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 초콜릿 가게 뚜두의 초콜릿은 ‘보기에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는 속담의 의미를 다시 한번 알려준다. 시즌마다 각기 다른 주제로 특별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초콜릿은 이 작디작은, 앙증맞은 디저트가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기쁨과 행복을 선사하는지를 깨닫게 한다. 상자를 여는 순간 눈이 즐겁고, 초콜릿을 한 입 깨무는 순간 입이 즐겁다.
(왼쪽부터)김경림 대표, 김송원 실장
설탕 비를 내려 얇디얇은 빠스(설탕이 실처럼 늘어나는 특성을 활용한 기술)를 만들고, 요거트 아이스크림에 각종 토핑을 얹어 먹고, 할매니즘을 따라 약과 붐이 일어난다 해도 디저트의 최고봉은 초콜릿이다. 그냥 먹어도 맛있고, 녹여서 빵을 찍어 먹어도 맛있는 초콜릿은 그 자체로도 충분하다. 게다가 상자에 탐스럽게 담긴 초콜릿은 마음을 전하는 선물로도 안성맞춤이니 이처럼 완벽한 디저트가 또 어디 있을까. 프랑스인이 모여 살아 ‘서울 내 작은 파리’로 불리는 서래마을 내 수제 초콜릿 가게 뚜두는 초콜릿이 특별한 선물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디자이너 출신 쇼콜라티에가 직접 디자인해 만든 초콜릿은 먹기 아까울 정도라 하나하나 수를 세어가며 먹게 된다.
원래 디자이너였다고 들었어요.
(김경림 대표) 프랑스에서 시각 디자인을 전공하고 관련 분야에서 일했어요. 취업 비자 기간이 끝나가서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보니 상황이 여의치 않아 조금 더 머물러야 했죠. 이때 부모님의 권유로 집 근처에 있는 르 코르동 블루에서 파티시에 전공을 수료했어요. 이후 한국에 돌아와 지인의 부탁으로 초콜릿을 만들면서 서서히 자리 잡기 시작했죠. 그리고 2012년에 본격적으로 뚜두toudou를 시작했어요.
두 분이 분위기가 비슷해요. 혹시 자매인가요?
(김경림) 자매는 아닌데 닮았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어요.(웃음) 김송원 실장은 조카 친구예요. 초창기에 일이 많을 땐 조카가 도와줬는데 손이 부족해져서 아르바이트할 친구를 데려오라고 했거든요. 그때부터 연이 시작되었죠.
(김송원 실장) 친구가 도와달라고 해서 설거지하러 왔다가 정착한 케이스예요. 어렸을 때부터 집에서 초콜릿을 만들어볼 정도로 관심이 많았거든요.
뚜두 초콜릿은 시즌별로 디자인이 다른 게 특징인데요.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나요?
(김경림) 딴짓을 많이 해요. 방대한 것을 보고 경험하거나, 직원들과 함께 여행을 가서 생각지 못한 곳을 방문하기도 하죠. 예를 들면 곤충 박물관 같은 곳이요. 직원들과 1년에 한두 번 짧게 여행을 가는데 이때 별의별 아이디어가 다 쏟아져 나와요. 티키타카가 잘 맞으니까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던져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를 논의하죠. 이런 시간을 통해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얻는데 아직 구현되지 못한 것이 많아요. 다른 디저트에 비해 초콜릿은 물성은 딱딱하니까 조각하는 것처럼 표현하기 쉽고, 온도 유지 능력도 좋아서 어렵지 않았어요. 초기 위생 관리와 패키지 관리에 조금 어려움을 겪었을 뿐 초콜릿을 만드는 것 자체는 크게 어려움이 없었죠.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이 그래픽에서 초콜릿으로 변했을 뿐이네요.
(김경림) 그렇죠. 다른 종류의 디자인이라고 해야 할까요? 제 경험상 디자인 회사에서 일할 때와 별로 차이가 없어요. 초콜릿을 만들기 전에 직원들과 공유하기 위해 스케치를 하는데, 다행히 저는 그림을 직접 그릴 수 있으니까요. 그래도 제 아이디어와 스케치를 김 실장에게 설명할 때가 제일 어려워요. 한번 보면 바로 의도가 파악될 정도로 그림을 잘 그리진 못해요. 오히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콘셉트를 잡아서 기획, 감독하는 걸 잘해요.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추진력도 있고요. 김 실장은 제가 구현하고 싶은 콘셉트를 잘 이해해서 세세하게 표현하는 걸 잘해요. 콘셉트에만 집중하다가 광범위해진 표현 범위를 분류하고 덜어내는 게 제가 할 일이죠.
정리한 콘셉트를 초콜릿으로 구현하는 건 실장 몫이군요.
(김송원) 네, 그렇죠. 다 같이 아이디어를 짤 때는 엄청 재미있는데 그걸 대량으로 제작해야 할 때 살짝 흥미가 떨어져요. 똑같은 초콜릿을 여러 개 만드는 반복 작업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샘플 만들 때가 제일 재미있어요.
시즌마다 새로운 초콜릿 시리즈를 구상하고, 그때마다 똑같은 것을 몇천 개씩 만들어야 하는데 그 과정을 10년 넘게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김경림) 저와 직원들의 상호 관계, 재미있는 대화, 이런 것이 없이 계속 초콜릿만 만들었다면 그 시간을 못 버텼을 거예요. 초콜릿을 만든다는 건 붕어빵을 만드는 것처럼 끊임없는 반복 작업이거든요. 전문 분야일수록 얼마나 반복 과정이 길고 복잡한가의 정도 차이만 있을 뿐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초콜릿을 디자인하고 만들 때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있나요?
(김경림) 실제로도 디자인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단, 마냥 예쁘기만 한 디자인이 아니라 이야기를 담으려고 하죠. 이야기 주제는 개인적 경험이나 생각을 바탕으로 해서 사심이 많이 담기긴 해요. 지나치다 싶으면 직원들이 대중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주죠.
김 실장께서는 초콜릿을 만드는 역할로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또 다를 것 같아요.
(김송원) 대표님이 디자인이라면 저는 맛에 신경 쓰죠. 시즌마다 디자인이 바뀌니까 그에 따라 맛에도 변화를 주고 싶어서 고민을 많이 해요. 그래서 시중에 나온 초콜릿을 먹어보고 좋은 건 기억하려고 해요.
(김경림) 제가 ‘고급 혓바닥’을 가졌다고 해요.(웃음) 미각이 굉장히 예민해서 입안에 들어간 재료도 맞힐 정도예요. 예쁜 건 맛이 없다고 하는데, 김 실장의 초콜릿은 맛있어서 계속 손이 가요.
뚜두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건 이곳만의 특별한 초콜릿 디자인 때문이었다. 특히 시즌마다 그에 맞는 새로운 초콜릿을 선보이며 센스 있는 선물 아이템으로 알려지고, 그것을 본 여러 브랜드가 자기만을 위한 초콜릿을 제작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시즌이 지나면 구매할 수 없기에 예약 시작과 동시에 품절되기도 한다.
뚜두의 초콜릿 상자를 보면 인형의 집 소품 같기도 하고, 어떤 이야기를 전하는 것 같아요. 주로 다루는 주제가 있나요?
(김경림) 파리에서 살 때의 시간과 추억에 관한 이야기를 가장 많이 다뤘어요. 당시엔 몰랐는데 한국에 돌아오니까 그때의 시간이 소중하고 자꾸 기억이 나더라고요. 파리에 가지 않더라도 초콜릿을 보면 파리의 무언가가 느껴질 거예요. 파리 하면 떠오르는 느낌이 있잖아요. 그것을 제 초콜릿으로 전달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결국 거대한 주제는 사랑이죠.
뚜두 초콜릿은 선물하기에 좋더라고요. 선물용으로는 보기에도 예쁘고 맛도 좋은 것이 딱이잖아요.
(김경림) 한국에서 수제 초콜릿은 시작부터 선물용 성향이 짙어서 우리도 전략적으로 선물용 초콜릿을 만들었어요. 보통 개인이 먹는 건 편의점이나 슈퍼에서 사니까요. 그런데 점점 개인이 먹는 초콜릿을 찾는 분이 늘어나서 관련 제품도 만들어 팔고 있어요. 직원들의 조언을 수용해 평일에도 문을 자주 열고요. 전에는 예약 손님이 아니면 저희 매장에 들어오는 분이 없었지만 지금은 매일 방문하는 손님도 있어서 그분들을 충족시킬 방법을 매번 고민하죠. 여름이면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팔고, 브라우니와 마들렌도 구워 팔고. 마음가짐이나 준비하는 자세가 달라졌어요.
사람들은 왜 선물용으로 초콜릿을 선택하는 걸까요?
(김경림) 프랑스에서는 선물용 초콜릿이라고 해도 디자인이 화려하진 않거든요. 일반 초콜릿을 박스에 예쁘게 담아놓을 뿐이죠. 그런데 모여서 그걸 나눠 먹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어서 초콜릿 박스를 자주 구매해요. 반면 우리나라는 상자를 열었을 때의 놀라움, 기쁨 같은 감정이 중요해서 디자인이 예쁜 걸 선호하죠.
그렇다면 조금 더 보편적인 질문을 해볼게요. 초콜릿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김경림) 멀지 않은 행복? 집에 초콜릿 박스 하나 있으면 짜증 날 때 상자를 열어서 아무거나 하나 입에 넣고 있으면 달콤함에 잠깐 딴생각이 들 수 있잖아요. 초콜릿을 먹었을 때의 그 달콤하고 행복한 감정을 나만 느껴도 좋고, 남과 공유해도 좋거든요. 그래서 초콜릿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좋은 동료들과 함께 만든다는 점이 매력적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저에게 초콜릿이란 타인과 함께 나누고 싶은 따뜻함, 달콤함, 포근함이라고 할 수 있어요.
(김송원) 단 거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잖아요. 그래서 우리 초콜릿이 고객들에게 행복을 전달했으면 좋겠어요. 기분 좋고 행복해지는 아이템, 저에게는 그게 초콜릿인 것 같아요.
뚜두 초콜릿은 디자인만큼 맛도 좋죠. 혹 추구하는 맛이 있나요?
(김경림) 요즘 실험적인 맛의 디저트가 많아졌는데, 저는 맛은 본질에 가까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른 맛이 첨가되더라도 원래 초콜릿 맛을 해치지 말아야 하고, 재료 본연의 맛이 살아 있어야 하죠. 라즈베리는 라즈베리 맛이, 딸기는 딸기 맛이 나게.
맛도 유행이 있으니까요. 초콜릿 본연의 맛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트렌드를 따를 때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젠 사람들 입맛이 좋은 의미로 예민해졌잖아요.
(김경림) 초콜릿은 초콜릿다워야 한다고 했지만, 사실 저희도 유행하는 건 다 시도해봐요.
(김송원) 돌고 돌아 순정이라고, 결국 기본이 제일 낫더라고요. 하지만 트렌드를 통해 지금 사람들이 어떤 맛과 식감을 좋아하는지 분석하고 파악하는 건 필요해요. 그중 일부를 초콜릿 만들 때 반영하기도 하고요. 예를 들면 얼마 전에 열풍을 일으켰던 두바이 초콜릿을 좋아한 이유는 맛보다는 안에 든 카다이프의 아작한 식감 때문이거든요. 그런 부분을 차용해서 우리 초콜릿에 카다이프를 넣기도 했어요.
디저트 유행이 빠른 한국에서 수제 초콜릿이라는 분야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요?
(김경림) 사실 저도 많이 흔들려요. SNS에 새로 유행하는 디저트가 나오면 우리도 이런 걸 해야 하는 건지 고민돼요. 그럴 때마다 초콜릿의 장점을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잡아요. 초콜릿은 다른 디저트보다 실용적이거든요. 녹여서 다시 만들어도 되고, 한 번에 여러 개를 만들 수도 있고요. 이런 조건을 따지다 보면 결국 초콜릿만 하자는 결론이 나요. 반면에 유행이 너무 빠르다 보니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한 번 찾아가서 먹고 또 새로운 가게를 찾아요. 한 가게를 꾸준히 찾아가는 경우는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요. 가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그런 추이가 매우 신경 쓰이지만 우리는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죠.
그러고 보니 뚜두는 서래마을에 엄청 오래 자리하고 있어요.
(김경림) 처음에는 교대 부근에 있었는데 제가 자꾸 프랑스와 연관된 이야기로 초콜릿 디자인을 하더라고요. 서래마을이 프랑스인이 모여 사는 동네이기도 하고, 제가 프랑스에서 공부할 때 한국으로 돌아가면 서래마을에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어느 정도 돈을 모아서 서래마을에 작은 공간을 얻었어요. 열심히 일해서 지금의 자리로 이사 온 거고요. 계산해보니 이 동네에 온 지 벌써 7년이 되었네요.
7년이나 되었으니 단골도 많이 생겼을 텐데 그들이 말하는 뚜두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김경림) 시즌마다 디자인이 다른 초콜릿이 나온다는 점을 좋아하세요. 매번 똑같은 모양의 초콜릿이면 선물하기 어려울 텐데 시즌마다 디자인이 다르니까 큰 고민 없이 선물할 수 있다고요. 또 사라지지 않고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점도 좋아해주세요. 요즘은 디저트 가게도 생겼다가 금방 사라지니까요. 그런데 저희는 몇 년째 계속 자리를 지켜오면서도 새로운 디자인을 출시하니까 매번 새로운 가게에 오는 기분이라고 하더라고요.
“파리에서 살 때의 시간과 추억에 관한 이야기를 가장 많이 다뤘어요. 거대한 주제는 사랑이죠.”
언제 ‘뚜두 하길 잘했다’ 혹은 ‘쇼콜라티에가 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나요?
(김송원) 이전 회사에서 사람 간의 관계에서 상처를 많이 입고 심리적으로 힘들었어요. 그때 만난 것이 뚜두였는데 일하면서 마음이 너무 편하더라고요. 그런 경험은 뚜두가 처음이었어요. 일도 즐거운데 동료들과 마음도 잘 맞고 다 함께 으쌰으쌰 하는 분위기에 긍정적 시너지를 얻죠.
(김경림) 뚜두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아마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괴로워했을 것 같아요. 디자이너는 일과 함께 자신의 크리에이티브를 발현할 기회도 만들어서 숨 쉴 구멍이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 그러지 못하거든요. 다행히 저는 초콜릿을 통해 제가 원하는 디자인을 마음껏 하고 있어요.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시즌별로 선보이고, 또 그것이 많은 분께 사랑받고 있어서 정말 감사하죠. 생각이 비슷한 동료들을 만나서 즐겁게 일하고요. 일이 잘 맞으면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걸 매번 깨닫고 있어요.
Text | Young-eun Heo
Photos | Peace Pie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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