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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도시, 코리빙

크리에이터를 위한 새로운 리빙·워킹 스페이스

크리에이터 타운

Text | Sanghee Oh
Photos | 박순애(스튜디오 수달), 로컬스티치

도시 창작자들을 위한 코워킹 & 코리빙 스페이스를 선보였던 로컬스티치가 최근 오픈한 크리에이터 타운 을지로는 ‘제2의 집’을 슬로건으로 삼고 도시 주거 형태의 또 다른 모델로 포지셔닝했다. 그동안 로컬스티치가 진행해온 네트워크의 거점이자 커뮤니티 공간, 여기에 거주지로서의 역할을 집약한 곳이다.





2층에 위치한 '굿스티치데이 레스토랑' / © soonae park(studio soodal)




1인 가구의 증가, 반려동물과의 삶, 경제적 혹은 물리적 환경의 변화 등에 따라 최근 주거 공간의 형태가 다양하게 변하고 있다. 커뮤니티와 프라이빗 공간이 공존하는 집합 주거가 등장하는가 하면, 직업군이나 성향이 비슷한 이들이 모여 살아가는 모델도 생겨나고 있다. ‘내 집보다는 내 공간에 대한 니즈가 더 커지면서 그 안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곳에서 각자의 삶이 얼마나 풍요로울 수 있는지 등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도시 창작자들을 위한 코워킹 & 코리빙 스페이스를 선보였던 로컬스티치지난 716번째 오픈한 크리에이터 타운 을지로 그런 의미에서 도시 주거 형태의 또 다른 모델로 포지셔닝했다. 크리에이터 타운이라는 이름의 플래그십 하우스는 그동안 로컬스티치가 진행해온 네트워크의 거점이자 커뮤니티 공간, 여기에 거주지로의 역할을 집약한 곳이다.





거주 공간 세팅. 벽과 수납에 신경 썼다. 크리에이터 타운 을지로의 가구 제작은 제로랩과 협업했다. / © local stitch 




을지로의 오래된 치선호텔을 리모델링한 것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최근 문을 닫는 호텔이 많아지고, 이에 따라 호텔이 주거 공간으로 바뀌는 움직임에 비춰 크리에이터 타운의 리모델링은 더욱 주목할 만하다. 크리에이터 타운 을지로는 총 150개 객실에 주거 공간을 네 가지 타입으로 개조해 단기, 장기 거주지 혹은 작업실, 사무실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크리에이터 타운 을지로가 세컨드 하우스, 2의 집’을 슬로건으로 삼은 것 또한 이런 이유다. 누군가에게는 살아가는 공간, 누군가에게는 주말 작업실이기도 하고, 혹은 협업을 위한 공유 공간이 될 수도 있다. 여기에 커뮤니티 라운지부터 피트니스 센터, 로컬 레스토랑도 갖춰져 있다. 크리에이터 타운 안에서 먹고 자고 일하고 협업하는 가운데 다양한 시너지가 일어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18층 라운지에 설치한 조명 협업 작품으로 한국과 일본 작가들이 참여했다. 조명 몸체는 제로랩과 협업했다. / © local stitch 




크리에이터 타운에서 거주 공간의 주요한 특징은 유연함이다. 특히 집을 더 이상 한 곳에 오래 머무르며 살아야 할 곳으로 여기지 않는 젊은 세대에게는 나의 공간이 안락한 거주 공간 이상의 의미를 갖지 않는다는 점도 주요한 요소였다. 기존 호텔 객실이 지닌 한계점도 있었겠지만 짐을 많이 둘 수 있는 공간 대신 벽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수납공간을 많이 둔 점도 인상적이다. 책꽂이나 선반, 무언가를 자유롭게 걸 수 있는 타공판 등을 활용해 입주자가 원하는 형태로 벽을 구성하도록 의도했다.





© soonae park(studio soodal)




주거 브랜드 자체도 중요한 정체성이 된 현재, 특히 크리에이터 타운 을지로는 오픈 전부터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일러스트레이션을 통해 아이덴티티를 전개했다. 김민석 일러스트레이터는 누구나(심지어 외계인까지) 창작자가 될 수 있는 곳이라는 메시지를 유쾌하게 표현했다. 을지로 한복판에서 눈에 띄는 이 재치 넘치는 일러스트레이션만으로도 이곳의 분위기와 성격이 짐작된다. ‘없던 탱크도 만든다.는 을지로에 위치한다는 점에서도 로컬스티치가 추구하는 창작자, 크리에이터를 위한 삶의 공간에 더없이 들어맞는다.



크리에이터 타운은 오픈 직후부터 라운지 층에서 한국과 일본 작가들과 협업한 조명 컬렉션 전시를 전개하는가 하면, 작가 플랫폼 야드와 협업한 작가의 방 객실, 도쿄와 한국의 문화 매개자로 활동하는 도쿄 다반사와 함께한 LP 라운지 공간 등을 선보였다. 누구나 원하면 작가의 방 객실에 머무르며 원하는 작품을 구매할 수도 있고, LP 라운지에 홀로 혹은 지인들과 모여 셀렉션된 음악을 직접 턴테이블로 들을 수도 있다. 출입이 자유로운 18층 라운지에서는 여러 작가들의 조명과 컵 등 작품을 감상하고 구매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결이 비슷한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얻는

시너지는 단순 거주가 아닌 삶에 영감을 주는

공간, 커뮤니티, 지역의 역할을 더욱 강조한다.




여러 전시와 콘텐츠를 통해서도 느낄 수 있듯 크리에이터 타운 을지로가 내세우는 건 창작자들과의 다양한 협업이다. 디자이너든 작가든 요리사든 공방 운영자든, 아니면 직장인이든 관계없다. 크리에이터 타운이 말하는 창작자는 새로운 일을 모색하는 사람, 자신이 하는 일에서 시너지를 얻고 싶은 사람 모두를 뜻한다. 크리에이터 타운 을지로는 멤버가 아니더라도 18층 라운지를 비롯해 2층 로컬 레스토랑, 1층 카페, 지하 1층 필라테스 학원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자유롭게 오가며 공간이나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스태프부터 멤버들, 공간이 지닌 유쾌한 아이덴티티를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크리에이터 타운은 단순한 거주가 아닌 삶에 영감을 주는 공간, 커뮤니티의 공간으로서 더 큰 역할을 한다. 더불어 결이 비슷한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얻는 시너지는 일상의 원동력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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