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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아파트를 위한 똑똑한 디자인

우소스 아키텍츠의 마드리드 아파트

Text | Young eun Heo
Photos | Impresiones Cotidianas, Imagen Subliminal

코로나 시대, 집의 역할이 점점 확대되고 있지만 대도시의 소형 아파트가 이를 모두 수용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스페인의 건축 스튜디오 우소스 아키텍츠는 커튼과 조명이라는 간단한 인테리어 소품과 선반 시스템, 이동식 가구 등을 이용해 거주자의 생활 패턴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집을 설계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코로나19 이후 집은 일상의 피로를 덜어내는 휴식처이자, 취미를 즐기고 공부도 하는 자기 계발의 장소이며, 일하는 업무 공간이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자연스럽게 공간 설계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정된 면적에서 일상생활부터 업무까지 해내려면 어떻게 공간을 설계해야 할까?’는 코로나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가 품게 되는 질문이다.


 

상대적으로 집 면적이 좁을 수밖에 없는 대도시에 사는 사람이라면 이 질문에 깊이 공감할 것이다. 30㎡가 살짝 넘는 공간에서 잠도 자고, 일도 하고, 밥도 먹고, 취미도 즐겨야 한다. 효율적인 인테리어로 해결할 수도 있겠지만 생활에 기본으로 필요한 가구와 가전제품을 채워 넣으면 겨우 사람 한 명 앉을 수 있는 공간만 남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자신의 생활 패턴에 맞춘,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집을 꿈꾼다. 스페인과 콜롬비아에서 활동하는 건축 스튜디오 우소스 아키텍츠Husos Architects’는 몇 가지 인테리어 소품과 가구로 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고 거주자의 생활 패턴에 맞는 집을 설계했다.



 

건축가는 다양한 옵션이 가능한 시스템을

제공할 뿐, 평소 생활 방식에 따라 집을 설계해나가는

것은 그 집에 사는 사람입니다.”

- 우소스 아키텍츠, 건축 스튜디오 -



 

스페인 마드리드 라바피에스에 위치한 이 아파트의 집주인은 뮤지션이자 행위예술가라는 독특한 직업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평소에도 음악을 연주하고 공연 연습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43㎡밖에 안 되는 아파트에 연습 공간까지 마련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 그런데 건축가는 아파트 전체를 둘러싸는 철제 선반 시스템을 개발해 설치하고 커튼으로 이를 가렸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벽 전체를 둘러싼 선반은 스피커 받침대, 바이닐 레코드 보관함, 벽걸이용 기타 선반까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좁을수록 수납공간이 많아야 한다는 법칙은 이곳에도 적용된다.

 






 

선반을 가려주는 반투명한 은색 커튼은 이 집의 한 끗으로, 시선을 정리해주는 동시에 공간을 분리하는 역할도 한다. 그리고 집을 상상도 못 할 공간으로 변신시킨다. 커튼을 치면 한순간 거실이 연습장 혹은 무대가 되며 영상 스튜디오도 된다. 단순한 인테리어 소품인 커튼이 집에 이야기와 개성을 부여하는 장치가 되었다.

 






 



이런 변화를 증폭시키는 건 조명이다. 건축가는 일반 가정집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붉고 파란색 조명을 설치했다. 이는 집주인의 직업을 고려한 선택으로, 다채로운 조명 색깔 덕분에 집이 공연 무대로 변신한다. 게다가 조명 불빛이 반투명한 은색 커튼과 만나면 광택과 투명도가 달라져 또 다른 분위기가 연출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조명들이 대걸레받이, , 깔때기, 과즙기 등 생활용품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이 아파트의 목표 중 하나는 지속 가능성으로, 리모델링할 때 발생하는 건축 폐기물을 최소화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건축가는 욕실과 부엌 등 최대한 기존 요소를 유지했다. 특히 부엌은 잘 작동하는 냉장고까지 포함, 90%를 그대로 두었다. 대신 지금의 심미안으로는 아름답지 않은 요소, 즉 가짜 목재 마감재와 네오 로맨틱 스타일 손잡이 등은 페인트칠해서 촌스러움을 살짝 가렸다.

 








 

유연적인 공간 구축과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건축가의 태도는 가구로 이어진다. 폐목재로 만든 테이블과 소파에는 바퀴를 달아 이동이 자유롭게 했다. 이동식 가구는 공간을 효율적이고 유연하게 사용하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집에 손님이 오는 날에는 침대와 소파를 붙여 여러 명이 편하게 앉을 수 있는 친목 도모의 공간으로 변신시킬 수 있다. 이것은 때때로 집주인의 연주와 공연을 보는 객석이 되기도 한다.

 


우소스 아키텍츠가 설계한 마드리드의 아파트는 쉽고 간단한 방법으로 좁은 집도 거주자의 생활 패턴에 맞는 공간으로 얼마든지 변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작은 집에 한숨 짓던 누군가에게는 돌파구가 있다는 희망을 주는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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