함께 호텔 클라리지스Claridge’s의 크리스마스 특별 에디션오프컷 애니멀을 만들었어요. 디자인 뮤지엄Design Museum에서 열린 그라치에 엔초 마리 전시에서는 공방에서 나온 자투리 나무를 활용해 제작한 코걸이 시리즈를 선보였고요. 생산 과정에서 남은 자재로 만든페이스 스툴Face Stools도 대표적인 작업이에요. 길에 놓인 폐기물 컨테이너를 그냥 지나칠 수 없죠.(웃음) 오래된 국자 하나도 손잡이만 바꾸면 다시 쓸 수 있는데요.


특별히 수집하는 디자인 컬렉션이나 아이템이 있나요?

잭 마마: 오래된 조명을 좋아해요. 이탈리아 디자이너 에토레 소트사스와 아킬레 카스틸리오니의 조명을 모으고 있어요. 또 동물 모양을 닮은 돌을 수집하다가, 아예 그걸 주제로 "스톤 애니멀Stone Animal"이라는 책도 냈어요. 빈티지 라디오, 대나무 식기, 독특한 시계 같은쓸데없지만 아름다운물건도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죠.

니나 톨스트룹: 예측 불가능한 디자인을 사랑해요. 형태가 독특하거나 예상치 못한 컬러 조합을 이루는 물건, 기발한 기능이 있는 가구 같은 거요. 코펜하겐에서 살 때 폴 키에르홀름Poul Kjærholm의 가죽 소파와 암체어를 구입했는데,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아이템이에요. 그런데 그런 아이코닉한 가구들 사이에 할머니에게 물려받은 화병, 접시, 주방 도구 같은 것도 있어요. ‘의도치 않게 아름다운물건이죠.


교라 보드Kyora Board’, ‘노르파 로킹 토이Norppa Rocking Toy’, ‘오프컷Off-cuts’ 같은 최근 작품을 보면 자연 소재에 대한 관심이 특히 두드러져요. 스튜디오마마만의 차별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스스로 평가하는 건 쉽지 않지만, 우리에게 실험할 시간이 많았다는 건 확실히 행운이에요. 처음에는 단순히 쉬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 시간이 작업 방식의 중요한 일부가 되었어요. 이런 탐구 과정이 클라이언트 프로젝트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었죠. 바르니Vaarnii는 우리가 만든오프컷 애니멀을 보고 흥미를 느껴 협업을 제안했고, 그 결과 놀이적 감성을 살린노르파 로킹 토이가 탄생했어요. 2024년 코펜하겐 스리 데이즈 오브 디자인3 Days of Design 쇼룸을 방문한 사람들이노르파 로킹 토이의 머리를 쓰다듬는 모습을 봤어요. 디자인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기쁨과 즐거움이 실제로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있다는 걸 실감한 순간이었죠.



저희 집은 늘 아이들이 자라는 속도에 맞춰 변했어요. 함께하는 시간, 사생활, 놀이 공간에 대한 필요도 자연스럽게 변했죠.”



2025년에는 어떤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나요?

최근에는 창작 활동과 감각을 연결하는뉴로에스테틱Neuroesthetics’라는 개념을 발견하고, 이를 더 깊이 탐구하고 있어요. 폴 스미스를 위한 새로운 프로젝트도 준비 중이고요. 무엇보다 새로운 스튜디오 공간과 집을 확장하는 공사가 올해 큰 과제예요.


런던에서 디자이너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런던에서 디자이너로 살아남기 위해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우리는 런던 동부의 디자인 커뮤니티에 속해 있어요. 이곳은 일종의 거대한 실험실 같아요. 서로 아이디어를 주고받고, 협업하고, 때로는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충돌하기도 해요. 그 과정에서 새로운 무언가가 탄생하죠. 런던은 하나의 스타일로 정의할 수 없는 도시예요. 어디를 가든 예상치 못한 영감이 튀어나와요. 골동품 시장에서 우연히 발견한 오래된 가구가 프로젝트의 출발점이 되기도 하고, 길거리 그라피티가 다음 컬러 팔레트의 힌트가 되기도 하죠. 런던에서 디자이너로 살아남으려면? 유연해야 해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하죠. 런던은 결코 가만히 있는 도시가 아니에요. 디자이너 역시 끊임없이 움직이고, 배우고, 변해야 해요.



Text | Anna Gye

Photos | Kane Hul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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