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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을 멈추어야 할 때

나무 조각가 빈스 스켈리

Text | Soyoung Jo
Photography | Soyoung Jo

미국 포틀랜드, 남동부의 작은 마을에 나무 조각가 빈스 스켈리 Vince Skelly의 집과 스튜디오가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서 쉬고 일하며 하루 대부분 시간을 보내는 그는 자신다운 공간을 만들기 위해 멈추는 때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모든 것이 그 자체로서 ‘Becoming it self’가 되는 위대한 순간이기도 하다. 그러한 그의 공간에는 역시 멈추는 때를 알고 완성된 아름다운 나뭇조각이 사이좋게 모여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오래 지낸 거로 알고 있어요. 포틀랜드에는 언제 왔나요? 특별히 이 집을 선택한 이유도 궁금하네요.

(빈스 스켈리, 나무 조각가) 4년 전 포틀랜드로 왔고, 3년 전 이 집을 찾았어요. 집의 구조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원하는 모습으로 고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방으로 뚫린 공간, 큰 창을 좋아하는데 처음 이 집은 그것과 거리가 멀었죠. 캐비닛 공사를 하는 친구와 함께 리모델링 작업을 시작했어요. 작은방을 허물어 주방과 이어지게 했고, 부엌을 가리고 있던 벽도 허물었어요. 바닥을 리놀리움에서 나무로 바꾸고 콘솔을 짜 넣었죠. 지금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집에 한층 가까워졌습니다.



집 한쪽에 마련한 작업실 역시 최근 새 단장을 했다고 들었어요. 어떠한 이유로 시작되었고 어떤 모습으로 바뀌었나요?

작품을 놓을 공간이 부족해서 공간을 넓히기 위해 시작되었어요. 벽을 흰색으로 칠하고 직접 구해온 나무를 바닥에 깔았죠. 여기저기서 구해온 것이라 나무의 종류와 크기가 다릅니다. 완벽하게 들어맞지 않는 모습이 마치 저의 작품과도 닮아있죠. 스튜디오 안에 3개의 작은방이 있는데 그중 하나에 큰 캔버스를 걸어 놓을 생각이에요. 스케치하면서 작업할 수 있게요.



이 공간이 당신의 작품과도 많이 닮아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수 있어요. 작업을 통해 실현하는 일들은 내가 이 집에 한 일과 같아요. 수목 재배가인 친구가 저에게 나무를 구해주는데 병들었거나 다른 나무를 해치는 나무만 제공하죠. 직접 산을 돌며 버려진 나무, 떨어진 나무를 주워오기도 하고요. 그 때문에 못이 박혀있거나 곰팡이가 피어 있는 경우도 많은데, 그걸 도려내고 새로운 얼굴을 만들게 됩니다. 못생긴 공간을 원하는 모습으로 바꾼 집처럼 작품 역시 제 손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갖게 되는 것이죠.




“집은 곧 그 사람이기도 해요. 그곳에 사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를 말해주고 비춰주죠. 그 관계란 굉장히 밀접하고 개인적인 방식으로 존재하는 것 같아요.”








과거와 현대 사이에 정의할 수 없는 관계가 있듯 개인과 주거 공간 사이에도 그와 같은 어떠한 ‘관계’가 있는 것 같아요.

집은 곧 그 사람이기도 해요. 그곳에 사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를 말해주고 비춰주죠. 그 관계란 굉장히 밀접하고 개인적인 방식으로 존재하는 것 같아요.



완벽한 집이란 고대와 현대가 섞여 있는 곳이라 말한 적이 있죠. 실제로 이 집엔 당신의 작품을 비롯해 예스러운 물건들이 많이 보여요.

저는 가능한 많은 물건을 옛날의 것으로 채워 넣고 싶어요. 공장에서 찍어내는 물건이 아닌 사람의 손에서 태어난, 손때 묻은 수제 물건을 좋아하고. 실제로 우리 집에 정말 많은 수제 물건이 있어요. 여기 테이블 위에 있는 촛대, 당신이 앉아 있는 의자, 컵 받침대 모두 누군가의 손에서 만들어진 물건들이죠.








당신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아주 오래전부터 가까이 있었던 것 같은 친근한 느낌이 들어요.

그런 이야기를 자주 들어요. 원시 시대의 부족들이 사용한 앉은뱅이 의자 같은 모습 때문일 거예요. 하나의 나뭇조각에서 하나의 작품만을 만들어요. 어떠한 목적으로 만들기보다는 나무를 들여다보고 깎고 그러다 멈춰서 거리를 두는 식이죠. 시간이 지나서 다시 보면 새로운 영감이 떠오르거나 여기서 작업을 멈춰도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당신의 작품은 과거를 떠올리게 하지만 현대의 공간에 완벽하게 어우러집니다. 그 비결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현대 시대야말로 원시 시대에 쓰이던 물건들이 어색함 없이 어우러지는 좋은 배경이 된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점점 더 단순하고 기능적인 물건을 찾고 있어요. 예를 들어 원시 시대 물건들, 아프리카에서 아기를 낳을 때 쓰는 낮은 의자라던가 물건을 만들 때 쓰던 망치 등은 시대를 뛰어넘는 대표적인 심플한 디자인의 예로 들 수 있죠. 단순한 모양이지만 제 역할을 완전히 수행할 수 있는. 그렇게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아우르는 디자인에 아름다움을 느껴요.



나무를 이용한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우연히 이라는 책을 보게 되었어요. 많은 핸드크래프트 예술가들의 집이 나오는데 그중에서도 JB 블렁크 JB Blunk라는 예술가의 작품을 보고 이 작업을 시작하게 됐고요. 그가 만든 나뭇조각으로 채워진 그의 집은 정말 멋이 있었습니다.




“불을 정말 좋아해요. 나무가 탈 때 나는 소리, 그 시각적 풍경을 사랑해요. 겨울이면 매일 밤 거실 파이어 플레이스에 불을 피워요. 여름에는 뒷마당에 불을 피우고요.”








작업의 특성상 집 그리고 작업실이라는 공간의 의미는 더 클 것 같아요. 유독 애착이 가는 곳은 어디인가요?

파이어 플레이스가 있는 이 거실이에요. 이 집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해요. 불을 정말 좋아해요. 나무가 탈 때 나는 소리, 그 시각적 풍경을 사랑해요. 겨울이면 매일 밤 거실 파이어 플레이스에 불을 피워요. 여름에는 뒷마당에 불을 피우고요. 거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도 좋아해요. 집 앞마당, 뒷마당에 나무를 많이 심은 덕분에 창가 의자에 앉아 더 근사한 풍경을 볼 수 있게 되었죠.



집과 작업실 공간에 큰 창이 많이 보여요. 당신에게 빛이 중요하기 때문이겠죠?

정말 그래요. 창문이 꽤 많은 편이지만 충분하게 느껴지지 않아요. 거실에 있는 파이어 플레이스 양옆으로도 창문을 만들고 싶을 정도예요. 빛이 있을 때 행복을 느껴요. 인공적인 빛이 아닌 자연광으로 나무의 면면을 들여다보는 일도 즐거움 중 하나죠. 자연광이 내리쬘 때 나무의 결이 더 미세하게 보여요. 현재의 작업실에 만족하지만, 조만간 집에서 30분 거리에 새로운 작업실을 하나 더 마련할 계획이에요. 큰 작품을 만들고 싶은데 그러려면 더 큰 공간이 필요하거든요. 마침 큰 대지를 가진 친구가 자신의 공간을 내어주어서 그곳에 두 번째 작업실도 만들 계획입니다.



“멈추는 때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당신 아버지의 말씀이 인상적이었어요. 당신과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작품은 물론이고 당신이 생각하는 집을 관통하는 개념인 것 같네요.

부모님 두 분 다 파인 아티스트였고 어린 시절 자주 그림을 그리곤 했어요. 아버지가 지나가시면서 자주 하신 말씀이 “지금 좋으니 멈춰라”라는 것이었어요.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이 작업을 하며 절실히 깨닫게 되었죠. 언제 멈출지를 모르면 작업물이 복잡해져요. 조각의 경우 이미 깎아버린 것을 붙일 수 없기 때문에 멈춰야 하는 때를 아는 건 큰 의미가 있죠. 언제 멈춰야 하는지 아는 것과 언제 작품이 그 자체로서 완전한 존재가 되는지 아는 것은 너무나 중요해요. 집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꾸 채워 넣다 보면 필요 없는 물건으로 채워지게 되고 내 것이 아닌 공간이 되어버리니까요.



당신의 작품이 누군가의 집에서 어떠한 모습으로 존재하기를 바라나요?

쓰일 수 있는 곳에 놓여 있었으면 해요. 제 작품은 만지면 안 되는 고고한 예술 작품이 아니에요. 사람들과 어우러지기 위해 존재하는 작품이죠. 흰 벽 앞에 덩그러니 혼자 있는 모습이 아니라 그 집의 사람들, 다른 물건들과 잘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면 좋겠어요. 누군가 앉아있는 의자 옆에 나의 작품이 있다면 그 위에 자연스럽게 물컵을 올려놓을 수 있는 모습으로 말이에요.



그러한 작품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당신의 집을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내가 누구인지를 함축적으로 드러내는 장소(Functional representation of who I am)




“언제 멈춰야 하는지 아는 것과 언제 작품이 그 자체로서 완전한 존재가 되는지 아는 것은 너무나 중요해요. 집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꾸 채워 넣다 보면 필요 없는 물건으로 채워지게 되고 내 것이 아닌 공간이 되어버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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