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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인테리어로 완성한 경계 없는 집

브랜드 마케터 강미

Text | Bora Kang
Photography | Siyoung Song

강미는 버거 브랜드 ‘쉐이크쉑’의 국내 마케팅과 제품 기획을 담당하는 제너럴 매니저다. 서울에서 태어나 캘리포니아로 이주한 미국 국적자로, 2004년 한국에 온 후 아파트, 빌딩 등 다양한 형태의 주거 공간을 경험하며 인테리어 노하우를 쌓았다. 캘리포니아의 여름 별장처럼 멜랑꼴리한 정취가 흐르는 그의 옥수동 아파트는 ‘아메리칸 빈티지’를 콘셉트로 15일간의 셀프 인테리어 끝에 완성한 것이다.








한남동에 살다가 5년 전 옥수동 극동아파트로 이사했어요. 특별히 이곳을 택한 이유가 있나요?

전부터 탐내던 곳이었어요. 주변 건축가 친구들로부터 완성도 높은 건물이라는 이야기를 워낙 자주 들어서요. 특히 이 집은 준공 이래 33년 동안 리모델링을 한 번도 안 한 상태라 더 욕심이 났어요.



보통은 리모델링한 아파트를 더 선호하지 않나요?

제가 살던 캘리포니아에는 구조나 스타일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집이 많아요. 덕분에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서 공간에 대한 취향이 확고해진 터라, 이미 완성된 집보다는 최대한 제가 바꿀 수 있는 집을 원했던 것 같아요. 오래된 아파트 특유의 빈티지한 느낌도 좋았고요.



베란다와 연결된 뒤뜰이 근사해요. 공용 공간이지만 경계가 없어서인지 사유지처럼 보여요.

1층을 고집한 건 순전히 베란다 때문이에요. 좀 더 내 집 정원 같은 기분을 누리고 싶어서 원래 있던 창문을 떼어내고 폴딩 도어를 달았어요. 처음 이사 왔을 땐 반나절 내내 앉아있을 정도로 좋아하는 공간이었는데 5년 넘게 살다 보니 이제 이만한 뜰로는 성이 안 차요. (웃음) 다음에는 정원이 있는 단독주택으로 이사하려고요.




“인테리어 업자를 썼으면 일이 훨씬 수월했을 테지만 결과에 대한 만족도는 지금과 달랐을 거예요. 제 취향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은 결국 저 자신이니까요.”




셀프 인테리어를 진행한 과정이 궁금해요.

아파트가 곧 헐릴 예정이라 큰돈 들이기는 아까워서 최대 1,500만 원으로 예산을 잡고 공사 날짜도 딱 보름으로 정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아메리칸 빈티지’를 콘셉트로 세부적인 그림을 그리고, 필요한 재료는 다 발품으로 해결했죠. 철거나 설비 같은 기술적인 부분은 그때그때 인력사무소를 통하고요. 인테리어 업자를 썼으면 일이 훨씬 수월했을 테지만 결과에 대한 만족도는 지금과 달랐을 거예요. 제 취향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은 결국 저 자신이니까요.









공간을 디자인하면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나요?

화이트 타일로 마감한 바닥이요. 디터 람스의 집 사진을 보고 따라 한 건데 당시만 해도 흔치 않은 인테리어라 공사하는 분도 정말 할 거냐고 세 번이나 물어봤어요. 현관 앞 방에 설치한 책장 형태의 슬라이딩 도어도 나름 공들인 부분 중 하나예요. 집안에 스피크이지바처럼 숨겨진 방을 하나 만들고 싶어서, 원하는 형태를 그린 다음 주문 제작했어요.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뭔가요?

벽 작업이요. 수십 겹의 벽지를 물에 불려 떼어내고, 미국에서 하던 대로 페인트를 스프레이로 뿌렸는데 벽이 습기를 너무 먹은 상태라 숭숭 뚫린 시멘트 구멍이 고스란히 드러났어요. 공사 날짜도 얼마 안 남은 상황이라 핸디코트 작업은 건너 뛰고 곧장 벽 위에 석고보드를 붙였죠. 그렇게 마감한 덕에 오히려 제가 원했던 아메리칸 빈티지 스타일에 가까워졌다는 게 재미있는 결말이에요.



손님 초대도 즐기는 걸로 알아요. 요리를 좋아하는 만큼 주방에도 꽤 투자했을 것 같은데요.

국내 주방 가구 브랜드는 마음에 드는 시스템이 없어서, 원래 갖고 있던 빈티지 오븐에 업소용 싱크대 한 쌍을 더했더니 다 합쳐서 50만 원도 안 들었어요. 실은 장기적으로 인테리어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그때 되면 상용화하고 싶은 모델 중 하나예요.








“나이가 들수록 공간이 주는 에너지가 굉장하다는 걸 느껴요. 내가 사는 공간이 나를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라는 것도요.”




언제부터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았나요?

30대 초반 독립한 뒤부터였던 것 같아요. 어릴 때는 옷이나 액세서리처럼 몸에 걸치는 물건에 관심이 많았다면 나이가 들수록 공간이 주는 에너지가 굉장하다는 걸 느껴요. 내가 사는 공간이 나를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라는 것도요.



셀프 인테리어에 처음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한다면요?

시공에 관련된 부분은 전문가의 손을 빌릴 것을 추천해요. 인력사무소에 전화하면 그때그때 필요한 기술자를 하루 단위로 고용할 수 있어요. 다만 한여름이나 한겨울에는 웬만하면 공사를 피해야 하죠. 집도 사람이랑 똑같아서 날씨가 좋지 않으면 꼭 어딘가가 고장 나게 되어 있거든요.



자신의 집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어게인스트 보더스 Against Borders’. 나중에 인테리어 사무소를 겸한 와인 페어링 바를 운영하고 싶은 꿈이 있어요. 실은 그때 쓰려고 등록해둔 사업자명인데요, ‘경계 없는 삶’ ‘기존의 질서를 무너트린 공간’을 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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