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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오피스 시대의 DIY 사무실

보아노 프리슈몬타스의 조립식 사무실

미국 근로자의 64%가 재택근무를 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집의 사무화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주거 공간에 홈 오피스를 설치할 수 있는 조립식 주택 '프리패브prefab’의 인기도 뜨겁다. 건축 사무소 보아노 프리슈몬타스가 출시한 1칸짜리 조립식 모듈 오피스는 좁은 아파트나 주택에서 독립적 사무 공간을 마련하고자 하는 요즘 라이프스타일에 부합한다.

만약 당신의 집 마당에 독립된 사무실을 지을 수 있다면? 아파트 거실 한편에 소음이 들리지 않는 온전히 밀폐된 사무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면? 런던에 기반을 둔 건축 사무소 보아노 프리슈몬타스Boano Prišmontas의 DIY 오피스 ‘마이 룸 인 더 가든My Room in the Garden’은 마땅한 집무 공간이 없어 불편함을 겪는 이들에게 1평 남짓한 홈 오피스를 제시한다. 이들이 제작한 인스트럭션 영상은 당장이라도 주문에 나설 만큼 제작 과정이 쉽고 간편하다. 폭이 좁은 주택가 골목. 성인 남성이 본인 키만 한 목재 판을 하나씩 이어 붙여 순식간에 8각 기둥 형태의 개폐 가능한 구조물을 완성한다. 골목 방향으로 난 패널 가운데의 손잡이를 들어 올리면 스르륵 미끄러지듯 오피스 문이 열린다.

이 이동식 사무실은 조립식 목재로 제작한 만큼 집 정원, 골목, 심지어 옥상에도 다양한 크기와 형태로 설치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찍이 빛을 투영하는 가볍고 견고한 폴리카보네이트를 활용해 다양한 팝업 모듈을 제작해온 이들 스튜디오의 노력이 뉴 노멀 시대를 만나며 새로운 근무 공간을 제시하게 된 셈이다. 특히 전체 가구의 80% 이상이 정원이 딸린 영국의 특별한 주거 스타일에 적합한 DIY 오피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래의 작업 방식에 대한 답이다. 정원과 안뜰 공간을 활용한 아늑한 조립식 은신처로, 또 하나의 대안적 주거 공간이 되길 희망한다.”
- 조나스 프리슈몬타스, 보아노 프리슈몬타스 공동 대표 -

가장 작은 사무실은 면적 1.8m x 2.4m, 높이 2.5m로 영국에서 별도의 정부 허가를를 받지 않고 지을 수 있는 가장 높은 건축물이라 누구나 언제든 제작 가능하다. 모듈식 설계 방식이기 때문에 유닛(pods)을 추가하면 큰 공간도 가능하며, 재료와 도어 디자인 등도 선택 가능하다. 아파트 거실이나 정원, 옥상 같은 비교적 공간이 넓은 곳이라면 반투명 폴리카보네이트 소재로 된 미닫이식 도어가, 골목이나 제한된 자투리 공간이라면 상부로 들어 올리는 형태의 슬라이딩 도어가 적합하다.

하루 안에 제작 가능한 이 이동식 오피스는 이케아 가구 조립만큼이나 쉬우며 완벽한 이음매를 유지하기 위해 전 공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한다. 내부 공간은 나무의 홈과 결을 인테리어 요소로 십분 활용했다. 언뜻 협소한 공간에서 오는 답답함이 우려되지만, 목재로 마감한 사무실 내부는 생각보다 넓고 아늑한 느낌이다. 여기에 책상, 선반, 조명 등을 걸 수 있는 슬레이트 코너 섹션과 페그 보드peg board를 마련해 완벽하게 집과 밖, 경계선상의 독립된 오피스로 기능한다. 가격은 크기나 소재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기본 목재 DIY 홈 오피스의 경우 5000파운드 선에 주문 가능하다.

비대면 시대의 장기화로 홈 오피스에 대한 흥미로운 대안들이 나오고 있다. 집에서 사무와 운동, 요리, 식사, 공부 등 대부분의 생활을 해결해야 하는 ‘집의 멀티플레이 시대’에 숨겨진 단 1인치의 가치를 활용하려는 노력은 기발한 아이디어로 발화된다. 실제로 구글 검색창에 ‘Prefab home office(조립식 홈 오피스)’를 입력하면 언제고 배송 가능한 다양한 형태의 조립식 스튜디오가 검색된다. 아파트 안에 설치하는 ‘인도어 사운드 박스indoor sound box’, 마당에 설치해 언제고 아웃도어를 즐길 수 있는 ‘캐빈 글램핑cabin glamping’, 스튜디오 아파트 한쪽에 가림막을 세워 사무 공간을 마련하는 ‘스튜디오 셰드studio shed’ 등 기능은 조금씩 다르지만 주거 공간 속에 또 다른 라이프스타일이 가능한 ‘조립식 하우스’를 언제고 설치할 수 있다.

미국 <폭스>의 비즈니스 판은 이 같은 흐름에 다음과 같은 분석을 내놓았다. “휴식과 쉼의 공간인 집, 그 안에서도 완벽한 고립과 분리의 공간이 필요하다. 크기와 무관하게 온전히 일과 취미에 집중할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에 대한 바람은 더 많은 조립식 작업장을 낳게 될 것이다.” 공간에 변화를 주기 위해 가구와 인테리어 요소를 바꾸던 시대에서 나아가 이제는 구조와 틀 자체를 바꾸는 흥미로운 시점에 도달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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