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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와 집을 편집하다

북스+코토바노이에

Text | Angelina Gieun Lee
Photography | Books+Kotobanoie

미국의 시인이자 사상가인 R.W. 에머슨은 주변에 닮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무슨 책을 읽는지부터 알아봐야 한다’고 했다. 상대방의 취향과 관점을 들여다볼 거울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책을 한데 모은 공간은 취향과 관점을 한데 모아 새로운 해석을 가미했기에 눈여겨볼 만하다.




일본 효고현 니시가와 兵庫県川西市에는 자신의 자택 공간을 활용해 월 2회 예약제 서점 ‘북스+코토바노이에 Books+Kotobanoie’를 운영하는 곳이 있다. 운영자 카토 히로히사 加藤 博久의 취향과 관점이 녹아든 집이다.








북스+코토바노이에를 시작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코토바노이에’란 일본어로‘언어의 집 言葉の家’으로 책의 상위 개념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 이유도 말씀해 주세요.

(카토 히로히사, 운영자) 사실 서점은커녕 집을 지을 계획도 없었어요. (웃음) 우연히 알게 된 건축가 야베 타츠야 矢部達也와 이야기를 나누다 재미 삼아 언어 혹은 텍스트만으로 이루어진 가상의 집을 한번 지어보면 어떨까 호기심이 발동해서 추진한 프로젝트였죠. 언어의 집을 의미하는 일본어 ‘言葉の家’를 로마자로 표기한 것이 코토바노이에이고요. 이후 건축가의 설계안을 받아들여 2006년 집을 짓고, 제가 평소에 좋아하던 책들로 책장을 채웠습니다. 집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것 이외에도 좋은 경험을 하게 해 주는 곳이었으면 해서 집과 책 그리고 콘텐츠와 경험을 더한다는 의미로 ‘Books+Kotobanoie’라고 이름 지었고요. 2007년 이후 예약제 헌책방으로 시작했는데, 2013년부터는 월 2회 예약제 운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월 2회로 제한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막상 서점을 시작해 보니 책 판매만으로는 생활할 자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이전부터 해오던 수입 자동차 판매 일을 병행할 수 있게 집을 활용해야 했습니다. 점차 호텔이나 카페, 미용실 등에 북 큐레이션 요청도 오면서 업무를 볼 시간이 더 필요해지며, 외부에 오픈하는 것은 월 2회 정도가 적당하다고 판단하게 됐고요.







어떤 종류의 책을 구비해 놓으셨나요?

한마디로 표현하긴 쉽지 않지만 ‘아름다운 책’을 고르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외적인 디자인과 콘텐츠가 잘 어우러져 소위 ‘좋은 아우라를 풍기는 책’을 고릅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저의 관점과 감성에 따른 것이죠. 일종의 다양한 아이템을 모아 새로운 아이템으로 만들어내는 일인 셈입니다. 이러한 책이 있는 집에서 좋은 경험을 했으면 합니다. 그 안에서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나는 것도 흥미롭겠지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인연이 있듯이 사람과 책 사이에도 인연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인연을 맺기 위해 ‘마주하는 순간 出会いがしら’이 우리 집에 찾아오는 분들에게 있기를 바라고요. 다만 제가 개인적으로 아끼는 책 50여 권 정도는 판매하지 않는 책으로 따로 분류해놓고 있어요. (웃음)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인연이 있듯이 사람과 책 사이에도 인연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인연을 맺기 위해 ‘마주하는 순간 出会いがしら’이 우리 집에 찾아오는 분들에게 있기를 바라고요."




책에 둘러싸여 지내는 집’이란 본인에게 어떤 의미를 주나요?

‘기나긴 여행 끝에 돌아갈 수 있는 곳’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같은 집이 더라도 영어로는 하우스 house 또는 홈 home이라고 달리 표현할 수 있습니다. 하우스가 물리적 공간의 개념이라면, 홈은 되돌아갈 수 있는 곳으로의 의미를 포함하죠.저는 가능하면 삶을 여행하듯 살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여행도 ‘돌아갈 집’이 있을 때 즐겁기 마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집에는 디자인이 도드라지는 것보다 꼭 필요한 것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집을 지을 때 ‘지나치게 멋지지도 촌스럽지도 않되, 담백하고 은근한 멋이 있는 공간’으로 콘셉트를 잡은 것이죠.









“좋아하는 것에 둘러싸여 지내면 당연히 행복합니다. 저에게는 책이 행복을 주는 존재이죠.

그래서 집을 지을 때 제가 행복하게 지낼 수 있고,

찾아오는 분들도 저와 같은 경험을 함으로써 일상으로 되돌아갈 에너지를 얻도록 하고 싶었어요.”




책보다 디지털 기기에, 텍스트보다 이미지에 의존도가 높은 요즘과는 사뭇 다른 행보입니다.

좋아하는 것에 둘러싸여 지내면 당연히 행복합니다. 저에게는 책이 행복을 주는 존재이죠. 그래서 집을 지을 때 제가 행복하게 지낼 수 있고, 찾아오는 분들도 저와 같은 경험을 함으로써 일상으로 되돌아갈 에너지를 얻도록 하고 싶었어요. 책이란 사람의 기억을 담아 둔 캡슐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열어볼 수 있잖아요.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새로운 기기가 아무리 등장한다 해도 과거를 재생할 수 있는 장비와 전원이 없으면 무용지물이겠죠. 가장 원시적 형태로 보이는 책이 그런 것들을 위해 역설적으로 가장 앞선 대상일 수 있는 이유입니다. 콘텐츠와 콘텐츠를 담는 그릇의 일체화된 매개체로 책 이상의 것은 아직 없는 것 같네요.



자신만의 집을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조언해 주신다면요?

집은 혼자서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해요. 좋은 집을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좋은 장소를 찾아줄 수 있는 사람,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디자인해줄 사람 그리고 디자인에 따라 제대로 시공해줄 수 있는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 내 생각을 잘 전달하는 데에서부터 집을 만드는 일을 시작할 수 있죠. 결국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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