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위한 집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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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위한 집 만들기

동물행동학자와 건축 전문가 공저

Text | Bora Kang
사진 제공 | 시사문화사

개, 고양이 등의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소중히 여기는 펫팸(pet+family)족이 늘어나면서 주거 환경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주상 복합 아파트의 경우 반려동물 산책로인 펫 존 pet zone을 필수로 설치하는가 하면, 펫 전용 출입문과 엘리베이터를 갖춘 반려동물 공동주택도 생겼다.







“아이가 생기면 아이만을 위한 공간을 따로 꾸미듯, 반려묘의 안전과 정신 건강을 위해서도 최소한의 조치가 필요하다.”



KB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18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4가구당 1가구가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다. 놀라운 것은 고양이를 2마리 이상 기르는 가구(30.9%)가 개를 2마리 이상 기르는 가구(13.8%)보다 많다는 사실이다. 참고로 미국은 애묘인 수가 애견인 수를 넘어선 지 오래다. 방송에 고양이 행동 전문가로 출연하며 ‘캣통령’이란 별명을 얻은 김명철 수의사는 핵가족화를 그 원인으로 꼽는다. 고양이는 개에 비해 손이 덜 가는 편이고, 좁은 환경에서도 반려인 한두 명이 보살필 수 있어 요즘 사람들에게 더 맞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려묘의 양육 환경에 대한 인식은 반려견에 비해 아직 부족한 게 현실이다. 고양이가 벽이나 소파를 발톱으로 긁거나 무기력하게 누워 창밖만 보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것은 환경으로 인한 스트레스에서 비롯한 경우가 많다. 무언가 불편하다는 신호를 끊임없이 보내는 것이다. 아이가 생기면 아이만을 위한 공간을 따로 꾸미듯, 반려묘의 안전과 정신 건강을 위해서도 최소한의 조치가 필요하다.

고양이는 개와 다르다. 혼자서도 시간을 잘 보내고 밥도 알아서 잘 먹는다. 그래서 언뜻 기르기 쉬워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고양이는 기본적으로 사냥꾼의 습성을 지닌 포식자다. 본래 야생에서 사는 고양이는 새, 양서류, 파충류, 포유류 등 작은 동물을 잡아먹는다.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재미 삼아 사냥하는 경우도 있다. 박스만 보이면 안으로 들어가는 습성도 야생에서 숨을 장소를 필요로 했던 과거의 습관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다. 또한 영역 동물인 고양이는 언제 어디서든 자신만의 배타적인 공간을 필요로 한다. 요컨대 고양이와의 원만한 동거를 위해서는 고양이의 야생성과 영역 동물로서의 본능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개의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최고의 방법이 산책이라면 고양이에게는 ‘사냥 놀이’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호기심 많은 고양이를 실내에서만 키울 경우, 집 안에만 있어도 즐겁고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첫째다.

이 책은 고양이의 기본 습성과 행동 양식 등을 체계적으로 습득한 동물행동학자와 건축 전문가가 함께 쓴 일종의 가이드북으로고양이의 습성과 양육 방법에 대해 전혀 모르는 초보 집사부터 고양이와 함께 살 집의 인테리어를 고민하는 프로 집사까지 모두 귀담아들을 만한 이야기가 가득하다반려동물의 주거 환경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세 명의 저자는 고양이를 완전히 길들이기는 쉽지 않지만공간 배치나 수납 방법 등을 연구하면 길들이기 쉬운 생활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고양이의 운동 공간이자 놀이 공간인 계단 모양의 캣 스텝은 높은 곳에서 사람을 차분하게 내려다볼 수 있어 고양이에게 마음의 안정을 준다. 집이 복층 구조일 경우 개방형 천장 부분에 캣 워크와 캣 스텝, 쉼터 등을 조합해 설치하면 고양이가 무척 좋아한다. 단층집이라도 거실 벽에 캣 스텝을 설치하면 상하 운동을 충분히 할 수 있다. 다만 이때는 캣 스텝의 간격과 기울기를 잘 조정해야 한다. 캣 스텝의 디딤판이 벽에서 튀어나오는 구조이기 때문에 너무 크면 사람의 활동에 방해가 된다. 일상 동선으로 쓰는 캣 스텝이라면 위아래 디딤판 간격은 200mm 정도, 기울기는 38도 정도가 적당하다. 캣 워크 중간에 상자 모양의 ‘고양이 쉼터’를 만들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고양이의 전력 질주를 억제시키는 동시에 캣 워크 위에서 자다가 떨어지는 사고도 방지할 수 있다.








고양이의 스크래치는 본능이므로 이를 못 하게 할 수는 없다. 스크래치에는 오래된 발톱의 외측 부분을 벗겨내는 일뿐 아니라 발톱을 자극해 기분을 전환하는 등 여러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때는 ‘유도’를 하는 편이 안전하다. 적절한 장소에 스크래처를 설치해 그곳에서 마음껏 긁게 하면 다른 곳을 상처 내는 일은 자연스럽게 없어진다. 단, 작고 가볍고 안정성이 떨어지는 스크래처는 기대만큼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고양이는 자신을 크게 보이기 위해서인지 과장되게 높은 곳을 긁으려는 습성이 있다. 그러니 되도록 튼튼하고 큰 스크래처 기둥을 만들어주자. 방 출입구나 눈에 띄는 모퉁이 등 장소의 성질이 바뀌는 곳에 설치하면 고양이가 잘 사용한다. 또한 대부분의 고양이는 잠에서 깨어나면 기지개와 함께 스크래치를 하므로 고양이가 주로 자는 장소에서 눈에 띄는 곳에 설치하는 것도 좋다. 거실 개방형 천장에 스크래처 기둥 두 개를 나란히 세워두면 장식물 역할도 톡톡히 한다.








고양이는 창문 주변을 매우 좋아한다. 멀리 내다볼 수 있는 창문은 고양이가 편안히 뒹굴 수 있도록 창틀을 넓게 만들어주는 것이 좋다. 이때 경치를 바라보거나 일광욕을 하는 등 계절이나 시간에 따라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여러 방향으로 창을 낼 것을 권한다. 햇볕을 쬐는 동시에 밖에 있는 사람들과 새, 풍경 등을 바라볼 수 있는 베이 창(돌출 창)은 고양이에게 최고의 거처다. 베이 창의 깊이를 300mm 정도 확보하면 고양이가 밖을 내다볼 수 있고 잠도 잘 수 있어 애용하는 장소가 된다.








고양이와 함께 사는 집은 항상 쾌적한 온도와 공기가 유지되도록 지붕, 외벽, 벽체 내부, 실내 벽면의 단열과 통풍, 환기 설계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고양이의 후각은 인간의 후각보다 상당히 발달해 있어 주인이 외출에서 돌아왔을 때 풍기는 냄새나 손님의 냄새도 분간한다. 집고양이는 길고양이의 냄새에도 민감하며, 외출에서 돌아온 주인에게 나는 다른 집고양이 냄새에 스트레스를 받는 고양이도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냄새 제거 기능이 있는 공기청정기나 24시간 환기 시스템을 설치하면 도움이 된다. 고양이에게 쾌적한 실내 온도는 20~26℃다. 단, 온도 자체만 중요한 게 아니다. 각 방의 온도 차이가 크지 않도록, 그리고 사람이 집에 있을 때와 없을 때 실내 온도가 급격히 변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주기적인 환기도 잊지 말 것. 복층 구조 등 천장이 높은 공간에 마련한 캣 워크는 1, 2층의 유리창을 통해 실내로 바람이 들어와 쾌적한 환경을 조성한다.




“고양이와 사람 모두 행복한 공간은 어떤 것일까? <고양이를 위한 집 만들기>는 말 못하는 고양이를 대신해 ‘고양이를 위한 집’ 설계를 위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강아지에 비해 고양이는 바닥재를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기본적으로 그 집에 사는 사람이 좋아하는 소재를 선택하되, 대리석 등 너무 딱딱한 소재만 피할 것. 원목 바닥재라면 신발을 신고 돌아다녀도 될 만큼 비교적 강도가 높은 것을 선택한다. 기본적으로 사람이 맨발로 걸어 다닐 때 기분이 좋은 것이 고양이에게도 좋다. 다만 고양이는 바닥이 미끄러운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이런 소재는 사용하지 않도록 한다. 이 점을 활용해, 고양이를 들이고 싶지 않은 장소에는 미끈거리는 소재를 사용하면 된다.








고양이 전용 문인 캣 도어를 미닫이문에 설치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사람이 문을 밀 때 마침 고양이가 캣 도어를 통과하려는 중이라면 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닫이문에 설치할 경우에도 유리 등을 넣어 문 건너편의 기척을 알 수 있게 해야 한다. 캣 도어에 의한 사고를 피하려면 문 옆의 벽에 설치하는 것이 좋다. 벽에 캣 도어를 설치할 경우 바닥에 딱 맞춰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바닥에서 높이 100mm 이내에만 설치하면 고양이가 수월하게 드나들 수 있다. 폭은 180mm 이상이면 되고, 높이는 고양이의 키(약 280mm)를 넘으면 좋다. 문에 설치할 경우 부드러운 폴리카보네이트 등의 연질계 소재를 사용하고, 문 건너편의 기척을 알 수 있게 반투명으로 마감한다.








고양이 화장실을 세면실 겸 화장실에 설치하면 환기가 쉽고 청소도 한결 간편해진다. 테이블 아래처럼 눈에 잘 띄지 않는 위치를 고르면 고양이가 마음 편히 배설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세면실을 깔끔하게 유지할 수 있다. 이때는 세제와 비누 등을 모두 수납장 안에 넣고 사용할 때마다 꺼내 쓰도록 한다. 고양이 화장실 위쪽으로 냄새가 확산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전용 환기 팬을 설치한다. 고양이용 환기 팬이 사람의 배설물 냄새도 없애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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