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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노마드, 친환경, 오가닉, 재생

삼륜차 위에 건축한 휴대용 주택

휴대용 주택 ‘솔로01’

Text | Kay B.
Photos | Arun Prabhu N G

사회적 거리두기는 조만간 끝나야겠지만, 무책임한 발전으로부터 거리두기는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다. 인도의 한 건축가는 땅을 소유한 자가 점점 더 줄어드는 세상에서 좁은 땅에서 충분히 자유로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왔다. 삼륜차 위에 폐금속 자재로 건축한 휴대용 주택 ‘솔로01’이 그 결과물이다.







아직 포스트 코로나를 얘기하기는 이르지만 전 세계 수십만 명이 코로나바이러스로 생을 달리하는 와중에 아이러니하게도 환경은 되살아났다. 중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5%나 감소했고, 베니스 운하에는 깨끗한 물이 흐르며, 브라질 해변에서는 멸종 위기 바다거북이 100개의 알을 낳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람의 발길이 끊긴 곳곳에서 잠깐의 휴지가 자연을 경이롭게 재생시켰다. 정말로 웃지도 울지도 못할 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만큼은 명확해 보인다. 지금도 실천 중인 ‘사회적 거리두기’처럼 무책임한 발전, 편의로부터 거리를 두어야만 한다는 사실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환경 운동을 역설하고 실천하던 사람들의 외마디 비명이 메아리처럼 되돌아오는 것만 같다. 국내를 대표하는 건축가 승효상 역시 언제나 ‘빈자의 미학’에 대해 힘주어 말하곤 했다. 단순히 빈곤한 자들을 위한 미학이 아니라 ‘빈자이고 싶은 사람, 돈이 있어도 절제할 줄 알고 겸손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을 위한 미학이다. 정신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건축이 필요하다는 것.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집에 대한 투기가 무절제한 건축물을 낳고 그 터에서 번잡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영혼까지 뺏기는 일을 빈번히 목격한다.








최근 인도에서는 빈자의 미학을 연상케 하는 1인을 위한 휴대용 이동식 주택이 등장했다. 인도 건축가 아룬 프라부 N G Arun Prabhu N G가 대중적 교통수단인 삼륜차에 건축한 1인용 집 ‘솔로01 SOLO 01’이 그것이다. 그는 디자인 스튜디오 더 빌보드 컬렉티브The BILLBOARDS® Collective를 설립해 미술, 건축,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에 관한 프로젝트를 두루 진행했다.

솔로01의 외관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빛나는 황금빛이다. 황금빛은 일찍이 인도에서 상업적 운송 수단에 자주 사용한 색이기에 솔로01의 대표 이미지로 낙점했다. 솔로01 뒤편에 달린 큰 문을 활짝 열면 내부가 훤히 보인다. 푹신한 침대 위에는 랩톱을 놓을 수 있는 테이블 겸 선반이 있고 그 옆으로 큼직하게 창문이 나 있다. 약 2㎡ 넓이에 높이는 약 1m인 협소한 장소에 부엌, 욕조, 화장실, 휴게실, 거실, 테라스까지 콤팩트하게 구성했다. 솔로01의 가장 큰 매력은 그 자체로 친환경적이라는 사실이다. 이곳을 짓는 데 쓴 주요 자재는 버스 차체나 철거하는 건물에서 버린 금속이라 내구성이 강하면서도 건축 비용이 저렴하다. 이뿐만 아니라 테라스에는 태양열 패널을 설치해 자력으로 물을 데우거나 난방을 할 수도 있다.

자신의 프로젝트를 소개해달라는 요청에 그가 보낸 메일에는 세계적 작가 마크 트웨인의 명언이 적혀 있었다. “땅을 사라. 더 이상 땅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 말이 현재 인도를 포함한 전 세계의 경제적 시나리오를 상징한다고 덧붙였다. 사람들은 전부 땅을 사는 데 혈안인데 더 이상 땅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작은 집에 사는 것이 당연해진 이유다. 아룬 프라부 N G는 유난히 협소 주택이 많은 인도에서 적은 예산으로 공간을 100% 활용할 수 있는 집을 짓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솔로01은 특정 지역에서 임시로 일하는 건설 노동자, 유목민, 자연재해로 집을 잃은 피난민부터 예술가와 여행자까지 활용할 수 있는 주택입니다. 미니멀리즘이라는 가치를 좇기보다는 그 자체로 완벽히 실용적인 집을 만들고자 했어요.”

- 아룬 프라부 N G -




이렇게 작은 집에서 그늘이 드리워진 라운지를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아룬 프라부 N G의 말에 따르면 솔로01에서 어느 하나 목적 없이 만든 공간이 없다. 아무리 작은 유닛이라도 편하고 유용하게 쓸 수 있도록 꼼꼼하게 설계했다. 한편 솔로01은 뒤편에 달린 집을 해체한 후 이동할 수 있어야 하기에 각 공간의 무게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균형을 유지하는 데에도 공을 들였다. 내부에 들어서면 화려한 외부와 달리 모노톤의 인테리어가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가 보내온 사진 중 하나에는 황갈색 초원이 드넓게 펼쳐져 있고 그 한가운데 솔로01이 멋지게 서 있는 모습이 있다. 또 다른 흑백사진은 황량한 길을 달리는 솔로01과 그 위로 자유롭게 비상하는 새를 포착했다. 혹자는 고독해 보인다 할지도 모르겠으나 그보다는 자신의 삶을 견고하고 비밀스럽게 이어가는 의연함이 엿보이지 않나. 다시 빈자의 미학 얘기로 돌아가서, 승효상 건축가의 책을 읽다 보면 독일 철학가이자 작가인 막스 피카르트를 자주 만나게 된다. 그의 대표작은 침묵의 진정한 의미를 끈질기게 추적하는 <침묵의 세계>이다.

코로나19에 대한 경계가 잦아드는 틈을 타 소위 ‘보복적 소비’를 위해 백화점으로 달려가는 사람들이 있다. SNS에 자랑스럽게 올릴 만한 ‘힙한’ 공간을 찾아 국경을 넘고 싶어 안달 난 사람도 많다. 멸종 위기 바다거북이 100마리의 새끼를 낳을 수 있게 만들었던 그 ‘쉼표’는 지구에만 소중한 게 아니다. 이번 팬데믹을 전후로 좁게는 내 집과 나의 동네가, 넓게는 삶의 태도가 어떻게 변화할지 숙고해볼 절호의 타이밍이다. 끝으로 그런 마음을 담아 막스 피카르트가 쓴 문장을 옮긴다. “침묵이 결여된 오늘날의 인간은 더는 변신할 수 없다. 다만 발전할 수 있을 뿐이다. 그 때문에 오늘날 발전이 그렇게 중시되는 것이다. 발전은 침묵이 아니라 우왕좌왕하는 혼란 속에서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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