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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공동주택, 반려동물, 홈데코

고양이와 함께 짓는 집

책 <가가묘묘>

Text | Kay. B
Photos | 공간서가 제공

햇빛이 잘 드는 곳, 난방이 잘되는 바닥, 공간을 훤히 굽어볼 만한 꼭대기. 당신이 애묘인이라면 고양이가 사족을 못 쓰는 공간임을 단박에 눈치챘을 것이다. 사람과 고양이가 평화로운 관계를 맺으면서 서로가 좋아하는 공간을 집에 들이는 방법에 대해 책 <가가묘묘>를 통해 살펴봤다. 고양이처럼 세심한 기획과 기록이 돋보인다.





ⓒ노경




고양이와 예술가는 오랜 시간 친밀한 관계였다. 피카소, 앤디 워홀, 살바도르 달리, 마크 트웨인, 헤르만 헤세 등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친 많은 화가, 작가들이 고양이의 충성스러운 집사였다. 우아한 몸짓과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는 태도, 이모저모 뜯어볼수록 아름다운 생김새 등 고양이의 매력에 푹 빠진 예술가들은 고양이를 향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동물 행동 전문가 워런 엑스타인은 태초에 신은 인간을 창조했으나 너무 맥없이 있기에 고양이를 선물했다고 말했으며 영국 문호 찰스 디킨스는 “고양이에게 사랑받는 것보다 더 큰 선물은 없다”고 말했다.




쉼보다 일에 매여 있던 부부는 고양이들과

지내면서 잘 쉬는 방법을 배우게 됐다.




예술가는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고양이의 매력에 빠지고 있는 추세다. 1인 가구 증가로 상대적으로 독립적 성향을 지닌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삼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다. 특히 고양이에 대한 사랑이 오래전부터 각별했던 일본의 경우, 고양이와 함께 사는 집만 전문적으로 설계하는 건축 사무소가 있을 정도다. 고양이 관련 물품 시장의 규모는 20조 원으로 엄청나다. 애묘인들의 공통점이라면, 어떻게 하면 고양이의 눈길을 한 번이라도 더 받을 수 있는지, 고양이와 평화롭게 동거할 수 있는지 나름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것. 그중에서도 고양이와 함께 사는 집, 공간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면 최근 공간서가에서 나온 <가가묘묘>를 세심한 안내서로 삼기에 충분할 것이다.





ⓒ비유에스건축




여러 사례 중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쌍문동의 쓸모의 발견이라는 이름의 집이다. 고양이 4마리와 함께 사는 부부는 오래된 단층 주택의 새로운 쓸모를 만드는 것을 비유에스건축에 의뢰했다. 건축가가 주택의 기존 공간과 증축 공간을 설계하면서 가장 중심에 둔 건 고양이였다. 새롭게 공간을 증축할 때도 이 공간을 고양이가 좋아할지, 어떻게 사용할지 상상하며 설계한 것이다. 집의 규모는 작지만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외부 공간, 테라스, 계단이 곳곳에 알차게 들어서 있다. 특히 상징적인 공간인 계단실은 서점을 운영하는 부부의 책 수납고일 뿐만 아니라 고양이들의 놀이터이자 쉼터로 만들었다. 또 고양이와 함께 살다 보면 털과 먼지 관리가 필수인데 이를 위해 1층 벽을 모두 철거하고 사방으로 창문을 냈다. 고양이들이 사족을 못 쓰는 따스한 햇볕이 창을 통해 내리쬐고 쾌적한 공기와 습도를 유지하기 알맞은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동천동 주택 건축주




동천동의 묘각형주택은 건축의 첫 단을 고양이가 시작했다. 주택 형태를 고양이의 선택에 맡겼기 때문이다. 이에 묘하다는 뜻과 고양이의 를 중의적으로 써서 묘각형이라 이름 붙였다. 이 집에는 광고 기획자인 남편과 조경 설계를 하는 아내, 그리고 망고와 탱고라는 이름의 고양이 두 마리가 함께 산다. 묘한 각으로 이루어진 오각형의 주거 공간 옆에는 정원과 마당이 펼쳐져 있다. 특히 고양이들은 마당과 거실 사이에 있는 툇마루를 가장 좋아한다. 부부는 주거 공간을 구상할 때도 고양이에게서 모티브를 얻었다. 쉼보다 일에 매여 있던 부부는 고양이들과 지내면서 잘 쉬는 방법을 배우게 됐고, 이를 토대로 집 곳곳에 휴식과 취미를 위한 다양한 공간을 만들었다.





ⓒ쌍문동 주택 건축주




세상에 일반적인 고양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고양이마다 성격이 다르고 습성도 제각각이다. 고양이가 지내기 좋은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은 반려(伴侶, 짝이 되는 동무)’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다. 물론 이 책을 읽고 나서 몇 가지를 실천해보면, 고양이를 위해 아무리 치밀하게 관찰하고 계획한 공간이라 하더라도 고양이는 사람이 생각한 대로 행동해주지 않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게 바로 고양이의 매력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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