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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애호가의 집

클레이턴 코트 외

Text | Anna Gye
Photos | Clayton Korte, Sommi Wine Cellars, Winecab

코로나19 장기화로 집에서 술을 즐기게 되자 와인 애호가들에게 고민이 생겼다. 와인 냉장고 말고 집 안에 수백 병의 와인을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와인 저장고를 만들 수 없을까?
사람들을 초대해 와인을 즐기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홈 라운지를 꿈꿀 수는 없을까? 와인 애호가의 이런 고민에 건축가, 인테리어 디자이너, 기술자가 응답했다







미국 건축 사무소 클레이턴 코트Clayton Korte의 프로젝트 팀은 미국 텍사스힐 지역에 위치한 와인 애호가의 집 뒤에 있었다. 뒤편 산책로 끝에는 커다란 산이 자리했다. 클레이턴 코트는 건축가 브라이언 코트Brian Korte에게 와인 4000병을 보관할 수 있는 저장고와 가족, 친구들과 함께 와인을 즐길 수 있는 조용한 라운지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브라이언 코트는 석회암 덩어리로 이루어진 산에 동굴을 만들 계획이었다. 석회암 동굴은 와인 저장고로 최적인 습도 50% 이상, 온도 10~15℃를 사시사철 유지하는 최적의 장소다.

 

프랑스 샹파뉴 지역에는 자연 동굴뿐만 아니라 석회석을 채굴하고 남은 깊고 큰 동굴이 많은데 와이너리들이 이런 동굴을 찾아 2~4년간 와인을 숙성하고 품질 좋은 와인을 보관한다. 특히 석회석 토양은 포도의 산미를 증가시켜 품질 좋은 샴페인을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프랑스에는 집집마다 와인을 보관하기 위해 따로 마련한 카브cave라는 저장소가 있다. 반지하 공간을 활용하는데 와인을 눕혀 보관할 수 있도록 나무 선반을 설치해놓았다. 아파트 같은 곳에서는 여러 층이 하나의 카브를 공유하기도 한다. 부동산 사이트에서 카브를 임대할 수도 있는데, 그 중에는 실제 동굴도 있다.







 

이 프로젝트를 이끈 브라이언 코트는 와인 저장고로 석회암 동굴의 장점은 최대한 활용하되 와인을 즐기는 라운지 바 기능을 위해 세련된 디자인과 안전 요소에 중심을 두었다. 와인이 아닌 사람을 위한 공간, 즉 집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동굴이지만 어둡지 않고 편안한 분위기를 원했다. “이를 위해 두 가지 건축 방법을 활용했어요. 첫 번째는 3D 스캐너로 울퉁불퉁한 동굴 내부를 측정해 정확한 크기의 나무 틀을 만드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석회암 동굴 내부가 무너지지 않도록 입구부터 시멘트 마감을 하고 주변 조경과 잘 어우러지도록 한 것이죠.” 완성된 공간은 마치 유리병에 담긴 모형 배처럼 석회암 동굴 안에 나무로 만든 집이 쏙 들어가 있는 형태다.










나무 틀은 입구와 가까운 쪽부터 바 의자와 테이블이 있는 테이스팅 룸, 4000병의 와인을 눕혀 진열할 수 있는 선반, 습도와 온도는 물론 빛까지 피할 수 있는 저장고로 나뉜다. 벽은 일부 뚫려 있고 일부는 나무 조각이나 시멘트 벽으로 채워져 있다. 시멘트 벽은 석회암과, 문과 선반 그리고 오래된 앤티크 테이블은 산을 빼곡하게 채운 나무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와인 애호가에게 와인은

대화의 수단입니다.”

 



중요하게 고려한 것은 자연 동굴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었어요. 이곳은 와이너리가 아니라 집이니까요. 비밀스럽고 은밀한 느낌이 필요했죠. 산을 깎고 돌출된 형태로 입구를 드러내기보다 산의 곡선을 그대로 살려 건축물을 감추고 일부러 불규칙적인 석회암 바위를 입구에 그대로 두었어요. 산책하다가 와인과 만나는 셈이죠.” 브라이언 코트는 이 방식을 아파트에도 얼마든지 적용할 수 있다고 한다. 커뮤니티 시설로 아파트 지하 공간에 카브를 만들고 함께 공유하는 식으로 말이다. 별도 건물을 만들고, 16세기에 이탈리아나 프랑스에서 정원을 장식하려는 목적으로 만든 석굴(grotto) 건축양식을 응용할 수도 있다. 와인 한잔이 절로 생각나는 멋진 풍경을 품은 펜트하우스에 와인 저장고와 라운지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저장고는 밀폐 공간으로, 라운지는 야외 공간으로 풀어낼 수 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는 보다 현실적인 접목을 제안한다. 미국의소미 와인 셀러Sommi Wine Cellars는 집 내부 공간에 따라 와인 저장고를 맞춤식으로 제작한다. “계단 아래 공간은 창고로 사용하죠. 그러나 온도·습기 조절 장치만 있다면 훌륭한 와인 저장고가 될 수 있어요. 요즘 와인을 즐기는 장소로 가족의 다이닝 공간이 홈 파티 공간으로도 사용 된다는 점에서 디스플레이 요소를 첨가할 수 있죠.” 1900년대에 지은 농가. 집주인은 계단 아래 빈 공간을 와인 저장고로 변신시키면서 오래되고 낡은 집의 질감과 닮은 느낌이 구현되길 원했다.

 

와인캡 오너인 마크 차니Mark Chaney수백 병의 와인을 관리한다는 것은 와인 프로필을 모두 기억해야 하는 일이죠. 어떤 음식과 마리아주하면 좋은지 레스토랑 소믈리에처럼 제안해줄 수 있는 인공지능 기능을 떠올렸어요. 로봇이 와인 레벨을 스캔해 정보를 제공하고 와인을 추천해주죠. 스마트폰으로도 정보를 받을 수 있어요. 와인 애호가는 본인이 직접 즐기지 않고 투자로 와인을 구입하기도 하죠. 와인캡은 얼굴 인식이 가능해 와인별 잠금 기능을 설정할 수 있어요라고 말한다. 통유리 너머로 로봇 팔이 부드럽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는 것도 흥미롭다. “부엌 시스템 가구처럼 주방에 설치할 수도 있지만 창이 있는 라운지가 더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와인 애호가에게 와인은 대화의 수단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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