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의 자연과 공생하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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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오가닉, 친환경

에콰도르의 자연과 공생하는 집

에콰도르의 가든 하우스

Text | Young Eun Heo
Photos | JAG Studio

생태학을 전공한 호세는 에콰도르의 원시적인 자연과 경계가 없는 집을 꿈꿨다. 건축 스튜디오 알 보르데와 함께 주변의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지은 집, 가든 하우스는 이곳이 집인지 정원인지, 아니면 정원이 있는 집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자연과 하나가 되는 공간이 되었다.








에콰도르 시골집의 울타리는 살아 있다. 울타리 재료인 나무를 죽이지 않고 땅에 뿌리를 묻어 계속 자라도록 하기 때문이다. 가지치기를 한 나무는 시간이 지나면 새싹이 돋고 잎이 나며 점점 자라난다. 집주인은 시기에 맞춰 주기적으로 가지치기만 해주면 된다. 에콰도르 북부 코차스키 유적지에는 기원전 5세기에 지은 집이 복원되어 있다. 집 중앙에 서 있는 4m 크기의 나무는 기둥이 되어 벽과 지붕을 받쳐준다. 그리고 나무와 벽, 지붕은 용설란으로 만든 식물성 섬유 끈으로 묶여 고정되어 있다.





Casa jardin Garden house / ©JAG Studio




건축 스튜디오 알 보르데Al Borde는 주변의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집을 짓고, 그 재료의 생명을 죽이지 않는 에콰도르 특유의 주거 양식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덕분에 자연주의자 호세Jose의 라이프스타일에 딱 맞는 자연과 공생하는 집이 탄생했다.




지역 특색이 담긴 건축물을 보며 자연에서

태어난 건축물은 살아 있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 알 보르데, 건축 스튜디오 -




우선 건축가는 호세의 집 마당에 4개의 살아 있는 나무 기둥을 세웠다. 기둥이 된 나무는 레체로Lechero’라고 불리는 고무나무를 선택했다. 이 나무는 지붕과 연결된 폴리카보네이트 캐노피를 지지해 마당에 널찍한 휴식 공간을 만들어준다. 기둥이 된 레체로 나무는 현재 새싹이 돋아날 정도로 잘 자라고 있다.



집주인 호세의 간결한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집 내부는 단일 구조로 설계했다. 직사각형 형태의 집에는 침실, 서재, 주방, 드럼 연주실이 일자로 놓여 있다. 앞마당과 연결된 큰 유리창을 통해 언제든지 주변의 자연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주방은 노천카페처럼 마당과 연결되는 바 테이블과 의자를 두어 휴식을 취하거나 가족, 친구와 함께 자연을 느끼며 대화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Casa jardin Garden house / ©JAG Studio










가든 하우스에서 제일 눈에 띄는 점은 화장실과 샤워실이 외부에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용변을 보거나 씻기 위해서는 마당을 가로지르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그런 화장실과 샤워실은 불편한 점이 하나 더 있다. 화장실 벽은 사면이 모두 투명한 유리로 되어 있고, 샤워실은 온실 안에 있다. 개인의 은밀한 행위가 자연과 제일 가까운 곳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일반적인 화장실과 욕실 형태에 익숙한 사람은 식겁하겠지만, 알 보르데가 이러한 구조를 디자인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호세는 화장실에서 보내는 시간을 의식적으로 생각한다. 건축가는 호세의 가치관을 존중해 그가 중요한 시간을 자연 속에서 보낼 수 있도록 유리 벽을 세운 것이다. 다행히 호세의 집은 이웃과 멀리 떨어져 있어 외부 시선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Casa jardin Garden house / ©JAG Studio



Casa jardin Garden house / ©JAG Studio




자연과 공생하는 집이 되기 위해 가든 하우스는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나무 막대기와 방수 천, 흙과 나무로 제작한 타일로 지붕을 덮고, 레체로 나무 기둥을 세우기 위해 파낸 흙으로 벽돌을 만들어 벽을 세웠다. 그리고 생태학을 전공한 호세가 직접 개발한 상하수도 시설을 설치했다. 화장실과 주방에서 배출되는 오수는 붉은 줄지렁이를 이용한 친환경 필터로 정화되고, 샤워실에서 배출되는 중수는 파피루스로 만든 식물성 필터로 정화된다. 이렇게 여과된 하수는 온실과 정원에 있는 꽃과 나무의 관개수로 사용된다. 이 외에 호세가 생활하면서 발생하는 유기 폐기물은 퇴비로 전환되어 정원에 뿌려진다. 이렇게 자란 정원의 야생 식물은 곤충과 새를 유인해 전염병의 위협을 제어할 수 있는 장치로 작용한다.








좋은 집은 사는 사람의 가치관과 생활 방식을 반영한다. 여러 가지 불편함은 있지만, 가든 하우스는 자연주의적 삶을 추구하는 집주인의 라이프스타일이 고스란히 느껴진다는 점에서 좋은 집이라고 할 수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집 일부분이 자라고, 자연에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있는 그대로의 풍경을 느낄 수 있는 집. 우리가 사는 지구와 다양성을 위해서 이런 독특한 집이 좀 더 많이 생겨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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