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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노마드, 라이프스타일, 친환경

워케이션을 위한 안데스산맥의 오두막

아라차이 캐빈

Text | Young Eun Heo
Photos | JAG Studio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안데스산맥 깊숙한 곳에 작은 오두막 한 채가 들어섰다. 넓은 창을 통해 탁 트인 안데스산맥의 풍경을 볼 수 있고, 밤에는 지붕에 뚫린 창으로 쏟아지는 별을 감상할 수 있다. 더 놀라운 건 이 모든 풍경을 일하면서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건축가 하비에르 메라 루나Javier Mera Luna, 레슬리 비야그란Lesly Villagrán, 마리아 베아트리스 몽카요María Beatríz Moncayo는 안데스산맥의 해발 4000m에 오두막 한 채를 지었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조용히 쉬고 싶은 사람을 위한 프라이빗 산장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아니다. 광활한 산 중앙에 위치한 이 오두막은 팬데믹 이후 부상하고 있는 워케이션 workcation’을 위한 공간이다.








복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원하는 장소에서 업무와 휴가를 동시에 소화한다는 워케이션은 최근 급부상한 라이프스타일이다. 재택근무의 효율성과 원격 업무의 가능성을 파악한 기업들은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지친 직원들에게 워케이션을 권장한다. 이에 힘입어 호텔과 리조트도 워케이션 전용 패키지를 출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워케이션이 여행 산업은 물론, 호텔과 리조트의 공간을 변화시키고 주거와 업무 환경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 예상한다.




자연과의 만남은 긴장을 풀어줄 뿐만 아니라

생산성, 창의성을 높여주고 산만했던 정신을 회복시킨다.”

<영국 워크라이프> 기사 중




3명의 건축가가 설계한 아라차이 캐빈Arrachay Cabin’은 워케이션 공간을 한발 빠르게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워케이션은 주로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자연 속의 고립된 지역에서 이뤄진다. 안데스산맥에 위치한 아라차이 캐빈은 위치적으로도 워케이션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아라차이 캐빈에서 작업실이자 식당이 되는 긴 테이블 앞쪽에는 안데스산맥의 전경을 볼 수 있는 널찍한 창이 나 있다. 도시에서 보기 어려운 탁 트인 풍경은 답답한 머리를 쉬게 해준다. 테이블 왼편, 소파 겸 간이침대가 놓인 공간에도 가로로 긴 창이 뚫려 있다. 여기서는 안데스 숲을 가까이 볼 수 있다. 만약 오두막 안에서 보는 풍경으로는 부족하다 느낀다면 오두막 바깥에 설치한 야외 욕조에서 자연을 마음껏 느끼며 피로를 풀어도 좋다.



워케이션은 단순히 휴식을 취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일상적인 환경에서 빠져나와 일과 휴식의 균형을 맞추고,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노력으로 봐야 한다. 그 때문에 한 달 살기처럼 장기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아라차이 캐빈 역시 장기 투숙을 위한 시설이 갖춰져 있다. 부엌과 욕실은 물론, 2층에는 더블 침대도 마련되어 있다. 25㎡라는 좁은 공간에 생활을 위한 기본 시설을 갖춰야 했기 때문에 건축가는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설계했다.










아라차이 캐빈이 위치한 해발 4000m는 기후 변화가 심하다. 건축가는 급격한 기온차와 변덕스러운 날씨에 대비해 특별히 단열에 신경 썼다. 하지만 오두막이 주변의 아름다운 환경에 해가 되지 않기를 바랐다. 단열과 친환경이라는 문제는 쌀로 만든 섬유로 단열재를 직접 제작함으로써 해결했다. 쌀 섬유의 열 특성을 활용한 단열재는 탄소 발자국을 줄여 아라차이 캐빈 근방에 위치한 에콰도르 다울 지역의 사회, 환경,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



우리가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이유는 둘 다 잘해내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워케이션이라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은 점점 더 깊이 뿌리내릴 것이며, 그를 위해 특별히 디자인한 공간도 지속적으로 등장할 것이다. 이런 면에서 안데스산맥의 아라차이 캐빈은 의미 있는 시도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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