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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디자이너가 말하는 믹스매치의 즐거움

박경화한복 대표 박경화

Text | Bora Kang
Photography | Siyoung Song

디자이너 박경화는 전통한복에 담긴 우아함과 아름다움을 현대에 맞게 풀어낸 옷을 만든다. 청담동 골목에 자리한 ‘박경화한복’은 그의 이런 철학을 십분 반영한 공간이다. 해리 베르토이아의 다이아몬드 체어 위에는 색동과 양단으로 뽐을 낸 방석이, 고졸한 두루마리 그림 앞에는 에로 샤리넨의 붉은 웜 체어가 단아하게 놓여있다. 물론 박경화도 우리가 생각하는 그냥 한복집 주인은 아니다.








20대에 한복 디자인을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어쩌다 한복의 세계에 발을 들였나요?

대학 졸업하고 우연히 한복집에서 일하게 됐어요. 전통한복 짓는 김영석 선생님 밑에서 10년 동안 제자로 있으면서 우리 옷의 매력을 차츰 깨달았죠. 어려서는 한복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색도 촌스럽고 소재도 후줄근해서 예쁘다는 느낌은 못 받았던 것 같아요. 제대로 된 한복이 아니었던 거죠. 시작이 그랬으니 성인이 되어서도 별 관심 안 갔고요.



요즘은 생활한복, 개량한복 같은 모던한복이 유행이잖아요. 이 와중에 전통한복을 바탕에 두고 작업하는 이유가 궁금해요.

우리나라가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강제로 근대화를 맞았잖아요. 그 과정에서 한복의 맥이 거의 끊어지다시피 했어요.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한복은 대부분 조선 후기 형식을 따른 거예요. 만약 서양 의복이 들어오지 않고 자연스럽게 근대화가 진행되었다면 지금의 한복은 어떤 모습일지 자주 상상해요. 저고리 고름은 여전히 길지, 치마 기장은 아직도 바닥까지 내려올지요. 그게 제가 생각하는 모던의 기준인 것 같아요. 예스러운 한복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시대의 흐름과 궤를 같이하는 옷이요. 그런 옷을 만들려면 전통에 대한 공부가 필수죠.








“그전에 우리 것을 먼저 공부하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요. 이건 꼭 옷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에요. 건축이나 인테리어만 해도 잘만 쓰면 멋있는 전통 소재, 전통 디자인이 정말 많아요.”




일상복으로서의 한복에 대한 고민도 있을 것 같아요. 요즘 한복은 주로 예복으로 소비되니까요.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어요. 한복은 예쁘기는 한데 너무 비싸고 그에 비해 입을 일도 별로 없다고요. 그건 어쩔 수 없는 흐름 같아요. 찾는 사람이 적다 보니 공임이 올라갈 수밖에요. 다만 저는 우리나라 디자이너들이 전통에 대해 한 번쯤 치열하게 고민했으면 좋겠어요. 한복을 일상복으로 만드는 것도 좋지만, 일상복에 전통적인 요소를 더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거든요. 해외 유명 디자이너들도 결국 마지막에 눈을 돌리는 건 자기네 전통이에요. 요즘 디자인에 관심 있는 친구들 보면 다 해외로 나가기 바쁘잖아요. 그전에 우리 것을 먼저 공부하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요. 이건 꼭 옷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에요. 건축이나 인테리어만 해도 잘만 쓰면 멋있는 전통 소재, 전통 디자인이 정말 많아요.



건축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한옥에 살고 싶은 마음은 없나요?

함양에 제가 좋아하는 게스트하우스가 있어요. 정말 제대로 된 한옥인데 내부는 아주 최신식으로 꾸며놨어요. 그런 식의 낙차가 의외의 즐거움을 주더군요. 지금은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데 독립하면 제 스타일대로 집을 꾸며보고 싶어요. 단 한옥을 짓는 건 현실적으로 힘드니까, 주택이든 아파트든 한 공간 안에서 전통과 현대를 조화롭게 믹스매치 하면 어떨까 해요. 이 쇼룸처럼요.



‘뉴 레트로’가 유행하면서 자개장, 소반 등 전통 소품이 인테리어에 활발히 사용되고 있어요. 요식업계 또한 한식, 전통주 등을 새롭게 해석한지 오래고요. 이에 비해 유독 한복만 트렌드를 쫓아가지 못하는 느낌입니다. 전통 의식주 중 왜 의복만 현대에 적응이 어려울까요?

일단 패션이 미식이나 인테리어에 비해 유난히 트렌드가 빠른 탓이 있고요. 냉혹하게 이야기하면 대중적으로 퍼져있는 한복의 수준이 굉장히 낮아요. 한복을 입고 고궁을 찾는 문화가 생기면서 사람들이 전보다 한복을 자주 찾게 된 건 물론 반가운 현상이지만, 의미가 명확한 규칙을 무시하는 건 지적할 필요가 있어요. 대여 한복뿐 아니라 맞춤 한복을 만드는 분들 중에도 특정 색이나 디테일이 의미하는 바를 전혀 모르는 경우가 많거든요. 전통을 제대로 공부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그래서 요즘 일상복에 견주어도 손색없을 정도로 한복이 발전했을 때에야 비로소 한복의 현대화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게 라이프스타일 소품이에요. 한복 원단을 조각보처럼 엮어서 유아용 이불을 만들거나 평범한 무릎 담요에 색동으로 테두리를 두르는 식으로 단순한 것부터 시작하고 있습니다.”




침구류, 쿠션, 방석 등 한실에 어울리는 리빙 아이템도 전개하고 있습니다. 반려동물을 위한 펫한복을 선보일 정도로 현대의 라이프스타일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기도 하고요.

저는 현재를 사는 디자이너이니만큼 시대의 흐름과 맥을 같이 하고 싶어요. 제가 아무리 한복의 아름다움을 주장한다 한들, 보는 사람이 느끼지 못한다면 혼자만의 생각에 그칠 뿐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게 라이프스타일 소품이에요.한복 원단을 조각보처럼 엮어서 유아용 이불을 만들거나 평범한 무릎 담요에 색동으로 테두리를 두르는 식으로 단순한 것부터 시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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