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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집 구경하기

스웨덴 디자인 뮤지엄 전

Text | Eunah Kim
Photos provided by Sweden Design Museum

기능적인 인테리어 디자인으로 상징되는 스웨덴. 이곳 사람들은 내가 사는 오늘 하루가 그 어떤 것보다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며, 단순함을 바탕으로 장식보다는 형태와 기능을 중요시하는 원칙을 따른다. 이러한 디자인 언어를 온몸으로 느끼기 위해, 실제로 사람이 사는 공간을 둘러보는 것만큼 확실한 방법이 또 있을까?







“제가 14년 전 처음 스웨덴에 왔을 때, 방문하는 집마다 인테리어 잡지 속 공간 같았던 지인들의 집에 매료됐습니다. 누군가가 사용하고 있는 생생한 실제 집을 관람하는 분들이 제가 그때 경험한 것과 같은 근사한 스웨덴의 디자인과 라이프스타일을 체험하기를 바랍니다.”



2018년 10월 18일부터 2019년 5월 31일까지 스웨덴 디자인 뮤지엄이 개최한 <집 구경(The Home Viewing)> 전은 실제 현지인이 거주 중인 16개의 오픈 하우스가 그 주인공이었다. 웹사이트에 집마다 방문할 수 있는 날짜와 시간, 구석구석별 비하인드 스토리가 올라왔고, 궁극적으로 매매가 이루어진 집도 있었다. 전시 주체가 되는 집은 지역의 역사를 담은 금광을 비롯해 폐 직조 공장, 빌라, 아파트를 넘나들며 전통적이거나 전형적인 스웨덴식 건축과 디자인을 담아내고 있었다.




©Mats Hemlin/Bertwig Fastighetsförmeding


©Mats Hemlin/Bertwig Fastighetsförmeding



스웨덴에서 가장 큰 섬 고틀란드 Gotland의 오래된 직조 공장도 전시 공간 중 하나다. 1939년 지어진 이 건물은 군사 기지로 시작해 직조 공장을 거쳐, 최근에는 행정 업무를 보는 오피스로 사용되고 있다. 직조 산업의 경우 그 기원은 바이킹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고틀란드는 질 좋은 양모, 양가죽, 플리스를 생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지역에만 여전히 5만 8000여 명의 텍스타일 디자이너와 공예가들이 있다. 과거 직조 공장으로 쓰이던 이곳은 근사한 자연광은 물론, 자연 속 형태를 그대로 가져온 오브제로 집을 장식하는 스웨덴 특유의 감성이 묻어난다.

이를테면, 스웨덴 가정집 어디에서나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의자나 벤치에 걸쳐져 있는 스로우 throws(큰 담요)도 이 지역에서 유래한 고틀란드산 양의 가죽과 털로 만들었다. 오리지널 양모와 양털 스로우는 물을 잘 흡수하는 재료로, 더울 때는 땀을 흡수해 뽀송뽀송하게, 추울 때는 더 따뜻하게 체온을 오랫동안 유지한다. 고틀란드산 양모는 특유의 은빛 회색 색상에 부드러운 둥근 컬 모양을 띈다.




©Mats Hemlin/Bertwig Fastighetsförmeding




또한 이곳에는 베이클라이트 bakelite 스위치도 있는데, 이는 20세기 초 스웨덴에 전기 사용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대량 생산한 대표적인 스웨덴 생활 디자인 중 하나다. 본래는 스위치를 모두 도자기로 만들었는데 이후 빠른 대량 산업화를 위해 플라스틱을 적용했다. 1909년에 특허를 출원한 이 둥근 형태의 베이클라이트 스위치는 여전히 여러 스웨덴의 집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Fotofirman E-soft/Fastighetsbyrån


©Fotofirman E-soft/Fastighetsbyrån


©Fotofirman E-soft/Fastighetsbyrån



한편 쇠데르텔리에 Södertälje에는 지난 한 세기를 담은 고혹적인 아파트가 있다. 최대한 널찍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3m 이상의 높은 층고와 대형 침실, 넓은 문, 커다란 창문을 둔 것이 눈에 띈다. 1908년~1909년에 지어진 이 오래된 아파트는 오늘날 밝고 가벼운 컬러와 독특한 가구들이 만나 생기를 되찾았다. 보통 거실이나 방 한구석에 자리하는 석조 벽난로 카케룽 kakelugn은 18세기 스웨덴에서 대대적인 인기를 끌었다. 기능적이고 효율적인 열 사용 방법이 필요하던 시절, 불이 꺼져도 하루 동안은 훈훈한 온기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사용된 패널 도어(장식 판자를 붙인 문)는 본래 프랑스에서 유래했는데, 18세기 중반에 스웨덴에 소개되면서 스페겔도어 spegeldörr 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이 공간의 스페겔도어는 일부러 문틀에 꽉 맞지 않고 넉넉하게 설치해, 습도에 따라 문이 수축이 되는 것을 고려했다고.

여러 가정집 전시에서 공통으로 발견된 스웨덴 디자인 중 하나는 조각보 형식의 러그다. 헤진 자투리 천을 모아 손으로 이어 박음질한 것으로 실용적이면서도 검소한 스웨덴식 미학을 보여준다. 전시할 집을 고르는 등 이번 전시 큐레이터를 맡은 영국 출신의 스웨덴 디자인 전문 블로거 니키 브란트마크 Niji Brantmark는 말한다. “제가 14년 전 처음 스웨덴에 왔을 때, 방문하는 집마다 인테리어 잡지 속 공간 같았던 지인들의 집에 매료됐습니다. 누군가가 사용하고 있는 생생한 실제 집을 관람하는 분들이 제가 그때 경험한 것과 같은 근사한 스웨덴의 디자인과 라이프스타일을 체험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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